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는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영향력과 장악력이 두드러졌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로는 청와대와 여당 간에는 거리가 생겼고, 엇박자가 툭툭 튀어나왔다.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개헌과 증세 논의의 만류에 당 대표와 원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가 하면, 대통령의 인사에 관해 쓴소리를 질러댔다. 공세적인 야당에 대해서도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 안에 대통령에게 등을 보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정부와 야당의 중간쯤에서 표정관리를 하는 이른바 비박세력이라는 제3의 기류가 자리를 잡고있다.

             비박진영의 형성은 김무성 대표의 작품이다. 원래 친박계였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상황을 저울질하며 정치인 박근혜 주변에서 끊임없이 바둑을 두며 판을 키웠다. 어찌보면 그만큼 인지도를 높이고, 세력을 규합했음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두가지 점에서 김무성의 바둑은 패착의 길을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올바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수사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바처럼 정부와 여당은 한 몸통일진대, 여당이 정부의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 자세와 국정과 협상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한다면 국정의 추동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것은 곧 대통령과 정권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적인 손실이다.

             대통령의 독주나 정부의 실책을 둘러리서거나 눈감으라는 뜻이 결코 아니고, 오히려  문제가 보이면 내일처럼 달려가서 고언과 제안으로 제 몫을 다 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개성이나 입장, 야당의 공세에 대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 정치의 묘미인데, 코피가 터지도록, 잠을 설치도록 전념했었는가?

             정치인 김무성의 꿈은 세력을 규합하고, 느긋한 걸음과 미소로 표정관리를 한다고 이루어질까? 정치적으로 훈련되어진 국민들은 그가 국가를 경영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의 첫 시험대는 당 대표직의 수행능력이다. 그가 적극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가까이 다가가서 약점은 보완하고, 미숙함은 지적하고, 부족함은 메워주는 국정의 파트너 역할을 해내는 일은 그의 리더쉽의 우선적인 평점이 될 것이다. 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야당을 진력을 다해 국정 안으로 끌어들여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포용하는 전략과 기술은 정치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리더쉽의 빈곤을 겪고 있다. 대통령은 소통과 인사 문제로 큰 상처를 받고있고, 야당 지도자들은 국가의 비젼과 정책 제시 대신에 흔들기 정치를 일삼아 스스로 식상함을 불렀다. 거기에 여당은 거리두기와 표정관리의 정치에서 서성이고 있다.  입각하는 의원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당에서 다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강 건너 뱃사공의 위협처럼 들린다. 당.정.청의 협의에서는 당의 우위를 노려 기를 세운다.

             다행히 대통령은 아직 부족하지만 소통과, 인사를 더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야당 대표도 여론을 의식해 융화의 제스쳐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럴 때 김무성 대표도 나라를 위한 큰  포석의 바둑으로 진지하게 뛰어다니면 자신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문재인 새정연 대표에게도, 누구보다 국민에게도 신선한 정치의 어떤 상서로움이 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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