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확정되자 “법치가 무너졌다”며 한탄했지만 여론 반응은 싸늘
뇌물수수·거짓말·배신 등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혐의에 주목해야
대법원, 13년동안 국민을 속여 온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종지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1941년생으로 올해 79세인 이 전 대통령은 형을 모두 살고 나올 경우 96세가 됩니다. 사실상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형이 확정되자마자 나온 이 전 대통령의 첫마디는 “법치가 무너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이 법을 어겼음에도(혐의점만 14항목), 그는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이자 보복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야당 입장에서 볼 때 다분히 정치보복 차원에서 중형이 선고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과연 그럴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옥으로 가게 된 이유는 모두 16개 항목의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조세포탈과 횡령, 직권남용 등의 16개 죄목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공소사실 중 뇌물수수 85억여원 혐의와 횡령 246억여원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에서는 삼성의 미국 다스 소송비 대납액이 추가로 기소되면서 인정된 뇌물 액수가 1심보다 27억여원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유죄로 확정된 횡령금이나 뇌물죄의 단 1원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에 의해도 대통령이 그에 전달됐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제3자에게 전달됐다는 건데 이 전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알았다는 것뿐이다”고 반박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직권남용 및 강요죄가 대부분인데 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가 대부분인 게 특징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직권남용이나 강요죄가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해석될 일말의 여지가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반란죄와 내란죄가 주요 죄목입니다.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을 받은 3명의 전직 대통령 죄목은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혐의점의 대부분이 뇌물수수와 횡령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갈 만큼의 중죄를 저지른 사건치고는 정치적이라기보다 ‘권력형 경제사범’에 가깝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17년형 선고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핵심 죄목인 뇌물수수에 대한 고의성 여부와 다스 실제 소유에 대한 거짓말, 정치 프레임 빠져나가기, 그리고 내부자의 배신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죄목은 바로 뇌물수수입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해외 다스 관련 소송비 등 뇌물을 받은 혐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 공직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 등입니다. 하나같이 정치적이라기보다 이 전 대통령이 개인의 ‘위력’을 행사해 뇌물을 받은 것들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감옥행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건설회사인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과거의 ‘금전 뇌물 관행’에 상당히 익숙한 인물입니다. 불법 탈법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등을 대가로 무려 22억원을 받아챙겼습니다. 혐의가 입증된 금액만 이정도입니다. 삼성에게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67억원을 대납케 한 것도 고의성이 있는 ‘간접 뇌물’에 해당됩니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영역은 정치인 금융인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첫 마디는 ‘법치가 무너졌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그에게 ‘법치’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놓고 ‘직접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해괴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정치적 핍박’으로 모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른 정치인이 이 정도의 뇌물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자신의 불법적인 뇌물수수에 대한 진지한 사과부터 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후안무치한 이 전 대통령의 처사는 비판 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사건이 생기면 으레 생기기 마련인 지지자들의 자택 앞 응원시위도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집 앞에서는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의 국민여론에는 ‘이명박 17년형’에 대해 정치적인 사건인지, 권력형 뇌물수수 사건 정도인지는 가려낼 줄 아는 상식의 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확정으로 그동안 국민들의 입길에 오랫동안 회자되던 ‘다스는 도대체 누구 것이냐?’는 의혹에 대한 답도 나왔습니다. 법적으로 ‘다스(DAS)’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명확하게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 전직 대통령이 13년 동안 버젓이 거짓말을 일삼은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은 바로 ‘다스’였습니다. 다스 실소유주를 둘러싼 논란은 2007년 ‘BBK 주가조작 논란’으로부터 시작해서 13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주위를 맴돌던 핵심 의혹이었습니다. 이번에 대법원이 다스 실소유주를 명확히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더욱 중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의문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한 이후 계속 이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다스의 자금이 BBK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됐고, 그래서 이 전 대통령에게 의심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은 다스의 소유주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다스 의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큰소리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검찰과 특검은 이 전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2007년) 시절과 당선 후(2008년)에는 각각 다스가 이 전 대통령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검찰과 특검까지 나서서 수사를 했지만 다스는 이명박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해준 꼴이 돼버렸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가지고 있는 영포빌딩 지하의 ‘다스’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문건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끝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상당량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검찰의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13년에 걸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 부인은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최고원수이자 법 수호의 최후보루입니다. 