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DB그룹은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김남호 신임 회장은 DB손해보험 지분율 9.01%와 DB Inc. 지분율 16.83%로 최대 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사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증유의 사태가 불러일으킨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 이라며 "회장직을 받아들이게 된 큰 이유는 주주들을 대표해 앞장서서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경영자로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혜쳐 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남호 신임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 졸업 후 1999년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7년에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데 이어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했다.

그룹에는 2009년 1월 정식 입사해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2015년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자이자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중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계속해서 경찰 수사를 피하다가 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올라 지난해 10월 귀국 후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 열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데 대해, 검찰은 양형 등이 부당하다고 보고 항소했다.

김 전 회장의 부재로 그룹은 이근영 회장이 경영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고령으로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퇴임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