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19,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포비아가 현실화되었다. 국내 확진자수가 며칠 사이에 매일 100~160명도 넘게 늘어나 2월 25일 현재 833명에 이르렀고, 8명이나 사망했다. 대구와 청도는 그야말로 공포의 도시가 되었고, 전국의 모든 시·도로 퍼져서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인 대유행, 판데믹이 우려되고 있다. 지하철도 헐렁하고, 음식점과 상가, 병원까지 썰렁하다. 한국은 이제 진앙지인 중국 다음으로 제 2위의 발병국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스라엘을 비롯해서 18개 국이 한국인 입국을 막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CNN 등 미국 방송들은 계속되는 실시간 방송에서 한국을 코로나바이러스19 위험국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포비아’가 ‘코리아포비아’로 운위되고 있다.

정부는 23일 오후 뒤늦게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여성경제신문은 2주일 전에 이미 본란을 통해 ‘비상상태’에 들어가서, 국무총리가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전쟁을 앞두고 규정 탓만 하면서 데프콘(DEFCON)을 높여 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맞기 마련이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반을 쓸어간 패스트의 악몽을 소설화한 까뮈의 '페스트'는 행정관리와 보건관계자들의 느슨한 자세로 도시 전체가 황폐화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교집단 ‘신천지’는 사실상 수퍼 전염자로 볼 수 있다. 고의적이지 않더라도 그 집회 참여자와 접촉자들이 다수 발병하고, 널리 전염시켰기 때문에 집중적인 방역과 강제적 관리 대상이 되었다. 신천지는 전국민에게, 온 나라의 경제에 막대한 폐를 끼친 일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신도의 명단을 부분적으로 은폐하는 등 비협조적이면 공권력이 개입해야 한다. 종교의 자유와는 별개로 국민의 안전 차원에서 법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 사교집단의 특성과 공격적인 세확장으로 미루어 엄청난 비리가 감추어져 있을 지 모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하는 것은 너무 늦었다. 이 사태의 대처가 보건복지부나, 외교부, 행안부, 기재부, 산자부 등 여러 부서와 관련돼 있고 독자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운 만큼, 총괄지휘자가 벌써부터 있어야 했다. 중국의 출입국 통제도 더 면밀히 검토해서 최악의 경우 일정기간 봉쇄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경기 대책도 특단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추경으로 자금을 푸는 방법으로는 적은 도움이 될지언정 미봉책이 될 것이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에서 1.6%로 대폭 내려다 보았고, 더 나쁘게는 1%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민들에게 당부만 하는 식으로는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이미 도마 위에 놓여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입 다변화가 해답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공허한 지시나 내리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언론 이벤트를 벌이는 데에는 이미 식상해 한다. 대통령이나 총리는 이제 언론 노출을 자제해야 본인들에게도 거부감을 줄일 것이며, 오히려 조용히 막후에서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신뢰를 쌓을 것이다. 청와대 수석회의나 관계자회의는 무슨 필요로 자주 생중계를 하는가? 재야에서 신랄히 비난하던 땡전 뉴스와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할 일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은 사태를 이지경으로 키운 데 대한 진솔한 사과와 대책 수립이다. 실무당국자는 물론, 가장 믿음이 가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을 언론에 내세워 이 사태의 추이와 예방 수칙, 전망 등을 확실하고도 소상하게 실시간으로 자주 전해 줘야 국민들은 신뢰할 것이다.

IMF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에서 5.6%로 낮게 보았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질 경우 4%까지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2%나 추락하면 사회적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무디스는 이번 사태로 세계경제가 2.8%에서 2.5%로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옥스포드 익코노믹스는 2.5%에서 2.3%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수적인 IMF는 0.1% 하락으로 분석했지만 중국은 그 경제적 영향의 책임도 모면할 수 없다. 물론 전염병의 발병을 국가가 책임질 일은 아니며, 병마와 싸우는 주민들에게는 온정을 보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다르다. 발병 초기의 어이없는 조치, 통계의 불투명성, 세계에 전염병을 번지지 않도록 막지 못한 데 대해 국제사회에 통렬하게 사죄해야 한다. 반 이상이 인재이기 때문이다. 중화민족이라는 자존심과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사과의 뜻은 표시하는 것이 지구촌의 리더를 노리던 대국이나 책임감 있는 구성원의  상식일 것이다. 전세계가 지금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극복하는 중국의 미숙함과 후진성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정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도 중국이 당면할 더 심각한 문제는 내부의 갈등일 것이다. 물론 중국은 14억 인구의 6%가 넘는 9000여 만 명의 공산당원들이 정부기관과 기업체까지 속속들이 장악하고 있고, 22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체제를 보위하고 있어서 쉽사리 국가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수면 위로 떠오른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과 지도체제의 무기력함은 수면 아래로 일단 가라앉더라도 속으로는 깊은 앙금이 되어 부글거릴 것이다.

중국 사회주의 국가체제는 원래 농민에 뿌리를 두고 출발했다. 모택동은 스탈린의 도시노동자 위주의 공산혁명 권유를 거부하고 농민을 7할로 삼는 농민혁명을 주도했다. 국민당을 몰아낸 뒤 성공적으로 집권하자 집단농장제 등을 주요 정잭으로 펼쳤지만 실패했고, 등소평이 자본주의 제도를 도입해 세계의 공장으로 일으켰다.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가 공장노동자가 되었고,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급격히 전환한 것이다.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됨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정부의 과도한 세계화 정책과 대기업화의 속도를 주민의 주거와 보건, 교통, 교육, 상.하수도, 쓰레기 문제 등 도시의 생활요건이 따라가기는 힘든 일이었다. 화려한 고층건물들의 후면 후진 골목에는 불결한 환경이 남아 신음하고 있었으며, 빈부격차를 수치화한 지니계수는 한국(0.3)보다도 훨씬 높았고(0.47), 서민들의 생활은 경제성장에 뒤쳐져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다.

중국은 이제 GNI 만 불 시대에 진입했다. 문화생활에도 눈을 뜰 것이며, 인권에도 조금 씩 개안할 때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그런 중국인들의 욕구에 먹잇감을 던져줄 지 모른다. 중국 지도부가 어떤 정치노선을 펼칠 것인가에 달려있다. 국제사회에 겸허하게 금도를 보이면서 내부를 다독이는 내실의 정치를 펴지 않으면 중국은 전염병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고약한 질병으로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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