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간담회에서 남 말 하듯 내뱉자 당 안팎서 불만 목소리 높아
소통 통로 폐쇄·엘리트 의식 겹쳐져 생긴 ‘리더십 부재’ 고민할 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사진=이종현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사진=이종현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떤 조직의 수장이든 아랫사람들이 따라주지 않고 협조해주지 않으면 일할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조직원들은 리더가 회의에서 제안을 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다 리더가 없을 때 그를 비난합니다. 잘 안 되는 조직의 흔한 예입니다. 대개의 원인은 소통입니다.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대표적인 원인은 위아래의 의견이 물 흐르듯이 교통하지 않고 꽉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통로가 닫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가 어떤 말을 하든 조직원들은 귀 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말꼬리만 붙들고 그를 비난하기에 열을 올립니다. 리더가 조직원들을 어르고 달래거나 조심스럽게 처신해도 백약이 무효입니다. 소통 부재와 불신 팽배가 겹쳐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이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최근 김종인 위원장의 ‘한 마디’ 때문에 또 다시 그의 리더십 부재가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하게 넘어갈 사안이지만, 김 위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토가 달리고 꼬투리가 달리는 것은 그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산 지역언론 간담회에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자당 후보로 나설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부산시장 후보로 ‘올드보이’보다는 참신한 ‘뉴페이스’가 필요한데 현재는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3~4선 했으니 부산시장을 하려는 사람 말고, 부산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갖춘 사람이 10년~12년 이끌어야 한다”라며 예의 ‘초선 의원 출마’를 또 다시 언급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3, 4선 하고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중진 의원들을 저격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집니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옳은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대내적인 비공개 회의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는 수많은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워서 침 뱉기’인 것입니다. 마치 남의 집 문제 이야기하듯이 무책임하게 ‘마땅한 후보가 없다’라고 여러 차례 ‘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제1야당 수장이 할 ‘언론 대응 방식’은 아닙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당 내부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당 의원들을 폄훼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출마자들을 이끌어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인물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출마 예상자 및 전체 의원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이유도 회자됐습니다.

사실 이날 ‘후보 부재 토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티끌만 보고 나무라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의 3연패로 만신창이가 된 정통보수정당 국민의힘은 오갈 데 없는 당의 방향타를 김종인 위원장에게 맡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임기를 보장해달라며 고자세로 나왔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던 국민의힘은 마뜩찮게 그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김 위원장이 보여주고 있는 제1야당 수장으로서의 ‘퍼포먼스’는 낙제점 수준입니다. 추락하고만 있는 지지율이 이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라고 일갈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람을 키우는 것도 공당과 그 지도자의 책무 중의 하나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같이 노력해서 좋은 인물로 다듬어주는 것이 도리다. 인물을 세울 때 세우고, 영입할 때 영입하더라도 선후가 있다. 당에 사람 없다는 그런 자해적 발언이 앞설 이유가 없다. 당을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건대, 거론되는 후보들을 포함해 국민의 힘에도 인물들이 있다”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문제는 오히려 지휘다. 의원들과 당원, 즉 연주자들의 역량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문제이고, 무슨 곡을 연주할 것인지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홀로 박수 받을 생각에 이 곡 저 곡 독주(獨奏)해대는 것이 문제다. 이 사람 저 사람 줄이나 세우면서 말이다. ‘우리도 사람이 있다’ ‘성장을 이루고 자유를 지켜온 우리가 자랑스럽다’ 그렇게 소리치며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사람도 우리와 함께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다.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 되겠는가. 대안을 없애기 위한 의도적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당 대표가 이렇게까지 내부 총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대위의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여당에서도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사람인 줄 알았다”며 “보통 이런 말은 정치평론가나 기자 또는 상대당에서 선거전략 차원에서 하는 표현인데 당 대표가 자당을 향해 연일 거명되는 자당 후보를 디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마땅한 후보가 없지만 그런 인물을 키워내라고 민주당 전력이 있음에도 ‘김종인’을 삼고초려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며 변명과 불평만 늘어놓았습니다. 이는 곧 ‘내가 그런 인물을 키울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역량 부족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입니다.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이지만 마치 남의 당 훈수 두듯 툭 내뱉는 김 위원장의 ‘한마디’가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소통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곧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엘리티즘(elitism) 때문이다”라는 해석과도 연결됩니다. 김 위원장은 군사독재-보수-진보 정권을 오가며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비례대표로만 5선을 한 ‘인재’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경력 천재’쯤 해당됩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박근혜 문재인을 키워냈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러니 김종인 위원장에게 웬만한 인물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당의 초선은 ‘어린아이’쯤으로 볼 것이고 3선의 중진 장제원 의원이 그를 비판하는 것도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 정도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부 내 눈 밑에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 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에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비판하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하고 결국 마음의 문도 닫아버립니다. 기대도 접게 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럴수록 더욱 마이웨이를 가게 됩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러한 소통 부족의 이면에 ‘엘리티즘(elitism)’에 기인한 김 위원장의 정치 철학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팔순의 고령에도 정치적 식견이나 감각은 탁월해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여우같은 정치인이다” “다양한 분야에 굉장히 해박하고 중요 사안도 빨리 인지해 적절한 타이밍에 화두를 제시할 줄 안다”라는 좋은 평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간혹 중요 현안이나 민감한 사안의 경우 소수의 측근에게만 귀를 열거나 자신의 통찰에 의지해 독선적인 방식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폐쇄적인 방식으로 내린 결정을 당에 제안하고 당이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으로는 야당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가 없습니다. 시대정신이 변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만 고인 물에서 대장 노릇을 하려니 그의 리더십 역량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사람 관리’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당권을 잡은 뒤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할 사무총장에 원외의 김선동 전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당 사무총장은 3선 의원이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과 당 개혁에 집중하기 위해 재선에 원외인 김선동 전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당내에 마땅한 자기사람이 없던 김 위원장이 김선동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겨 자신의 계파로 끌어들이려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은 내심 서울시장에 관심이 있었고 김 위원장 몰래 선거 준비 모임에 참석하는 등  자기 정치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사무총장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김선동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암울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그를 원외임에도 이례적으로 사무총장직을 맡겼습니다. 은혜를 베푼 것입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결초보은하지 않고 자신의 사익을 챙기려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의원의 그런 사심을 몰랐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김 전 의원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 됐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김종인 위원장은 “경선준비위는 룰을 세팅하는 자리인데 경선에 입후보하는 사람이 거기 들어가면 안 되는 게 상식”이라고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자신이 김 전 의원을 내쳤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는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잡음은 김종인 위원장에게 선명한 상처를 남겼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김 전 사무총장 거취 문제를 직접 나서서 정리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이 먼저 나서서 정리하기보다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사후에 비토를 놓는 특유의 스타일이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조직 관리의 최종 책임자 거취를 직접 임명한 김 위원장이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인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 부재는 소통 통로의 폐쇄, 특유의 엘리트 의식이 겹쳐지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김종인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태생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김 위원장의 가장 큰 미션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승리입니다. 탁견을 가지고 인재를 영입, 제대로 된 후보를 키워내는 것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왜 이렇게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지’라고 걱정할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돌아가지 않는 수장의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당권을 얻었지만 ‘당심’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물에 떠 있는 기름처럼 부유하다가 임기를 끝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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