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달라 간 2시간반 거리를 1시간으로
상가 문 닫고 리조트는 황폐한 모습 방치
달라섬·레코콘 개발 한국 기업 참여 원해

양곤 항구입니다. 건기인지라 비도 오지 않고 하늘은 맑습니다. 항구 건너편 달라(Dallar) 마을이 보입니다. 여기선 달라섬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양곤강과 바다, 에와야디강으로 둘러싸인 넓디넓은 곡창지대입니다. 미얀마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을 한국형 신도시로 개발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없어 페리로 오가야 합니다. 달라 끝에 자리잡은 바닷가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둔테운하 다리까지 빙 돌아 2시간 30분이 걸려야 바다를 볼 수 있지요. 지금 양곤강에 그 다리를 건설하는 중입니다. '한국 - 미얀마 우정의 다리'라고 합니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짓습니다. 그간 여러 진통과 잡음도 있었지만 내년 10월 완공 예정입니다.

양곤은 지금 통행제재조치(Stay at Home) 기간이어서 공사가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이 다리는 양곤 상업중심 지역에서 도시개발 지역 달라를 잇는 4차선 도로이자 2.861km 교량입니다. 이 다리가 완공되면 배를 타고 다니던 달라 주민들은 한결 편해집니다. 이곳 주민들은 매일 양곤 다운타운에 일하러 오기 때문입니다. 또 미얀마 정부의 바람대로 한국형 신도시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겠지요. 양곤항구는 양곤강에 있습니다. 수심이 15m 전후라고 합니다. 바다까지는 아주 멀리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항구에는 큰 배가 들어올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만산업을 남부 더웨이 지역으로 옮겨 개발하는 중입니다.



미얀마는 서부와 남부에 긴 해안선을 끼고 있습니다. 유명한 해변도 많지요. '동양의 나폴리' 나빨리 해변, 가장 많이 가는 차웅타 비치, 외국인이 많이 가는 웨이싸웅 비치 등. 남부에는 800개의 크고작은 섬으로 이뤄진 해상국립공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1의 도시 양곤에서 유명해변으로 가는데 6시간에서 10시간이 걸립니다. 길이 너무 안 좋습니다.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12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래도 이웃들과 그 먼 곳을 가끔 다녀오기도 합니다. 도착하면 파김치가 됩니다.


오늘 양곤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레코콘(Letkhokkon)으로 갑니다. 양곤항구 건너편 달라지역을 지나 바다가 있습니다. 양곤항 보타타웅 부두에 페리가 다니지 않아 차로 빙 돌아 둔테운하 다리를 건넙니다. 시내에서 2시간 30분이나 걸려 레코콘 바닷가에 왔습니다. 우정의 다리가 있다면 금새 올 거리를 65km나 돌아서 왔습니다. 통행제재조치로 텅빈 해변. 상가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주말엔 1천여 양곤시민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14km 되는 해변으로는 진입이 안 된다고 해 어촌에서 보트를 하나 빌립니다. 인근에 맹글로브 숲이 있는 제법 큰 섬이 있습니다. 그 섬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이 해변은 양곤과 가장 가깝고 풍광도 좋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적합하지만 물빛이 좀 문제입니다. 몬순기후로 비가 오래 오고, 강들과 합류하며 토사가 쌓이면서 바다는 온통 잿빛이나 황톳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풍성한 토양에서 자란 열대과일, 해산물, 코코넛 밀크를 먹고 마시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큰 섬에는 맹글로브 숲이 우거져 있고 주민들은 그 숲에서 게를 잡고 있습니다. 섬이 보이는 해변에 정부가 운영하는 방갈로 호텔이 하나 있습니다. 넓은 부지에 조성된 리조트입니다. 지금 영업이 중지된 채 황폐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나라 정부는 2012년부터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중단되었습니다. 현재 외국기업이 투자하길 원하고 있고, 우정의 다리가 생기면 한국기업이 맡길 원합니다.


미얀마 서부 해안가는 요즘 도로공사가 한창입니다. 이른바 'The Orbit'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입니다. 라카인 주에서 과(Gua)까지 해안도로가 생깁니다. 아름다운 해변들이 있는 곳입니다. 레코콘 바닷가까지 그 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의 다리와 레코콘 바닷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바다로 가는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제 고향은 강원도 어촌이고 맑은 물빛만 보다가 여길 오니 물빛이 낯섭니다. 그래도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이 설렙니다. 바다는 여전히 그리움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처럼 삶의 슬픔을 포옹해줍니다. 이제 바다가 자야 할 시간입니다. 저도 돌아갑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