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홀딩스 지분 70% 보유 김은선·김정균 모자에 3년간 170억원 내부거래 의혹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과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지난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보령제약그룹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파트너사 관계자와 임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종로5가 5평짜리 약국에서 시작해 창업 60주년을 맞은 보령제약그룹이 3세 체제 전환 과정에서 또다시 과도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승계 및 부당이득 논란에 휩싸였다.

'겔포스'와 '용각산'으로 유명한 보령제약그룹은 현재 창업주 김승호(85)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장녀 김은선(59) 보령제약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물론 굵직한 현안은 김승호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녀인 김은정씨는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3세 승계가 진행되면서 김은선 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가 지분 70%를 가지고 있는 보령홀딩스(이하 보령)에 최근 3년간 17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령은 보령제약으로부터 같은 기간에 12억원의 배당금을 챙겨 김은선 회장과 김 상무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줬다.

이런 일감몰아주기가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하림그룹 스타일과 비슷해 시민단체 등은 보령그룹의 편법승계와 부당이득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그룹의 일감몰아주기는 2008년 이후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아예 '정착'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에는 2013년 12월 보령제약 이사 대우로 입사한 김 상무가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해 '3세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이 보령제약그룹의 경영승계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김은선 회장과 김 상무가 지분 70%를 확보하고 있는 보령에 그룹전체에서 17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이사(오른쪽부터)가 지난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보령제약그룹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파트너사 관계자와 전현직 임직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보령제약은 제약 전문기업으로 보령메디앙스, 보령, 보령바이오파마, 킴즈컴, 비알네트콤, 보령파트너스, 보령수앤수, 맘스맘 등 모두 14개사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보령제약의 지분 구조는 보령 31.89%, 김은선 회장 12.24%, 보령메디앙스 5.37%, 김정균 상무 1.4%, 보령중보재단 0.14%다. 

보령의 경우는 김은선 회장이 45%, 김 상무가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다. 결국 보령을 통해 보령제약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편법승계로 말썽을 빚고 있는 하림그룹 김준영씨처럼 김 상무도 보령의 전신인 (주)보령의 지분 25%를 확보할 당시 나이가 26세에 불과했다. 보령제약에 대한 김 상무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선 지주사 전환이나 지분 매수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올해 초 보령이 기업분할돼 지주사격인 보령홀딩스가 신설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보령의 최근 3년(2014~2016) 감사보고서를 보면 보령제약을 통해 올린 매출은 2014년 32억원, 2015년 35억원, 2016년 46억원으로 모두 113억원이다. 

이외에도 보령그룹 다른 계열사인 보령메디앙스, 보령바이오파마, 킴즈컴, 비알네트콤,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보령파트너스, 보령에이엔디메디칼, 보령수앤수, 보령중보재단 등을 통해 2014년 21억원, 2015년 22억원, 2016년 23억원 등 총 66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보령의 전체 매출 대비 특수관계자 비중은 2014년 65%, 2015년 68%, 2016년 7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령의 전체 실적은 보령제약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전방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들쭉날쭉 행보를 보였다.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0.26% 줄어든 81억원, 영업이익은 24% 감소한 24억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124% 급증한 2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은 매출 93억원, 영업이익 38억원, 당기순이익 4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 비중은 임대업 66억5000만원(72%), 기타매출26억1200만원(28%)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김은선 회장과 김 상무는 배당을 통해서도 주머니를 채웠다"고 강조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보령제약은 오너일가가 장악한 보령에 총 12억원을 배당했고 이는 보령제약 전체 배당의 30%에 해당한다.

이에 보령제약 관계자는 "보령은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기업으로 보령제약을 비롯해 계열사들의 사옥을 관리하는 회사인데 '일감몰아주기'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배당금 지급도 주주에게 권리를 챙겨주는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이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진 2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자신의 가족에게 편법승계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라며 "공정위가 나서 현재 재벌대기업에 국한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중소기업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얼마전 창업주 김승호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내것 먼저 챙기면 결국 손해를 본다. 하지만 1%라도 남을 먼저 배려하면 열배, 스무배 자신에게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고 말했다”면서 "김승호-김은선-김정균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체제 완성 과정에서 보령그룹이 진정 이런 가치를 실현할 마음이 있는지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한편 보령제약은 24일 최대주주인 보령홀딩스가 지난 22일부터 자사주 2만10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4만4150원) 기준으로 9억2000여만원어치를 매입한 것이다. 이로써 보령홀딩스의 지분율은 31.89%에서 32.24%가 됐고, 김은선·김정균 모자의 지배력은 더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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