삔우린 중심으로 나응초 라쇼 모곡 유아엥 등 유명 커피산지 몰려 있어
12월부터 1월까지 수확···맛이 좋아 비싼 값에 미·유럽 등지로 팔려나가



삔우린의 아침입니다. 미얀마 동북부에 자리잡은 이 도시는 커피산지입니다. 지금은 커피를 수확하는 계절입니다. 12월부터 1월까지. 커피농장마다 빨간 체리를 따기 시작합니다. 삔우린을 중심으로 나웅초, 라쇼, 모곡, 유아엥 등 미얀마 유명 커피산지들이 몰려 있습니다. 각 산지의 커피 향과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1년에 한 번씩 커피 경연대회가 열리고, 각 산지는 열심히 준비합니다. 커피의 도시답게 삔우린에는 정부의 커피청, 세계커피연구소, 커피협회가 있어 세계의 커피를 연구하고, 대규모로 가공을 합니다.


오늘 아침은 삔우린 시내와 가까운 아웅바세이 커피농장으로 갑니다. 규모가 작은 농장이지만 농장 쉼터에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재래식으로 로스팅도 합니다. 쉼터에는 장작불이 지펴 있고 주전자로 물을 끓입니다. 불을 쬐며 커피를 기다립니다. 이 도시는 커피의 계절이 가장 쌀쌀하고 춥습니다. 다른 계절은 선선해 휴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커피가루를 여과없이 그냥 탄 미얀마 스타일의 커피잔. 천천히 가라앉길 기다립니다.




뜨거운 삔우린산 커피를 마시며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아침식사가 된 커피. 커피의 역사는 짧지만 세계시장에서 아주 주요한 품목이 되었습니다. 석유 다음으로 그 시장규모가 커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성인 1인당 1년에 약 350여 잔을 마신다고 합니다. 평균 하루 한잔입니다. 중국, 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 6위의 커피시장. 카페소비량은 세계 3위입니다. 인구가 많은 미국, 중국 다음이라 대단한 수치입니다. 우리는 교제하는 공간에서 반드시 커피를 나누며, 학습하는 학생들도 카페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가면 미얀마산 커피를 잘 모릅니다. 아직 스페셜티 같은 좋은 등급이 없어서일까요. 이 나라는 그늘나무 아래 커피묘목을 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습니다. 생산 즉시 수출됩니다.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선 예전부터 선호하던 커피입니다. 수확량이 적어서인지 베트남이나 브라질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다양한 아라비카종입니다. 아프리카 케냐 계열, 카투아이, S795, 카티모르 계열, 남미 계열 등 여러 커피종자가 재배 중입니다. 최근 들어 가공시설과 가공방법이 다양해져 맛과 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곳 삔우린에는 커피협회가 대형 가공시설을 갖추고 일을 합니다. 수확된 커피체리가 이곳으로 모아집니다. 미국커피협회의 지원을 받아 가공기술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이 도시의 외곽에는 한국계 커피농장들이 서너 곳 있습니다. 험한 산간에 넓디넓은 농장을 일구고, 열매를 따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늘나무를 키우고, 묘목을 심고, 병충해를 관리하고, 직원들을 관리하는 등 길고긴 노동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고생을 많이 한 한국분들입니다. 가끔 은퇴 후 커피농장을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오시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이런 삔우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마을마다 마카다미아와 아보카도를 시작한 농장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업입니다. 아보카도는 이 도시가 주요 생산지이지만 그간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대량 수출이 기대되는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을은 집중적으로 아보카도 묘목을 심고 있습니다.

길고긴 '코로나 시대'. 앞으로 농업 분야의 수출입은 나라간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중국, 일본 등 세계가 브라질, 멕시코,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땅이 넓은 농업국가들입니다. 중국에 이어 일본은 앞으로 미얀마의 농산물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한국도 베트남에 의존한 참깨, 검은깨 등 일부 농산물을 미얀마 시장에서 찾게 될 것입니다. 질과 양, 가격이 좋은 농산물들이 미얀마에 많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도시 삔우린. 농장쉼터에서 모닝커피를 마십니다. 알고 지내는 농장주인 부부는 일꾼들과 붉은 커피체리를 따고 있습니다. 안개 낀 농장에 장작불이 타오르고, 서늘한 손발이 온기를 되찾습니다. 이 도시에서 저는 늘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농업기술이 뛰어난 한국. 한국 농촌에서 온. 경험이 풍부한 농부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