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승진 등 김택진 일가 가족 폐쇄 경영에 일종의 '경고'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경영권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최근 부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에 대한 갈등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은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견해차이인 셈이다.
앞서 엔씨는 지난 23일 201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 윤송이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Global CSO) 겸 NC 웨스트(북미·유럽 법인) CEO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정진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바 있다.
윤 사장은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MIT 미디어 랩 연구원, SK텔레콤 CI 본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았고, 김택진 엔씨 창업자와 결혼 후 엔씨의 CSO로 재직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넥슨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그의 부인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전무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맡아 국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다른 IT기업과 달리 김 대표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대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윤 사장의 승진 인사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 엔씨소프트 경영진에 지분 투자의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는 공시를 조만간 내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넥슨 측은 "그동안 엔씨소프트에 경영 협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젠 최대주주로서 보장된 경영 참여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이런 주장에 대해 넥슨이 경영권 분쟁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윤 사장의 승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며 "2012년부터 북미·유럽 지역 대표(NC WEST CEO)로 있으면서 기존 히트작인 길드워에 이어 길드워2 역시 성공시킨 공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넥슨이 엔씨의 경영에 일체 개입하지 않아왔던 점을 들며 그동안 누적된 김 대표 가족의 폐쇄적인 소유와 경영, 지배가 넥슨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은 장기적으로 김택진 대표가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경영은 넥슨이 맡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오랫동안 김택진 대표가 가족경영을 계속하면서 외부보다 오너일가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았고 이 과정에서 폐쇄적 의사결정구조가 굳어져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