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비토권 인정’ 미끼로 공수처법 통과시킨 여당, 지금은 ‘불인정’ 시도
공수처장, 여당이 믿을 수 있는 인물로 하마평 무성···중립성 담보가 관건
‘검찰 위의 검찰 위헌적’ 주장 만만찮아···정적 죽이기 등 부당 이용 우려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법사위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법사위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감사가 마무리 되자마자 여야는 라임·옵티머스 특검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두고 특검공세를 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완전 출범에 올인을 할 태세입니다. 이에 따라 정국의 초점도 급격하게 공수처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특검 추진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별 볼 일 없이 끝내버려 더욱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미련을 두는 것 같습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라임·옵티머스와 같은 권력형 비리사건 규명으로 집권세력의 일방 독주에 균열을 가하는 동시에 내년 재보궐을 앞두고 뭔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할 절박함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특검 추진에 대해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파봤자 나오는 게 없을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체도 없는 의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든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기를 쓰고 덤비는 특검에 대해 여당은 ‘절대 불가’로 단호하게 맞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공수처 출범에 그렇게 집착을 할까요? 그 연원을 좀 따라가 보겠습니다. 

일단 현실적인 이유는 공수처가 ‘문재인표 개혁과제’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과는 사실 그리 높지 못합니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만한 뚜렷한 개혁성과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는 “공수처 출범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의미를 상징하는 개혁 의제라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징성과 함께 여권은 공수처를 문재인 정권의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국정운영 동력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에서 비록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윤미향 사태, 북한의 민간인 사살, 추미애-윤석열 난타전,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으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공수처 출범은 무엇보다 개혁의 고삐를 다시 바짝 잡아당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그립’입니다. 이를 통해 어수선한 정국을 다잡아 나가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마지막으로 공수처는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 주장을 무력화하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특검 주장은 ‘야당 게이트’를 우려하는 수사 방해용이자 공수처 방해용이다. 상설특검 격인 공수처를 최대한 신속히 출범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공수처는 현 여권에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합니다. 여권이 공수처 출범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거는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연원이 있습니다. 사실 진보진영에게 공수처 설립은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그 첫 아이디어가 나온 곳이 바로 참여연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6년 1월 참여연대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운동 과정에서 기존 공직자윤리법의 보완과 함께 부패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으로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이 공수처안을 설계하고 제안한 것은 참여연대 부설 맑은사회만들기본부로 당시 본부장은 고 김창국 변호사(초대 인권위원장)였습니다. 김창국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변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때 후원회장을 맡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공수처 입법과정은 그야말로 지난했습니다. 1996년 첫 번째 논의가 진행된 이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직비리수사처’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 공약을 내세웠지만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1998년 국민의 정부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검찰의 반발로 무위에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 뒤 노무현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독립된 기관인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신설하려 했으나 당시 검찰총장이던 송광수가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반발해 역시 좌절됐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임기 내에 반드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역사적 소명의식을 당연히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국회 과반수를 훌쩍 넘는 안정적인 의석수까지 확보하고 있으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여권이 그렇게 갈구하는 공수처의 핵심은 바로 ‘수장’입니다. 대통령이 임명은 하긴 하지만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기구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즉각 수사할 수 있는 ‘위험한 칼’을 쥐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수처장이 누가 되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후보를 의결합니다. 7명 가운데 야당 추천 위원은 2명입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정할 수 없습니다. 야당의 ‘비토권’이 보장된 것입니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임정혁·이헌)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임정혁·이헌) 추천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야당의 ‘비토권’ 덕분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당시 “대통령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며 공수처법에 결사 반대했습니다. 야당이 공수처법 통과 저지로 국회에서 그 난리를 쳤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비토권’을 주지 않고서는 야당을 타협의 무대로 끌어들일 수 없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비토권’을 근거로 “기존의 어떤 기관보다도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구성된다”며 야당을 꼬드겼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야당에 ‘비토권’을 줄 경우 출범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이를 밀어붙였습니다. 