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보궐선거 앞두고 ‘출사표’···야권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신당 창당 제안
자신이 무엇이 되겠다는 얘기뿐··· 국민들의 ‘왜’란 질문에 대답할 준비 돼있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거의 전국 규모의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의 ‘출사표’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살 물건도 팔 물건도 없는데 장날에는 꼭 옷 차려입고 장에 가는 장돌뱅이처럼 선거 때만 되면 당선 가능성과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선거에 나가려는 선거몸살을 앓는 출마병 걸린 분”이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 대표는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당 하나 뚝딱 만들어 본인이 대표가 되곤 합니다. 이번에도 안철수 대표는 야권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신당 창당’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뜬금포’에 야권의 반응은 시큰둥을 넘어 무시에 가깝습니다. 

먼저 안철수 대표의 주장과 주변 상황을 한번 보겠습니다. 최근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혁신연대’ ‘국민연대’ 등 야권 혁신을 위한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안 대표는 “반문(재인)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안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혁신 플랫폼’과 ‘정책연대체’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정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안 대표가 이런 제안을 하는 까닭은 물론 내년 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입니다. 보궐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야권의 서울·부산시장 후보는 제대로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결격 사유로 보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선거 상황은 야당에 상당히 유리하지만, 그 하드웨어에 들어갈 참신한 소프트웨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안 대표는 대권 후보도, 서울시장 후보도 마땅치 않고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한계를 지적하며, 야권 혁신을 위한 개편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이런 제안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3석의 국민의당이 103석의 제1야당에 ‘헤쳐 모여’를 제안한 것은 누가 봐도 어린애 떼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실적인 정치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안철수’ 중심의 새판짜기를 요구하는 안 대표의 정치 인식은 철없는 응석으로 보일 뿐입니다. 안 대표의 야권재편 구상이 실현되려면 국민의힘이라는 상수를 움직여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103석을 가진 제1야당입니다. 국민의힘 협력 없이 야권 재편은 불가능합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 “관심도 없고, 혼자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막느냐”고 일축했다고 합니다. 배준영 대변인도 “저희가 제1야당이다. 구심점이 되는 플랫폼은 저희 당”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의 ‘김칫국’을 단박에 거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안 대표로서는 몸이 달아 있습니다. 자신이 내년 보궐 선거에서 중심이 되지 않으면 내후년 대권도전의 밑그림도 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점점 잊혀져가는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어떻게 해서든 되돌려놓아야 할 절체절명의 숙제가 이번 보궐 선거에 놓여 있습니다. 야권 후보 선출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당 창당을 먼저 던진 것입니다. 그런데 안 대표는 정치적 전환점이 있을 때마다 신당을 만들어 뭔가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지난 2011년 정계에 처음 입문한 뒤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는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친문·친노계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2월 탈당했습니다. 이후 2016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김한길 전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안 대표의 유일한 창당 성공 사례입니다. 이를 토대로 그는 2017년 대선에 나섰지만 3위에 그쳤습니다. 정계은퇴 수준으로 내몰렸지만 그는 그 위기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또 다시 낙마했습니다. 그 뒤로 안 대표는 정치를 완전히 떠나 해외를 떠돌다가 올해 1월 2일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재창당’했습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로만 3석에 그치는 졸전을 보여주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보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창당 운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또 창당을 하게 되면 다섯 번째가 됩니다. 이쯤 되면 습관성 창당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신당 창당 제안에 국민의힘은 시큰둥을 넘어 무시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신당 창당 제안에 국민의힘은 시큰둥을 넘어 무시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안 대표는 왜 이토록 신당 창당에 애걸복걸할까요? 먼저 안철수의 정치에는 지향하는 가치나 비전이 없습니다. 오로지 본인중심의 ‘대권욕망’만이 번뜩이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가치를 위해 패배를 알면서도 부산 험지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알았지만 국민들은 그의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가치에 공감해주었고 그것이 대통령 선거 승리의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좇지 않았고 가치와 소신과 비전을 지켜나가는 정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안철수 대표를 어떤 비전과 가치를 주는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정치혁신이 떠오를까요? ‘새정치’가 떠오를까요? 