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알던 일인데 마치 몰랐다는 듯 놀라는 모습 보니 안타까워"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검찰 간부가 은폐했다는 의혹 등을 공론화한 임은정(44·30기) 서울북부지검 검사가 6일 참고인 조사에 나와 "실체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45·33기) 검사의 피해 사실에 대해 "서 검사의 인터뷰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다 알던 일인데 마치 몰랐다는 듯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도 했다.
또 "엄격한 바른 검찰을 지향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는 게 검찰의 현실이지 않느냐"며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부끄러움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뜻을 검찰 수뇌부 모두에게 건의하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임 검사는 "조직 내 여자 간부의 성희롱적 발언도 만만치 않다. 성별이 아닌 갑을·상하·권력의 문제다"라며 "제도개혁을 해야만 검찰권 남용이 근절될 거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 사안도 공수처 도입 등 거시적 안목에서 봐 줬으면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에 대해서는 "의혹을 사실로 생각하면 된다. 제 기억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임 검사는 자신의 SNS에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던 사실을 말한바 있다. 임 검사는 이프로스에 '15년 전 한 선배검사로부터 강제 키스를 당하는 등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글에서 2003년 5월 경주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상관인 한 부장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굳이 아파트 1층까지 데려다주겠다며 따라 내리더니 목이 마르다고 물을 달라 하더라구요. 안이한 생각에 집에서 물 한 잔 드리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 드렸는데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컹한 혀에 술이 확 깼다"고 글에 썼다.
이어 "어찌할 바를 몰라 '부장님 살펴 가십시오' 그냥 아무 일 없는 척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복도식 아파트를 걸어 관사로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고 임 검사는 말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제 등을 확 떠미는 사람이 있었다. 문턱에 발을 걸고 한 손으로 문 모서리를 잡았는데 안으로 들어간 그 자가 제 오른손을 힘껏 잡아당기더군요. '임 검사, 괜찮아…들어와'(라면서)"라고 주장했다. 당시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그 정신에 알려지면 검찰이 망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당시 심경을 밝힌바 있다.
또, 임 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 검사의 피해에 관한 탐문을 하고 다니던 자신을 당시 최교일 검찰국장이 불러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고 호통치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의원은 "서 검사가 성추행 사실조차 알지 못한 저를 지목해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 제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조사단은 임 검사로부터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접한 경위와 최 의원과의 면담 당시 상황, 서 검사가 주장한 인사 불이익 의혹과 관련해 목격했거나 들은 상황 등을 면밀히 청취해 조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