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리콜 논란에도 기습 가격인상 소비자 불만 고조…오로지 대주주 위한 고액배당 등 악재 속출

#1. 인천에 사는 자영업자 한모(38·여)씨는 지난해 9월 사전계약을 통해 르노삼성 QM6를 구매했다. 당시 차량 구매를 도왔던 영업사원이 “품질 면에서 경쟁차종을 크게 앞선다”는 설명에 QM6를 생애 첫 SUV로 선택했다. 문제는 한씨가 차량을 인도받고 이틀째 되는 날 발생했다. 퇴근 후 양화대교를 달리던 중 계기판에 “배출가스 장치를 점검해 주십시오”란 경고문구가 떴다. 당황한 한씨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수차례 시동을 끄고 다시 주행하는 걸 반복했지만 경고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2.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전민기(31)씨는 최근 QM6 운전 중 사고가 날 뻔했다. 오르막길에서 정차 후 출발하려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이 뒤로 밀렸다.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액셀러레이터로 발을 옮기려고 하자 다시 차량이 밀렸다. 결국 기어를 P로 바꾸고 시동을 다시 걸어서 재출발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시동 꺼짐은 여러 번 발생했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3. 서울 사당동에 사는 SM6 차주 강모(39·여)씨는 연비 절감을 위해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을 켜고 주행하다 신호 대기 중에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후에도 여러번 이런 현상이 발생하자 영업점 측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을 끄고 타라”였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의 ‘품질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각종 결함 발생으로 논란이 된 ‘SM6’에 이어 프리미엄 전략을 들고 야심차게 출시한 중형 SUV ‘QM6’마저도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품질관리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연구개발비 투자 축소에 이어 ‘쥐꼬리’ 기부금 논란, 리콜 논란에도 전 차종 가격 인상 ‘꼼수’, 대주주들을 위한 배당금 잔치 논란이 도마에 오르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르노삼성의 전략 차종인 QM6는 박 사장이 숫자 ‘6’의 프리미엄 전략과 함께 등장시킨 중형 SUV다. QM6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진동·소음 ▲쏠림현상 ▲허접한 내·외장재 및 옵션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최근에는 품질 문제는 물론 프리미엄 모델에 미치지 못하는 사양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초반 기세가 꺾이며 올 들어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 박 사장이 CEO 취임 후 첫 작품인 SM6는 지난해 9월 엔진제어장치(ECU) 결함으로 6844대를 리콜 조치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과징금 6억1100만원을 부과 받았으며 차체제어장치를 비롯한 4개 부품 제작결함으로 5만1000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하는 등 품질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자체 리콜이 아니라 국토부로 부터 문책성 과징금을 받았다는 것도 악재로 남는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된 신차에 대한 고객 불만과 품질 평가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투명하고 빠르게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있다”면서 “SM6의 경우 첫 리콜이었던 LPG 모델은 출시 반년만에 실시할 정도로 모니터링, 문제 발견, 개선점 개발, 검증, 국토부 보고, 전개 과정을 기민하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 리콜 논란에도 전 차종 가격 인상…‘꼼수’ 지적
최근에는 가격 꼼수 인상 논란도 이어졌다. 최근 르노삼성은 2017년형 모델 출시에 맞춰 SM6와 QM6를 비롯한 전 차종의 가격을 10만~75만원 가량 일제히 인상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고객상담때 알리는 방식을 취해오다 언론의 보도에 의해 알려지자 소비자불만이 이어졌다.
실제로 SM6의 경우 2.0은 2420만~2950만원에서 2440만~3060만원으로, 1.6은 2805만~3250만원에서 2830만~3260만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1.6 터보는 기본사양이던 자동긴급 제동시스템과 차간거리 경보시스템, 사각지대 경보시스템을 옵션으로 돌렸다. 이들 옵션에 차선이탈 경보시스템과 오토매틱 하이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추가할 경우 구형에서는 3319만원에 가능했지만, 2017년형은 3405만원을 줘야 한다. 1.6 터보에 풀 옵션을 갖출 경우 구형은 3579만원이지만 2017년형은 동일한 사양임에도 111만원이 오른 3690만원을 줘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영업맨 출신인 박 사장이 판매에만 급급한 나머지 품질에는 소홀해 ‘품질경영’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시절에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영업 능력을 인정받았던 박 사장이 르노삼성에 입성해 QM3까지는 흥행에 성공했다”며 “이후 SM6, QM6를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품질경영에 흠집이 나고 이제는 마케팅에서도 판단 실수를 일으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SM6의 결함 논란에 이어 꾸준한 판매실적을 유지하던 QM5를 단종시키고 QM6를 구원투수로 등장시킨 박 사장의 판단이 ‘마케팅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르노삼성 등 연구개발비 투자 감소…국내 생산기지 전락 ‘우려’
르노삼성은 최근 신차효과를 통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연구개발비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비 투자 감소가 향후 신차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구개발비용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을수록 연구개발비용을 오히려 늘려야한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43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으며 이는 전년도 보다 55억원 줄어든 수치다. 연구개발비는 줄어들었지만 판매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보다 12% 증가한 총 25만7345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판매의 경우 판매 목표였던 10만대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다소 차량판매가 부진했던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비를 오히려 늘렸다. 현대차는 2조3522억원을, 기아차는 2조1724억원을 투자해 전년대비 각각 8.3%, 8.1%를 늘렸다. 이에 주로 외국계 기업이 소유한 완성차업체들이 신차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의 내수시장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판매량 증진 외에도 국내 고용과 투자에도 기여하기 위해선 연구개발비를 늘려 신차개발에 힘써야한다. 신차 한 대를 내놓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고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신차 개발보다는 현지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작년 사상 최대실적에 배당금 잔치 이어 기부는 ‘축소’
또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대로 대주주를 위해 배당금은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기부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5000만원으로 전년 1억8500만원보다 73.0%(1억3500만원)나 줄어든 금액이다.
작년 르노삼성은 중형세단 SM6와 프리미엄 SUV QM6, 소형 SUV QM3의 활약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2015년 5조183억원에서 2016년 6조2484억원으로 24.5%(1조2301억원)나 늘어 6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8.0%(913억원), 23.6%(593억원) 증가해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신장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기부금은 늘리기 보다 대폭 줄였다.
반면 경쟁사인 한국지엠의 경우 2년 연속 순손실에도 기부금은 17억200만원에서 18억4200만원으로 소폭 늘려 르노삼성과 대조적이다. 기부금 규모부터 약 40배 차이를 보였다.