여기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에서 민생당까지 제3의 교섭단체가 있었기 때문에, 야당 추천 위원 2명 중 1명은 제3의 교섭단체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야당 몫 2인이라고 해도 민주당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1명을 분류하면 통과가 될 수도 있다고 내심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선 20석 이상의 국회 교섭단체가 두 곳(민주당, 국민의힘)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야당 몫 2자리가 모두 국민의힘에게 돌아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추천한 2명의 위원은 그야말로 ‘강성’입니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으로 내정한 임정혁·이헌 변호사는 보수 색채가 뚜렷합니다. 임 변호사는 검찰 내 공안통 출신이고,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변호사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힘이 작정하고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 경우 우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법 자체가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을 명문화했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해 무력으로 통과를 시킬지 여부입니다. 공수처장의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해내느냐는 것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먼저 민주당은 공수처 설립을 단독으로 강행할 의지가 뚜렷해 보입니다. 법안 개정을 통해서라도 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9월 7명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을 국회 몫으로 변경해, 사실상 민주당이 4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한 바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의 비토권은 사라집니다. 다른 한 가지는, 민주당은 이 같은 법안 개정이 ‘입법독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가칭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후보 2명 중 1명을 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두 가지 안 모두 국민의힘 협조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지렛대로 그냥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어차피 야당 추천위원의 면면을 보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는 많아야 두 번까지 지켜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11월 중순쯤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게 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의 독선적인 정국운영입니다. 비록 소수당이긴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타협을 통해 합의를 하라는 것에 여론의 방점이 찍힌다면 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는 상당히 큰 정국운영 부담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밖에 공수처장의 중립성도 문제입니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양날의 칼 같은 것입니다. 공수처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신뢰할만한 법조인으로 뽑는다고 해도 ‘제 2의 윤석열’같은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공수처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의 칼날을 마음대로 휘두를 경우 이에 따른 후폭풍 또한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니 여권으로서는 초대 공수처장 지명을 두고 조심에 또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전관 출신 친 정부 인사들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공수처장 유력 후보는 크게 친여권·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 중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중에선 이광범 전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와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이 거론되지만 이런저런 단점도 회자됩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써,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민변 부회장을 맡았던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도 공수처장 후보로 언급됩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는 한 (윤 총장을) 견제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할 것이다. 대법관급이나 대법관 후보들을 뽑을 수 있겠는데, 이 정권 코드와 맞으려면 우리법연구회나 민변 같이 상징성이 있는 인사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 법조인에 대한 임명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공수처 설립은 어찌 보면 한국의 정치권력 지형도를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이슈입니다. 그러니 검찰로서는 자신들의 권한 절반을, 그것도 ‘이 정치인 손보자’고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까지 수사개시로 압박을 할 수 있는 그 권력을 내줘야 하니 당연히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야당으로서는 어찌되었든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그의 의중에 따라 공수처의 칼이 야당이나 정적 죽이기에 부당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당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이후의 ‘안전판’까지 고려할 때 그들이 확실히 믿을만한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사실 공수처 설립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입니다. 그런데 헌법에 근거가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에 있는 슈퍼수사기관을 따로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영장청구권의 문제, 수사권과 기소권의 문제, 강제이첩권, 재정신청권 등 여러 위헌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보성향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공수처법을 ‘지극히 위험한 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수처는 반대 당 인사, 또는 정치적 비판자에 대해 공적, 사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쉽다. 법이 정치 투쟁의 중심에 서면서 정치가 여론 동원, 경찰 조사, 검찰 기소와 같은 비정치적이고 사법적인 절차에 의해 압도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공수처가 전담하게 됩니다. 검찰은 사건을 인지하면 공수처에 그것을 넘겨줘야 합니다. 검찰로서는 알짜 권력을 그냥 넘겨주게 됩니다. 지금까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검찰의 자의적이고 감정적인 잣대에 따라 그 기준이 춤을 췄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출범은 수사 권력의 ‘장난’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수처가 아니라 슈퍼공수처까지 생긴다고 해도 권력이 자신에게로까지 향할 수 있는 칼날을 그냥 앉아서 맞으려고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식 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당부했지만, 과연 그 약속이 지금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로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는 역할”(강준만 교수)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말의 성찬’은 아닐지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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