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15분 마지막 공양 시간엔 2천여 수도승들 탁발 행렬 장관
타웅타만 호수에선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티크나무다리 볼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만달레이(Mandalay) 아침입니다. 양곤이 제1의 도시라면 만달레이는 제2의 도시입니다. 우리나라 부산쯤 되는 큰 도시입니다. 양곤은 항구가 있는 남부에 있고, 만달레이는 미얀마 중앙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왕들이 나라를 통치했습니다. 그래서 왕궁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거의 양곤에 살지만 이 도시에도 2백여 명 살고 있습니다. 유럽 여행객들은 주로 만달레이 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이 나라를 여행하지요. 인근에 바간(Bagan) 불교유적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도시에는 여러 명소가 있습니다. 버마 왕궁, 만달레이 언덕, 쿠도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마하무니 파고다, 우베인 다리, 마하간다용 수도원, 보석시장 등.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 있습니다. 마하간다용 수도원과 우베인 다리입니다. 아마라푸라 마을에 딱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 15분. 마하간다용 수도원의 마지막 공양이 시작됩니다. 아침과 점심. 미얀마 승려들은 오전 2번의 식사만 합니다. 2천 명의 수도승들이 긴 행렬을 따라 식탁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가장 큰 수도원인 이곳에 이 장면을 보러 외국인들이 많이 옵니다. 새벽에는 삼삼오오 맨발로 탁발을 나갑니다. 집집마다 주는대로 받습니다. 쌀, 반찬, 고기, 과자 그리고 돈도 있습니다. 초기 불교 정신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초기 불교에는 먼 곳도 가까운 곳도 아닌 곳에 사원이 있었습니다. 탁발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도 그 전통을 따릅니다. 언젠가 돈을 푸대로 담아 와 사원에서 수백명 승려들에게 일일이 건네주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원에 기부하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사원은 이 기부를 통해 아동교육, 치료센터, 고아원 등을 돌보게 됩니다.

초기 불교관습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나라. 그래서인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은 대단합니다. 월급을 받으면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님께 보냅니다. 한편 가장 죄악시 하는 범죄가 남의 것을 훔치고 상처주는 일입니다. 형량도 아주 높습니다. 요즘은 마약사범이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부 국경지대에는 아직 반군과의 내전이 있고, 은밀하게 마약이 재배되어 대도시로 흘러들어 옵니다. 현 정부는 마약과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래서 마약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면 최소 10년 이상의 형을 받습니다.

수도원 바로 옆 타웅타만 호수로 갑니다. 넓디넓은 호수 중앙에 우베인 다리(U Bein Bridge)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목조다리입니다. 저도 이 도시에 3년 가까이 살며 셀 수 없이 건너던 다리입니다. 1850년 당시 우베인 시장이 만들었으니 170년이나 되었네요. 미얀마 티크나무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줍니다. 당시엔 궁전을 옮기다 남은 티크목으로 지었습니다. 호수 건너편 마을로 승려들이 탁발하거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도록 배려한 다리입니다.

만달레이 시민들은 타지에서 친지들이 오면 사원을 가거나 이 다리를 찾습니다. 1.2km 다리를 걸으며 사진찍기에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일몰이 아름다운 오후 5시면 다리 위에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요즘은 코로나19와 홍수로 다리가 잠겨 출입이 안됩니다. 이 호수는 역사적으로는 슬픔을 간직한 곳입니다. 옛날에는 왕족이 죄를 범하면 처형하는 장소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미얀마 민주혁명 시절 많은 젊은이들이 죽고, 짝을 잃은 여인들이 걷던 슬픔의 장소였지요. 호숫가에는 하얀 사원이 하나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인상적으로 보이는 파야입니다. 홍수 때는 다리와 함께 늘 잠기는 사원입니다. 그곳엔 한 스님이 삽니다. 사원이 다 잠겨도 꼭대기로 올라가 혼자 그곳을 지킨다고 합니다.

아마라푸라. 미얀마 고대어로 불멸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호수와 수도원과 다리가 있는 마을입니다. 그 옛날엔 이곳으로 왕궁을 옮긴 적도 있습니다. 나라의 불멸을 꿈꾸며. 영국작가 조지 오웰은 20대 초반 이곳 만달레이에서 식민지 경찰로 잠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1백년 전 자신의 에세이에 만달레이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며 심하게 혹평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도시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은 그의 소설들과 한국 노래를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정선교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