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자 정당‧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비쳐져···‘공정이 최고 목표’ 재설정을
서민 정당 실천 위한 ‘낮은 자세’ 몸소 보여줘야···유력 대권주자 부재도 문제

국민의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10월 1주차 주중 잠정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이 35.7%로 1.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의힘은 2.5%p 하락한 28.7%로 조사됐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 격차는 7.0%p로 다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습니다.
12일 발표된 조사에서도 지지율 하락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8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2.3%포인트 하락한 28.9%로 나타나 30% 지지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1%포인트 오른 35.6%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47.4%→36.6%), 경기·인천(34.0%→28.2%) 등에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사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정권에서 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시기는 대체로 현재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이 높아지고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조금씩 표출되는 때인데도 이렇게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논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미국행, 남한 공무원 피살 사건, 개천절 집회 원천 봉쇄 논란 등과 같은 부정적 현안이 야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당이 소폭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단기적 현안에 대해 정밀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이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 밑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수구 기득권 세력이나 부자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 동안 이들이 국민여론에 귀 닫고 일방적인 독주를 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체로 학생운동 시민운동 등의 이력으로 ‘약자의 편’에 서 있다는 이미지가 있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조계 공무원 등의 기득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야당임에도 강자의 편에 서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도 21대 국회에 새로 입성한 국회의원들 175명의 평균 재산액이 28억여원인데 그 중에서 국민의힘 신규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49억원대, 더불어민주당은 14억원대였습니다. 부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가능성이 민주당에 비해서는 더 높습니다.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 군 청탁 논란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휘청거릴 때 가장 먼저 이탈한 집단이 바로 20대였습니다. 이 세대는 코로나 세대입니다. 코로나19로 취업의 문이 더욱 막히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정’입니다. 취업과 ‘출세’의 길이 더욱 막힌 상황에서 최소한의 공정 경쟁 시스템이라도 보장받기를 원합니다. 이런 공정에 대한 목마름은 국민의힘을 볼 때도 그대로 투사됩니다. 박덕흠 의원(무소속)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수천억원의 편법 입찰 의혹을 받아 국민의힘을 탈당한 그는 국민들의 극심한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서둘러 그를 탈당시켜 꼬리자르기에 나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당에 의석수가 열세임에도 피 같은 1석을 버렸습니다. 그만큼 당의 이미지에 미치는 타격이 컸기 때문입니다. 지금 SNS에서는 시민들이 박덕흠 의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활동 등을 빗대 ‘이명박덕흠’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같은 건설업계 출신에 다양한 이권에 개입한 의혹 등이 겹치면서 그런 풍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입찰은 곧 공정입니다. 박 의원이 온갖 권력 연줄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것은 불법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도 여론 재판에 의해서도 ‘최고형’에 속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국민의힘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 많이 변해야 합니다. 낡은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공정을 당의 최고 목표로 재설정해야 합니다. 양극화, 청년실업, 집값 상승에 코로나19 경제위기까지 겹치며 다수 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과 동행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남 노인당’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굉장히 오랜 기간 누적된 기득권의 이미지가 있다. 20~30대가 특히 그렇다. 탄핵이 겹치면서 유능한 경제세력 이미지마저 잃어버렸다. 도덕성과 국정 운영 능력 면에서 부적격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며 국민의힘의 나쁜 이미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말로만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떠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런 당의 정체성을 실천할 만한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의구심이 듭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민’을 말할 때 국민들은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한 ‘사탕발림’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질과 형식이 따로 노는 정당이 바로 국민의힘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행태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특권의식에서 나옵니다. 국회에 출근할 때 비서진을 대동하고 검은색 고급 세단을 굴리는 ‘행위’(여당도 비슷하지만요)는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상징적인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이런 특권층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면서 실제로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는 정당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줄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서민을 위한 정당을 실천하기 위한 ‘낮은 자세’를 몸으로 직접 보여줘야 합니다. 그 해답을 찾으라고 국민들이 그들을 뽑아준 것입니다.
유력한 대권주자의 부재도 문제입니다. 기득권 이미지보다 오히려 이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는 더 심각합니다. 이미지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바꿔나갈 수 있지만, ‘인물’은 그렇게 해도 쉽게 만들어지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지도자의 역량과 능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이력도 상당히 꼼꼼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그가 걸어온 길도 충분히 그에 걸맞은 ‘대권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보수진영 내에서 그나마 이런 ‘반열’에 오른 사람은 몇 되지 않습니다. ‘이명박근혜’와 같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는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차기 집권이 유력한 대안정당으로 동일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한국 정당은 거의 ‘1인 정당’이었습니다. 김대중의 민주당,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 이런 식이었습니다. ‘1인 독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유력한 대권후보나 대통령이 정당의 대표 주자였습니다. 그 일체성이 정당을 이끄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김종인’이라고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나가는 과객’ 정도로 여깁니다. 차기 주자를 잉태시키기 위해 긴급 투입된 용병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당연히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집니다. 지지정당을 잃고 방황하는 중도층이 특히 이런 징후를 많이 보입니다. 최근의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추세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따른 절망감의 표출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도 그 이유가 됩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미래’를 확신시켜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일사불란하게 그를 중심으로 단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이낙연의 직할체제가 그나마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종종 휘하 의원들에게 ‘입단속’을 명령합니다. 불필요한 설화를 만들지 말라는 명령도 대체로 잘 지켜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따로 노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제원 조해진 의원 등의 비주류는 사사건건 김종인 위원장을 비판합니다. 장외의 홍준표 의원도 김 위원장 견제하기에 바쁩니다. 안 그래도 지난 총선에서 몰락하다시피 한 정당이 같은 식구끼리도 ‘니편 내편’ 티격태격 합니다. 힘이 나올 리 없습니다. 국민의 지지가 몰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따로 노는 정치집단을 국정을 책임질 대안정당으로 생각할 리가 만무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중앙당사를 서울 여의도로 옮겼습니다. 자유한국당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영등포로 떠났다가 2년3개월 만에 다시 의회정치의 중심지 여의도로 복귀했습니다. 이번에 당사로 사들인 남중빌딩 매입가격은 400억원으로 알려집니다. 매입자금은 전국 시도당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권 창출할 수 있는 기운 좋은 터라고 하는데, 새 터에서 새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다짐한다”고 말했습니다. 새집에 집들이한 국민의힘에 재를 뿌릴 생각은 없지만, 지금까지 터가 나빠 그렇게 국민의 불신을 받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기운 좋은 터’는 여의도 400억짜리 빌딩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요? 국민의힘은 으스대는 특권의 갑옷부터 벗고 제대로 덤벼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