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이 한국 유학 꿈꾸지만 가난으로 연 1천만원 유학비가 걸림돌
명문 사립고 한국어 과정엔 한류 꿈꾸는 소녀들 한글이름 갖기 유행도

새벽 5시. 한산한 양곤 국제공항입니다. 곧 인천으로 떠날 미얀마 국적기 MAI 항공기를 유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별기입니다. 코로나로 양국이 심각하지만 향학의 꿈은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 떠나는 학생들은 짐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3, 4년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니 옷가지, 생활용품들이 많습니다. 한국음식에 적응하기까지 간간이 먹을 미얀마 반찬도 비닐로 바리바리 쌌습니다. 저는 미얀마 여러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어 유학 상담을 자주 합니다. 대개 재학 중이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유학길에 오릅니다.

학생들을 모아 놓고 도착 시 주의사항을 다시 얘기해줍니다. 자가격리 주소지참, 위치추적앱, 보건소, 공항서 이동시 대중교통 금지, 격리기간 중 온라인 수업 요령 등. 지켜야 할 수칙들이 너무 많습니다. 떠나는 학생들은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모두 불안한 눈치입니다. 제주로 가는 여학생은 국내선으로 경유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합니다. 처음 가는 코리아. 멀고도 설레는 나라입니다.

유학생들이 예전엔 남학생도 많았는데, 요즘은 여학생들이 훨씬 많습니다. 이 나라는 초중고 선생님, 대학 교수들이 거의가 여성입니다. 교육부처, 교장, 총장이 거의 여성인 것이 좀 특이합니다. 고등학교 교과서가 영어로 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고요. 중고교에 미술, 음악 교육이 없습니다. 지금은 예능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해 한국 Koica에서 파견된 한국선생님들이 왔지만, 최근 비상시국이라 전원 철수하여 아쉬워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국어, 영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6개 과목 모두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주 어려운 시험이고 전국 수험생의 약 35%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시험에 합격한 증서가 곧 졸업장입니다. 우리와 달리 이 시험성적으로 대학이 배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다니지 못한 경우도 많아 유학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한국서 따로 공부할 학과가 있는 거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어능력시험 토픽 3급을 따면 한국의 원하는 대학의 학과를 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어학연수를 1년 정도 하러 갑니다. 미얀마 학생들은 요즘 2년제 전문대학을 선호합니다.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이지요. 호텔경영, 제빵기술, 한식, 일식, 중식, 패션, 디자인, 뷰티, IT, 자동차, 전기, 건축 등의 분야입니다. 이 나라에도 의과대 외에 건축, 컴퓨터, IT, 전통의학 분야에 6년제 대학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실습실이 취약합니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한국행을 꿈꾸지만, 아직은 먼 나라입니다. 집안이 가난한 탓입니다. 한국서 공부하려면 학비, 기숙사비, 생활비, 항공료 등 연간 약 1천만원이 듭니다. 게다가 은행잔고증명도 어학연수 경우 9천 달러, 학부는 2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오늘 떠나는 학생들도 대다수 친인척들이 비용을 모아 자녀들의 꿈을 이뤄준 것이지요. 대단한 일입니다.


제가 사는 도시엔 스노우 퀸 사립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명문고로 한국어 과정이 있어 저희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류를 꿈꾸는 소녀들이지요. 이 학교 여교장선생님은 한국의 미술선생님이 오길 고대하는, 교육에 열정적인 분입니다. 한국어 과정 학생들은 한국이름을 갖고 싶어 합니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얀마 사람들 이름은 길고 한국인이 발음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업 첫날 대개 이름짓기를 합니다. 이 학교 학생들도 다 한국이름이 있습니다. 태희, 소영이, 윤희, 찬미, 지원이, 은형이, 희경이 등.

미얀마 이름은 글자마다 뜻이 있습니다. 태어난 요일에 해당되는 자음을 이름의 첫자에 넣는 게 일반적입니다. 끝자는 부모님 이름 중 한 글자를 따옵니다. 성이 없고 태어난 요일을 중시합니다. 희경이가 묻습니다. 제 이름의 뜻이 뭐예요? 계집 희에 떨칠 경이라고 한다. 크게 될 여성. 제가 대답합니다.

인천행 특별기 MAI가 떠나고 양곤 국제공항을 나섭니다. 저도 한국에 간지가 오래 되었네요. 학생들은 도착해 좌충우돌하며 한국생활에 적응하겠지요. 문득 아직도 가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떠오릅니다. 비대면의 시대에 미얀마 학생들이 현지에서 사이버 과정,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용도 줄이고 불법체류도 줄이고. 한국의 교육부와 법무부가 그 제도를 인정한다면, 길은 열릴 것입니다. 1년은 미얀마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1년은 실습과 기술자격증을 위해 한국으로 가는 교육방식입니다. 유엔이 운영하는 평화대학처럼.
정선교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