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공주의 비극적 사랑 다룬 나모이예 설화
노래·연극·영화로 잘 알려져···유적지로도 조성
불교인구 90%로 출생·결혼·장례 사원과 함께

나모이예(Nga Moe Yeik). 악어의 이름입니다. 미얀마 국민들이 모두 기억하는 이름입니다. 1200년 전 비극적인 사랑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착하고 충성스런 악어입니다. 민난다(Min Nandar)와 신메이눈(Shin Mway Noon)의 사랑. 양곤 오클라파(Okkalapa) 왕국의 왕자와 딴린 시리암(Syriam) 왕국의 공주 이야기입니다. 

 

비극적인 사랑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악어 나모이예.  양곤 노스오칼라 메라무 사원 안에 재현되어 있다. 1992년 약 80미터 길이로 제작되었다. 왕자 민난다와 공주 신메이눈의 이루지 못한 사랑. 미얀마 국민들이 모두 아는 슬픈 설화이다. 강을 마주한 두 왕국의 사랑 이야기 속에는 착하고 충성스런 악어를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왕자는 싸우다 지친 악어의 입안에서 죽고만다. 악어는 황혼이 지면 강을 따라 공주에게 데려다주고 새벽이면 다곤으로 돌아와야 했다. /사진=정선교
비극적인 사랑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악어 나모이예. 양곤 노스오칼라 메라무 사원 안에 재현되어 있다. 1992년 약 80미터 길이로 제작되었다. 왕자 민난다와 공주 신메이눈의 이루지 못한 사랑. 미얀마 국민들이 모두 아는 슬픈 설화이다. 강을 마주한 두 왕국의 사랑 이야기 속에는 착하고 충성스런 악어를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왕자는 싸우다 지친 악어의 입안에서 죽고만다. 악어는 황혼이 지면 강을 따라 공주에게 데려다주고 새벽이면 다곤으로 돌아와야 했다. /사진=정선교

 

이 스토리는 노래, 연극, 영화로도 만들어져 미얀마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미얀마를 소재로 한 외국인 문학작품에도 곧잘 등장하는 설화입니다.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이고, 그 줄거리도 역사와 함께 아주 길고 재미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강을 마주한 왕국의 왕자와 공주가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사랑 끝에 시험에 들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강을 오가는 왕자를 태우고 다니는 악어가 나모이예입니다. 실제로 양곤강 지류에는 악어가 살았습니다. 왕자는 끝내 싸움에 지친 악어의 입안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두 왕국의 장례식. 강을 사이에 두고 왕자와 공주를 각각 불태워 화장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하늘로 치솟는 연기가 서로 만나 엉켜서 올라가는 모습을 두 왕국의 사람들은 보게 됩니다.

 

메라무 사원 뒤에는 악어이름을 딴 나모이예 강이 흐른다. 양곤강의 지류이다. 옛날에는 악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메라무 사원 뒤에는 악어이름을 딴 나모이예 강이 흐른다. 양곤강의 지류이다. 옛날에는 악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미얀마에는 설화가 많이 있는데, 사랑보다는 효심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관습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젊은이들은 어른들 앞을 지나칠 때는 허리를 굽히고 통과합니다. 나모이예 설화는 천사와 악마, 사랑과 시기, 유혹과 시험, 부모공경과 자식사랑, 충성과 배신이 모두 담겨 있어 미얀마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스토리를 담은 유적지들이 있어서 제가 며칠을 찾아다녔습니다. 오래된 설화를 현실처럼 담아낸 현장입니다. 그 장소는 양곤 노스오칼라 메라무 사원, 양곤 나모이예 강, 딴린에 있는 신메이눈 기념공원, 신메이눈 사원, 공주의 어머니 고향인 달라 등입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765년에서 810년 사이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약 1200년 전 사랑이 눈에 선한 장소들입니다. 

