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노동계 첫 유튜브 채널 제작·운영
걱정했던 사측, '재밌게 본다' 평가

진행자 “4행시를 하면 어떨까요. 제시어는 ‘와이파이’입니다.”
이상수 위원장 “‘와’이파이가, ‘이’유가 된, ‘파(사)’연이,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노사관계가 더 발전적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지난해 연말 ‘와이파이’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이상수 위원장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진행자가 즉흥적으로 제시한 제안에 거리낌 없이 흔쾌히 답변한 내용이다.
사실 대화 속에서 언급된 ‘와이파이’는 현대차노조 입장에서는 드러내 놓고 얘기할 만큼 썩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사연은 이렇다.
안전사고를 이유로 사측이 와이파이를 차단한다고 통보하자, 노조는 단체협약사항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다수의 언론은 ‘와이파이를 못 보게 해 특근 거부’, ‘유튜브 보면서 차량 조립’, ‘와이파이 끊자 투쟁’ 등 노조의 무리한 떼쓰기라는 식의 제목과 기사를 쏟아냈다. 노조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와이파이가 부각되자 이를 해명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비난일색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굳어진 여론을 뒤엎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현대차노조는 우리나라 기업 노조 중 언론의 관심 1순위다.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해외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과 늘 비교 대상이 된다. 귀족노조라고 불리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노노갈등으로도 꼭 거론되는 대상이다.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노조가 지난 5월 25일 노동계 최초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유니콘TV’는 이런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자’는 방법 중 하나로 탄생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에 자유로운 형식과 유쾌함을 더해, 때로는 진중한 주제로 노조의 순기능을 대중에 알려 이미지 쇄신에 직접 나서보겠다는 취지이다.
유니콘TV 탄생의 숨은 주역 유헌철(52) 현대차지부 영상미디어팀장에게 지난 18일 채널 개설 이유 등을 들어봤다. 개설 23일째를 맞이한 이날 구독자는 약 6000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유니콘TV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교육위원을 할 때 조합원들한테 (노조가) 왜곡되고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현대차노조가 이기적인 집단이고 자기들밖에 모른다는 내용들이다.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은 많이 부각되고 긍정적인 시각은 많이 드러나지 못했다. 많은 역할들을 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이 되는 기사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뤄볼까 고민을 늘 했다. 이미지를 바꿔볼 수 있을까 해서 TV CF도 제작해 지역 케이블에 내보냈다. 하지만 광고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2015년에는 극장 광고도 했는데 그 역시 광고비가 부담스러웠다. 요즘 유튜브를 많이 하니까 좀 더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확한 내막도 없이 단정 지어서 왜곡돼 포장돼버리니까 억울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기획서를 올려서 홍보 방식을 바꿔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노조 사람들은 뿔 달린 괴물처럼 빨갱이처럼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다들 동네 옆집 아저씨고 편안한 사람들인데... 그런 부분을 말씀드려서 새로운 사업으로 시도하게 됐다. 처음 대의원들 같은 경우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조합원과 대중들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하니 다행이 통과가 됐다."
주제들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현대차지부 33년의 역사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과 투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적인 시각을 씻어내기 위해 사회적 역할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그런 것들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민중가요를 해석해서 보여준다든지, 노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울산공장 주변에 노포를 찾아 그분들의 시각을 듣는다든지, 강제징용에 대한 이야기, 정규직 비정규직 이야기도 다루고, 사회공헌 사업을 많이 하는데 기금이 그분들에게 직접 전달이 잘되는지,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가벼운 주제로 노조의 무거운 일들을 희석하기도 하고, 역사적인 문제도 진중하게 다루고 양분화해서 하고 있다."

기존 노동자방송과 차이점은
“노동자방송은 회사의 송출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특히, 노동자 업무를 알리는 정도이고, 좀 깊이 있게 주제를 다루면 제약이 있다. 유튜브는 제약이 없다.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노동계에서 유튜브 영상물을 제작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은 최초로 알고 있다.”
장성규의 워크맨과 비슷한 형태인 것 같다.
“진행자 김진 씨를 면담하고 채용을 했다. 본인이 먼저 준비도 잘 해오고 기대 이상으로 즐거움을 준다. 어찌 보면 노동조합이 어렵고 힘든 얘기들이 많이 있으니까 심각해진다. 그분이 유쾌하게 풀어가니까 자연스럽고 밝아서 좋다. 워크맨 같다. 외모도 닮았다.”
자유분방해서 위원장이나 간부들이 불편해하지 않나요?
“사전에 기본적인 것만 말씀을 드리고 내용들은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들이다. 노조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중에 ‘와이파이’ 같은 것도 지부장한테 사전에 말씀을 드린 게 아니다. 조사를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은 것들을 오히려 이야기하는 것이 더 솔직하고 대중들한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과 회사 반응은?
"현장 활동가나 대의원들은 아직까지 나쁘다고 한 적은 없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내용을 가벼운 것과 의미 있는 내용도 담다보니까 이쪽 분 저쪽 분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5만명의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다보니까 생각들이 다 다르다. 다양함을 나름대로 평균적인 것으로 나눴다. 괜찮다고 한다. 회사는 처음에 노조에서 바로 송출을 하니까, 걱정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회사 측에서도 노조의 어두운 부분이나 부정적인 면을 걷어내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하신 분들도 계시고, 재밌게 본다고 말 한분도 계신다. 본사에서도 내용은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회사에서 봤을 때도 현대차노조가 부정적인 면에서 밝고 긍정적인 면으로 바꿔가는 게, 전체적으로 회사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결국 판매량으로도 이어진다고 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듣고 있다."
구독 수익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한달이 안됐지만 수익이 120달러 정도 발생했다. 대의원들의 허락를 얻어야 될 사항이지만 연말에 사회에 환원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구독자들과 국민께 하고 싶은 말씀은?
"댓글 보면 욕설도 많다. 이것 때문에 현대차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당장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연말까지 얻고 싶은 것은 박수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고 ‘현대차노조가 변하려고 하네. 지켜볼게’하는 그 정도만 형성이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차츰차츰 긴 호흡으로 봐주시면 몇 년에 걸쳐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안티 숫자가 10%는 줄지 않겠나.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것도, 밖에서 무엇 때문에 욕하는지 다 알고 있다. 지금의 혁명은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한테 먼저 손을 내미는 게 혁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대차노조도 그런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회사도 노조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경직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신뢰라는 바탕이 아직까지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회사가 직원들한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돈 몇푼 준다고 마음에 와 닿는 게 아니다. 소소한 것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데 회사가 그런 소소한 감동을 잘 못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