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다' 몽골 흡스굴 호수 (5)

타이가 숲속의 차탄족과 순록
머릉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흡스굴로 가는 네쨋날인 8월 6일.
날씨는 전날과 달리 하루 종일 청명했다. 흡수굴까지의 1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도 비교적 평탄했다. 대부분 비포장이었으나 도로가 그런대로 잘 닦여있었다.
멀리 높지 않은 산을 배경으로 초원 사이사이로 개울이 몇 갈래로 흐르고 노란 야생화가 핀 풀밭에서 야크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풍경은 평화로웠다.
복잡할 것 없는 대초원의 평화로움. 드넓은 초원과 함께 있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그 자체가 번잡한 도시의 빌딩숲에서 빠져나온 나그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차탄족과 순록
흡스굴 호수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차가 멈췄다.
흡스굴 인근 타이가(주: 시베리아 남쪽의 침엽수 산림지대를 지칭함) 숲속에서 순록을 치며 사는 몽골의 소수민족 차탄(Tsaatan)족이 길가로 나와 그들의 전통 장신구 등 작은 기념품을 파는 곳이었다
그들 가까이에 순록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순록이 소나 말처럼 꽤 큰 짐승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크지 않았다. 몰론 우리나라의 꽃사슴보다는 컸지만 어미도 몇 달 된 송아지보다 조금 큰 정도로 보였다. 야생으로 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가축화된 순록들이다.
순록은 10마리도 채 안돼 보였다. 차탄족은 순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과 뒷다리를 끈으로 묶어 놓았다. 움직이면서 풀을 뜯어먹을 수는 있지만 도망가기는 어렵게 해 놓은 것이다.
순록은 차탄족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순록에서 젖과 고기와 가죽 등을 얻는다. 이동할 때는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순록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녹용 등으로 거래되는 순록뿔 때문이란다.
차탄이란 말은 ‘순록을 따라다니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순록 유목민’이란 얘기다.
이 사람들의 거주형태인 아메리칸 인디언의 천막 같이 생긴 원추형의 오르츠도 길 옆에 한 채 지어 놓았다. 관광 및 주거 겸용이다. 몽골 유목민들의 일반적인 거주형태인 지붕이 둥근 게르와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 흡스굴 인근에 사는 차탄족은 3백명 정도 된다고 한다. 한가족에 딸린 순록의 수는 20-50마리 정도. 10여년 전만 해도 1500마리 정도였던 순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500마리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개체수 보존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사진을 찍으려고 순록이 풀을 뜯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그나마 한 차탄족 어린아이가 모두 끌고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차탄족 사내가 우리에게 사진을 찍었으니 요금을 내란다. 우리 돈으로 일인당 약 5천원씩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나오니 따지기도 어려웠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사진도 몇 컷 못 찍고 지불했으니 비싼 요금이다.
그것이 이번 여행길에 순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글/사진 : 세종경제신문 제공)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