 

양곤 외곽도시 딴린 마을에 있는 신메이눈 기념공원. 이 스토리는 역사적으로 765년에서 810년 사이에 있었다고 추정한다. 비극적인 사랑을 위로하기 위해 민난다 연못을 만들어주었다. 왕자와 공주는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사랑 끝에 시험에 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양곤 외곽도시 딴린 마을에 있는 신메이눈 기념공원. 이 스토리는 역사적으로 765년에서 810년 사이에 있었다고 추정한다. 비극적인 사랑을 위로하기 위해 민난다 연못을 만들어주었다. 왕자와 공주는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사랑 끝에 시험에 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양곤의 지류인 나모이예 강 옆에는 메라무 사원이 있습니다. 이 사원에는 악어 나모이예를 재현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1992년 만들었는데 약 80m의 길이의 악어입니다. 코로나로 사원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한참을 사정해 입장합니다. 마침 사원 안에 역사를 연구하는 미얀마 교수가 와 있어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원 뒤에는 악어이름의 강이 흐르고 양곤강으로 천천히 흘러갑니다. 예전에는 악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린에 있는 신메이눈 사원 안의 공주 모습. 영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미얀마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러브스토리이다.
딴린에 있는 신메이눈 사원 안의 공주 모습. 영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미얀마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러브스토리이다.

양곤 외곽지대 딴린 마을에는 공주 신메이눈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로하기 위해 공원 안에 왕자 민난다 호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인근에 호젓한 신메이눈 사원이 있습니다. 마을 곁으로 양곤강이 바다로 흐릅니다. 왕자와 공주가 만나던 장소입니다. 악어 나모이예는 머나먼 이곳까지 왕자를 데려왔습니다. 사랑에는 시련과 시험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시련을 악어는 끝까지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나모이예 설화'라고 하기도 합니다. 양곤강 건너편 달라섬은 공주 어머니의 고향입니다. 여왕이었던 어머니가 죽고 장례를 치뤘는데 그때 아기가 뱃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주이름 신메이눈은 '묘지에 남겨졌다'라는 뜻입니다. 이 설화를 통해 우리는 슬픔을 승화하는 낙천적인 미얀마의 관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옛 풍속에는 열아홉 살이나 스무 살에 일찍 결혼을 했다. 지금은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미얀마 유명배우 쉐몽야티(Shwe Hmone Yati)는 몇해 전 19살에 유명가수와 결혼해 화제가 되었다. 사진 위는 당시 결혼사진. 아래는 주연한 영화 포스터.
옛 풍속에는 열아홉 살이나 스무 살에 일찍 결혼을 했다. 지금은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미얀마 유명배우 쉐몽야티(Shwe Hmone Yati)는 몇해 전 19살에 유명가수와 결혼해 화제가 되었다. 사진 위는 당시 결혼사진. 아래는 주연한 영화 포스터.

이 나라는 불교인구가 약 90%를 차지하고, 오랜 불교 전통과 관습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출생서부터 결혼, 장례 풍습까지. 아이가 태어나면 대개 사원을 찾아 스님들이 이름을 지어줍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원에 가서 글을 읽히고 경전을 배웁니다. 성년이 되면 부모, 선생님, 배우자를 공경하는 예의도 이곳에서 배웁니다. 결혼할 때도 사원에 기부를 하고, 신혼여행 대신 사원으로 갑니다. 예전엔 19살이나 20살이 되면 일찍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도 7일간은 낮에는 만나도 밤에는 각자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7일간 합방할 수 없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대도시에는 요즘 이런 관습이 사라졌습니다.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여성들 중엔 한국처럼 싱글이 많습니다. 결혼하는 나이도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미얀마 유명배우 쉐몽야티(Shwe Hmone Yati)는 몇해 전 19살에 유명가수와 결혼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나라 관습으로 결혼하지 않는 것은 '연꽃없는 연못'이라 비유되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골에는 19살 성년이 되면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민난다와 신메이눈 스토리는 어린이 만화. 노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설화를 통해 슬픔을 승화하는 미얀마의 낙천적인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민난다와 신메이눈 스토리는 어린이 만화. 노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설화를 통해 슬픔을 승화하는 미얀마의 낙천적인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사랑과 결혼. 12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미얀마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설화가 전해지고, 며칠간 축제가 이어지는 풍성한 혼인 풍습도 보게 됩니다. 오늘 80미터의 악어 나모이예를 보고, 사랑을 실어나르던 나모이예 강을 내려다봅니다. 양곤 한복판을 흐르는 강의 지류. 황혼이 오면 강을 따라 신메이눈을 만나고, 새벽이 오면 다곤으로 돌아오던 민난다. 그들의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듯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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