르노삼성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순익을 모두 배당에 사용키로 했다. 배당규모 역시 역대 최대에 달한다. 이에따라 최대주주인 르노그룹과 2대 주주인 삼성카드에게 순익 대부분이 지급된다.
실제 르노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화끈한 배당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1100억원을 지급했고, 기말배당으로 2500억원을 배정해 당기순이익 전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100%로 지난 2015년 순이익(2512억원)의 1400억원(55.73%)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의 지분 7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르노그룹BV은 2480억원을, 19.9%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 삼성카드는 61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게 됐다. 순익 전액을 사실상 대주주인 르노그룹BV에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해외 본사로 들어가는 것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순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대주주가 전액을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느정도는 회사의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 출범 이후 총 1조5730억원을 연구 개발비로 지급(17년 예상 1750억)했다”며 “향후 르노그룹 차세대 프리미엄 SUV개발을 전 담함에 따라 향후 연구개발비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부금과 관련해서는 “기부금 계정이 법정 기부금에 속해 공식 기부단체에 기부된 금액만 잡히는데 타사처럼 자매 재단을 통하지 않고 자체 기획하고 진행하는 실제 적인 사회공헌활동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부금액은 공시보다 비교 못할 정도로 많다”면서“교통안전캠페인, 코딩캠프, 산학지원, 교보재 지원 등의 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박동훈 사장, 폭스바겐 사태 책임져야
박 사장은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박 사장은 폭스바겐의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가 설립된 2005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사장을 맡아 차량 수입·판매를 총괄했다. 이후 바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4월 르노삼성차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은 폭스바겐 재직 당시 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판매한 혐의를 받아왔다. 지난해 7월 박 사장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시 취재진들에게는 “모른다”며 혐의를 모르쇠로 부인해왔다.

당시 폭스바겐은 차량 수입에 필요한 각종 인증서를 조작하거나, 부품 변경 인증을 받지 않고 차량을 수입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였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성적서와 연비 시험성적서 수십 건을 조작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런 부정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인증 담당 임원 윤모씨로부터 박 전 사장이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묵인하거나 방조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담당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조의연 부장판사로 그는 지난 1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박 사장에 대해 벌금 1억원을 부과하고 약식 기소했다.
당시 상승세를 타던 르노삼성차에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전 폭스바겐코리아의 전 수장으로서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인한 도덕적 의무와 책임의식을 다하기 보다는 자리에 연연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하는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다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니 최순실 게이트 증인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