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소비하다 물려주거나 적게 손해보고 되파는 데 초점을 맞춰야
3캐럿 이상 최고 등급으로···되팔 때 구입했던 곳에 가야 75~80% 받아

여자에게 다이아몬드란? 프러포즈의 상징? 결혼예물? 영원한 사랑과 다이아몬드의 일치설(?)을 어린 시절부터 TV 광고를 통해 듣다 보니 정말 그런 것만 같다. 너도, 나도 보석이 필요한 시점에는 언제나 다이아몬드.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사러 갈 때 무조건 아름답고 예쁜 것을 중점적으로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순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이아몬드를 대해야 한다. 돈이 될지 모르니 말이다. 혹시나 지금 다이아몬드를 사야 하는 당신이라면 잠시 읽어두면 좋을 다이아몬드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풀어보고자 한다.
다이아몬드는 투자할만할까?
금과 연계해 다이아몬드 투자 설명회를 해온 한국금거래소의 박병숙 팀장에게 물었다. 다이아몬드가 투자가치가 있습니까? 한참을 생각하고 돌아온 대답은 현실적이다.
“현직에서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입장에서 단기적인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큰 거 하나 사서 내 자식이나 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이거나 10년 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이 없겠죠. 크기가 클수록 희소가치가 높으니까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일단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세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니까요.”
다이아몬드가 투자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큰 단점이다. 금보다는 가격이 상당히 나가기에 가격 면에서 접근도 어렵다. 굳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번쯤은 보석상에 앉아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을 하는 순간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가령 결혼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때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좋은 품질은 물론이고 적당하게 투자와도 연결된 보석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훗날 돈의 가치로 환산할 것을 고려한다면 사파이어나 루비 등 유색 보석보다는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유독 다이아몬드 쏠림현상이 심하다. 대부분의 수요가 다이아몬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고 되파는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물론 사는 사람의 선택 문제이지만 유색 보석의 경우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돈을 주고 샀어도 되팔 때는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이아몬드의 수요는 많지만, 유색 보석의 수요는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결국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다이아몬드를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고 사는 이들도 물론 있다. 말 안 해도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국금거래소의 정유진 보석감정사 매니저는 말했다.
“나이대에 따라서 다이아몬드에 관한 관심은 아주 달라요. 실물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40대에서 50대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돈 쓰는 사람들은 정말 큰돈을 쓴단 말이죠. 30대들은 돈이 없어요. 결혼하면 애 키우느라고 신경 쓸 수도 없고요. 40대, 50대가 되면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 뭔가 소비를 하고 싶어 해요. 결혼했다면 아이도 키웠으니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죠. 그때 명품이 아니면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60대 이상이 되면 나이가 좀 있기도 하고 몸을 사리는 분들이 많아요. 주얼리 시장은 40, 50대를 견양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이아몬드를 사기 전 꼭 알아야 하는 품질평가 기준
금의 경우 골드바 하나면 끝이니 체크할 것이 없는데 다이아몬드는 까다로운 품질평가 기준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우신보석감정원 혹은 미국의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서 나온 품질 평가 기준을 따르고 있다. ‘4Cs’라고 하여 컬러(Color·색상), 클래리티(Clarity·투명도), 커트(Cut·연마), 캐럿(Carat·중량)으로 세분화해 작성한다. GIA가 인터넷상에 4Cs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것이 있다. 요약하자면, 색상은 ‘깨끗한 한 방울의 물처럼 화학적으로 깨끗하고 완벽할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최고 등급 D에서 Z까지 다섯 개 등급이 있는데 낮은 단계로 갈수록 노란색을 띠고 탁해진다. 커트의 비율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공 기술에 따라 엑설런트(Excellent), 베리굿(Very good), 굿(Good), 페어(Fair), 푸어(Poor)로 기준을 정한다. 동급의 캐럿이더라도 가격 차이가 크다. 가령 1캐럿 다이아몬드를 어림잡아 1천만 원이라고 했을 때, 등급에 따라 가격이 500만 원이 될 수도 혹은 1천만 원을 크게 웃돌 수도 있다. 투자로서 다이아몬드를 살 때 감정서를 기준으로 좀 더 유리한 것을 선택했으면 한다고 박 팀장은 말했다.
“예를 들어서 투자일 경우 3캐럿 이상이 좋습니다. 그리고 최고 등급을 고르는 게 맞겠죠. 물론 최고 등급이 가장 유리하기는 한데, 그래도 컬러가 G 컬러가 있고 F 컬러가 있다.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난다고 하면 비싼 것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업체가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공급한 다이아몬드를 매입할 때 최고 75%에서 80%까지 가격을 쳐줍니다. 자신들이 판 보석을 헐값에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혹시나 다이아몬드를 사정상 팔아야 하는데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80%를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다이아몬드를 사기 전 업체를 잘 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하면 오래되고 다이아몬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박병숙 팀장은 조언했다.
“다이아몬드를 샀던 거래처가 금방 없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알아보아야 합니다. T 사에서 사면 회사가 없어지지 않으니까 상관은 없어요, 그런데 너무 비싸잖아요(웃음). 그리고 최고 등급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으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제 가치로 매입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최고등급은 거래가 잘 안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유명한 해외 경매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옥션이나 K옥션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취급합니다. 그런 식으로 판매를 하는 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고요.”
명품 다이아몬드를 고를까? 말까?
이쯤에서 생각할 만한 것이 있다. 명품 다이아몬드의 유혹이다. 그래도 이름 있는 브랜드를 사고 싶은 욕구도 생기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전문가 입장에서 다이아몬드는 다 똑같은 다이아몬드라고 말했다.
“T사의 경우 등급의 폭이 넓어요. 한국 시장이 유독 색깔에 민감해서 D 빛깔 이상 좋은 등급을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격이 아주 비쌉니다. 브랜드 다이아몬드 제품은 일반 금은방과 비교해서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T사, C사, B사 다 마찬가지예요. 일반 금은방에 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면 세공비 등 다 포함해도 반값에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다이아몬드 가격은 브랜드건 아니건 다 같고요. 게다가 T사의 경우 자신들만의 품질보증감정서를 쓰고 있습니다. 팔았던 제품 매입은 더더군다나 안 하죠. 브랜드 제품을 살 생각이면 디자이너 한정판을 사는 것이 좋겠죠. 그게 또 다음에 어떤 식의 투자 가치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 그게 아니고 다이아몬드를 투자 생각으로 산다면 거래처를 잘 알아보고 사시면 됩니다.”
보석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기사 초반 단기간에 수익을 볼 생각이라면 다이아몬드는 투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을 넓은 시각으로 봤을 때 투자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모르고 지나치기에는 꼭 필요했던 정보가 아닐까? 코로나 19로 투자에도 지각변동이 생겼다. 누구는 주식 혹은 해외 투자를 하고 또 누구는 금과 은, 혹은 명품,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 마당이다. 다이아몬드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영원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다이아몬드를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적당하게 머리를 굴려 이 아름다운 보석이 좀 더 가치 있게 쓰일 수 있게 할 것인가. 어차피 관심이 생기는 것도 돈을 쓰는 것도 자기 자신의 몫이다. 사치처럼 보이지만 돈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시길. 그리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때 꺼진 불도 다시 보듯 보석함 속에 다이아몬드가 자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