그런 인물이 13년동안 검찰 수사권까지 무력화시키며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이 거짓말 건은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에 해당될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이 과연 그 혐의점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잇따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십년동안 현대건설 사장, 국회의원, 서울시장에 대통령까지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인물입니다. 뇌물을 수수했다고 해도 어떻게 하는 것이 법망을 피하는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그 자신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과거의 뇌물 수수 관행 시스템을 잘 터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스 소유에 대한 의혹도 검찰과 특검까지 나섰지만 구체적 혐의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수사를 재개한 검찰의 수사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2018년 1월 17일,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 중 한 명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소환한 조사 직후 그를 구속시키게 됩니다. 검찰은 그를 국정원 특활비 뇌물 관련 불법 금품수수를 한 혐의로 일단 구속시킨 뒤 이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김 전 비서관 구속을 기점으로 난공불락이던 이 전 대통령의 방어선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김 전 비서관이 구속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바로 그날 오후에 사무실에서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17년형 확정 직후 내놓은 것과 비슷한 내용의 말을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수사가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점이 다분히 형사적으로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인 대응’만 하고 있었습니다. ‘뇌물수수’나 ‘다스 실제 소유 의혹’과 같은 범죄행위를 정무적인 물타기를 통해 빠져나가려는 전략을 애초부터 구사한 것입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는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를 자아냈던 바로 그 내용입니다. 청와대는 바로 다음 날 오전에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라며 이례적으로 날선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명백한 범죄사실을 부인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까지 끌어와 ‘노무현 자살’과 ‘문재인 보복’의 프레임으로 대항하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을 동정하는 분위기보다 그를 둘러싼 수십가지의 불법 행위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수위가 훨씬 더 높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꼼수로 빠져나가려다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수사를 대충할 경우 정치적인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수사를 철저하게 밀어주며 이 전 대통령의 혐의점을 모조리 찾아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17년형 확정의 발판이 된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17년형 확정에 대해 세간에서는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그의 주변사람들을 볼 때 과연 그런 생각이 맞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 전 대통령을 검찰이 결정적으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과 또 한 명의 ‘집사’였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2011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달러로 환전했고, 이를 이명박의 부인인 김윤옥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희중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한 이후 약 15년간 그의 집사를 맡아온, 거의 분신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축은행 관련해서 김 전 실장이 ‘생활고’로 돈을 받자, 곧바로 그를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게다가 그 일로 김 전 실장이 복역 중이었던 당시 그의 아내가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자살할 때에도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도 장례식장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전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김 전 실장이 후에 복수를 한 셈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렇듯 김백준 김희중 두 전직 ‘집사’의 배신으로 구체적 혐의점이 범죄사실로 입증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인맥 관리 스타일은 철저하게 이해관계 중심이었습니다. 그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챙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 밖에 났던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등은 이명박 정권 내내 핍박을 받았습니다. 급기야 김희중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 혐의점에 대해 내부 고발자 역할을 자임하며 완전히 등을 돌렸던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용인술은 ‘돈’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지 결코 정의나 인연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17년 형의 결정적 배경이 ‘뇌물수수’라는 돈 문제였고, 그것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그의 ‘사생활’을 가장 잘 아는 집사였다는 사실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물 됨됨이를 알게 해줍니다. 어찌 보면 17년형은 자업자득인데 또 다시 적반하장으로 ‘법치가 무너졌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승만 부패 하야, 장면 쿠데타 하야, 박정희 피격, 전두환-노태우 내란죄 처벌, 노무현 자살, 이명박-박근혜 감옥행 등으로 이어진 실로 불운한 운명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17년 형 확정은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전방위의 뇌물수수, 뻔뻔한 거짓말, 정치 프레임 빠져나가기, 내부자의 배신 등이 얽힌 파국 스토리는 역대 어떤 대통령의 몰락 과정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입니다. 물론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때 다분히 정치적 탄압이자 복수극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그 정도로 억울한 처지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의 범죄는 고의적이고 무감각한 불법 행위로 인식되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도 일반인들처럼 17년형의 3분의 1만(6년) 살고 나오면 조건이 되는 가석방의 기회를 노려보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몸으로 실천해야 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