필자가 보기에 안철수 대표는 ‘대권병’이 걸린 것처럼 보입니다. 무조건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하고,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 밑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대표로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그는 거의 혼자 ‘1인정당’을 만들어왔습니다. 서까래가 무너져도 내가 주인행세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입니다. 협력과 타협, 상생의 정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안철수 대표는 상대를 배제하지 않고 품고 협력하고 도와주며 정치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가장 선한 정치인인 것처럼 착각하는 자아도취가 깔려 있습니다. 국민들이 선택을 외면하는 이유를 자신의 허물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가 지금 후보를 내지 못하는 국민의힘 걱정을 하며 야권연대 운운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3석 살림이라도 제대로 살려 국민의당만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먼저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 그런 노력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오로지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 노림수에만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치공학마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릅니다. 3석의 다윗이 103석의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집을 차지하려면 먼저 그 집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상대는 생각도 하지 않는데 그 집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고 뜬금포를 날리면 그게 가당키나 한 정치공학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지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현재의 야권 상황에 대한 정세분석도 수준이하입니다. 소수의 정당이 다수의석의 정당을 차지하려면 그 분위기가 다수정당에서부터 나오게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몇 명이라도 접촉해서 아군으로 만든 뒤 그들의 입에서 야권연대론을 주창해야 그 집안 사람들도 귀가 솔깃할 것입니다. 안철수 쪽으로 모이면 되는가 싶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전 정지작업도 없이, 대충 생각해낸 전략으로 야권연대와 신당 창당을 언급하니 약발이 먹힐 리가 없습니다. 이 또한 안 대표 참모(그는 이태규 의원을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재선을 주면서 핵심적인 정무보좌관 자리를 맡긴 바 있습니다)들의 정세판단 능력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안 대표는 “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을 향한) 비호감을 줄일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의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정당”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서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모이자”고 당부한 진정성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국민들의 비호감이 어디에 그 연원이 있는지 냉철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안 대표의 신당 창당 기사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은 “이분은 또 창당하려고 하시나”류의 비아냥입니다. 안 대표 말이라면 ‘묻지마 비호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현재의 야권 침체가 과연 새로운 당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집권여당의 정책실패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대안을 제시하고 국정운영능력을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해서일까요? 안철수 대표의 신당 창당론을 보면서 한국 정치가 가진 한계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보고 있노라면, 학력고사 세대의 암기중심 공부가 낳은 최대의 폐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왜 그것이 정답인지에 대한 생각은 빠져 있는 주입식 교육처럼 안 대표의 정치에는 ‘왜’라는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왜 내가 선거에 나서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무엇’인지만 맞히면 모든 게 끝나는 것처럼, 그의 정치에는 오로지 ‘무엇’만 있습니다. 선거에 참전해서 내가 그 ‘무엇’이 되겠다는 얘기뿐입니다. 야권 연대의 그 ‘무엇’이 돼서 대선에서도 그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의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이 땅의 지역주의가 이처럼 문제일까요’라는 국민들의 질문에 응답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식 정치는 지금까지 왜보다 무엇에 가까웠습니다. 그에게는 ‘무엇’을 쟁취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처럼 보입니다. 내가 반드시 1등이 되고 ‘대장’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식 정치에서 한국 정치의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과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내가 1인자가 돼야 직성이 풀리는 현재의 승자 독식구조 속에서 한국 정치는 좌표를 잃고 끝없는 증오와 갈등만 노정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새정치를 추구했던 안철수 대표는 전혀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그런 진흙탕 정치에 매몰돼 또 신당을 창당하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국민들도 어지간히 답답해할 것 같습니다. 

“철수형, 정치가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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