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명은 당 외연 중도층으로 확장시키려는 강력한 의지 드러낸 것
정강정책서 '4선 연임 금지' 제외 등 착근‧도약 반대 세력도 만만찮아

 

미래통합당이 6개월만에 간판을 내립니다. 새 당명은 ‘국민의힘’입니다. 다소 어색합니다. 신장개업을 하면서 시쳇말로 ‘개업빨’을 좀 봐야 하는데 ‘이름이 왜 이러냐’는 당 안팎의 반발에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동의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며 읍소를 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수개월 동안 준비한 당명개정과 혁신작업의 모양새가 초반부터 좀 우습게 돼 버렸습니다. 간신히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추인이 되기는 했지만 2일 열리는 전국위원회 최종 의결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힘. 여러분들은 이 당명이 어떻게 들리시는지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먼저 떠오릅니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한국의 당’, ‘위하다’, ‘국민의힘’ 이 세 가지 안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를 들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웃으며 ‘국민의 힘’을 선택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낙점했다는 점과 사실 확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가 ‘웃으며’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왜 ‘웃으며’라는 표현을 굳이 썼을까요?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형제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즉각 나왔습니다. 두 정당이 연대.통합을 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웃으며’ 국민의힘을 찍은 것은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어떤 식으로든 양당이 ‘형제’라는 점을 부각시켜 시너지효과를 노리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흡족해 했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시나리오도 한자락 깔아놓는 게 플랜B 차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민이란 단어는 그간 보수 정당의 명칭으로 별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통상 보수 정당은 ‘자유’ ‘공화’ ‘한국’이란 명칭을 선호해왔습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기존 보수 정당과 비슷한 이름을 쓰면 혁신 이미지가 퇴색된다며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 위원장이 당의 외연을 중도층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지금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닙니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미래통합당’ 합류 전 자신의 임기를 내년 12월말까지로 해 달라고 강하게 압박했지만 거절당했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까지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졸업시험’이 된 것이죠.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년 재보궐 선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승리를 위한 ‘옵션’을 하나라도 더 가지고 있어야 합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당명 논란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다른 모든 ‘국민’이 들어간 당도 합당해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양측을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자신의 행보에 대해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며 향후 양측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문을 닫지 않고 있습니다. 야권 전체 파이의 가장 큰 대상이 바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1승’이 간구한 상황입니다. ‘또 졌네’는 말을 자꾸 듣게 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고 국민들의 평가도 ‘안 된다’는 쪽으로 굳어집니다. 이를 깨기 위해서라도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기회가 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한번 세게 붙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네, 그렇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생명을 연장하고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김종인 위원장과 1승이라도 추가해 일말의 대권주자 불씨를 살려놓을 수 있는 안철수 대표의 ‘합’은 맞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새로운 당명 개정에 숨어 있는 정치학입니다. 

두 번째 짚어봐야 할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에 대한 당 내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울림이 컸다는 것입니다. 이는 김종인 리더십이 여전히 당내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합류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외부인사이고 자신의 계파라고 내세울 수 있는 현역의원도 부족한 상황(당 대표의 오른팔인 사무총장을 원외인사인 김선동 전 의원에게 맡긴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착근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 그가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상당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정강 정책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새 당명은 김 위원장의 읍소작전으로 겨우 지키는 모양새가 됐지만 정강 정책은 몇 가지 기존안에서 후퇴 내지는 삭제가 됐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1일 정강정책 개정에 대한 추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의총에서) 당명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말했으나, 정강정책에 적시된 ‘4선 연임 금지’ 내용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준영 대변인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률가 출신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다선 의원들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며 ‘결사저지’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4선 연임이라는 것이 왜 중요하느냐 하면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국회의원 금배지라는 강력한 권력을 몇몇 계파들이 나눠가지면서 ‘국민’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에서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런 고루하고 꼰대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가 바로 ‘4선 연임 금지’라는 조항입니다. 그냥 의원들이 4선을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의원들에게 긴장감과 개혁의지를 더 불어넣어줄 수 있고 국민들에게도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희생’을 한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결국 기득권 꼰대 정당의 이미지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 4선 연임 금지만이라도 관철되었다면, 언론의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미래통합당 쇄신의 상징으로 남아있었을 겁니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의 착근과 대권주자 도약을 반대하는 세력이 당내에는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4선 연임 금지’같은 쇄신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든 김 위원장이 이번 쇄신작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게 하고 생채기를 줘 깎아내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 ‘반대파’들이 진정으로 당의 미래를 염려했다면 4선 연임 금지에도 찬성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지극히 현실주의 영역에 있습니다. 4선 연임 금지라는 쇄신의 이상적인 면이 설득력을 갖겠지만, 기득권 유지와 권력획득이라는 또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이 지배하는 세상이 바로 정치입니다. 김 위원장 반대파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이번 쇄신책들이 오롯이 당의 미래와 비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대권 전략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반기를 드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통합당 비대위가 당명은 지켰지만, 쇄신의 원동력이 될 정강정책 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혁신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종인의 첫 작품은 이름만 지킨, 4분의 1의 성공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무참히 패배한 통합당으로서는 서로 힘을 모아도 될까 말까한데, 그래서 당 구성원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을 해도 국민들의 반응은 또 천차만별일 것인데,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쇄신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모든 삐걱거림은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의 확고한 대권주자가 아니라는 잠재적인 인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민주자유당(1990)-신한국당(1995)-한나라당(1997)-새누리당(2012)-자유한국당(2017)-미래통합당(2020.2)-국민의힘(2020.9). 한국 보수정당의 30년 이름 역사입니다. 민주와 자유가 다 빠지고 국민이 들어섰습니다. 이것을 보고 국민들이 ‘우리가 이렇게 소중하구나’라고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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