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의 상호 비방 고소 사건이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공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두 기업은 전 세계 가전제품 시장을 놓고도 최강자들이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은 늘 주목의 대상이었다.
내수와 수출시장을 둘러싼 이들 두 업체의 치열한 경쟁사례는 오랜 동안 상호간의 과당 경쟁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상대사를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들 두 업체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 있는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 센터 매장에 자사의 전자제품들을 각각 전시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측 제품에 파손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문짝 연결부가 파손된 것을 두고 LG측 조성진 사장 등 임원진들이 고의적으로 파괴해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며 LG측을 서울지검에 먼저 고소했다. 그러자 LG측도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에 대해 문제의 전시 세탁기 부위 파손의 책임을 삼성측이 일부러 키워 자사를 망신주려고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며 맞고소를 냈다.
이쯤 되면 사태는 경쟁 업체간의 단순한 과당경쟁으로 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왜 하필 외국에서 전시하는 동안 양사가 공동 조사 등을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대신 상대를 맞고소하고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상호 비난 성명전에 열을 올리느냐고 말한다. 양사나 나라 경제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을 갖고 전 세계 고객들 앞에서 톡톡히 나라 망신을 시켰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업체들이 해외에서 제품 혹은 공사 수주를 위해 출혈 경쟁이나 상호 비방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어왔다. 그러나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어느 수준에서 멈추고 상호 타협점을 모색하는 것이 업계 관례처럼 돼 왔다. 이처럼 막무가내로 검찰에 고소까지 하고 외국언론을 상대로 선전전까지 벌이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런데 두 업체의 고소 행태에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검찰까지 나서 LG 본사와 창원공장에 대해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해 업계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영장 남발 처사가 아니냐 하는 것이 재계 인사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고소 사건과 관련해 조용한 수사로 문제를 마무리하기보다 오히려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는 데 검찰까지 끼어드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뜻일 터이다.
일반적으로 쌍방 고소 사건의 경우 고소인 소환과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 전 과정에서 공정성이 크게 감안되는 것이 상례임에도 한쪽을 범죄인 취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 주장을 자세히 파악한 뒤 똑같은 잣대로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는데 유독 LG측에 대해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이 지나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외부에 비치기에 편파 수사로 보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경제 불황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 활동이 이번 압수수색 사태로 더 움추려 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