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가맹점주 "공정한 경쟁 원한다" 유언 남겨...프랜차이즈 본사 치졸한 복수에 비난 쇄도

▲ 11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 가맹점주협의회가 설치한 농성천막이 설치돼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미스터피자의 갑질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14일 인천 중구의 한 동네 피자가게 주인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이 죽음 뒤에는 치즈납품 중단 압력·가게앞 보복출점 등 미스터피자의 참혹한 갑질이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숨진 피자가게 주인 이종윤(41)씨는 토종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의 가맹점주협의회장이었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줄곧 일해온 이씨는 10년전 국내 브랜드 미스터피자의 본사로 자리를 옮기며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가족적인 분위기에 큰 애착을 느꼈다. 입사 8개월 만에 자신의 가게를 내 ‘동네 사장님’이 된 것도 그런 믿음과 신뢰 때문이었다.

그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치솟고 코스닥에 상장까지 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본사는 점차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강남 한복판에 사옥을 짓고, 거대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등 본사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가맹점들은 치솟는 물가·인건비·임대료 때문에 매장 수익은 점점 악화됐다. 여기에 시중가보다 비싼 식자재와 지나친 할인행사도 부담이 됐다. 또 ‘가맹점 매출액의 4%’를 광고비로 냈지만 어디에 쓰였는지 알 길이 없는 점주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 11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 가맹점주협의회가 설치한 농성천막이 설치돼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결국 피자집 운영 8년 동안 이씨에게는 빚만 남았다. 이씨와 가맹점주들의 투쟁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광고비 집행내역 공개, 미집행 광고비 반환, 동의 없는 할인행사 금지 등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본사는 조정을 거부했다. 

오히려 당시 목동점을 운영하던 가맹점주협의회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해지 사유는 당시 가맹점주협의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MPK그룹(미스터피자의 모그룹)이 할인행사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기고 로열티와 별도로 걷은 광고비를 불투명하게 집행했으며 ‘전국 430여개 매장 중에 200여점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라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당시 본사 측은 “가맹점주협의회장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본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며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식자재 공급마저 끊었다. 이후 식자재 공급은 법정다툼 끝에 재개됐지만 본사는 이씨의 영업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가맹점주협의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모습을 본 뒤 이씨가 협의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섰다. 이씨와 본사와의 마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본사 근무경력을 가진 이씨는 다른 점주들과 비교하면 처음엔 본사에 우호적이었다. 중간자 역할을 잘 수행하려고 애썼다. 그래도 한솥밥을 먹던 식구라는 경력 때문에 우호적일줄 알았지만 본사의 ‘갑질’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마침 2015년 8월 이학영 국회의원의 중재로 가맹점주협의회와 본사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월 5억원 광고비 집행’ ‘순매출 30% 초반으로 식자재비 인하’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씨에 대한 ‘갑질’과 '횡포'는 점점 더 심해졌다.

그러다 2016년 4월 악재가 터졌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 정우현(68)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 회장의 일방적인 갑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몇달새 매출은 급락했다.

당시 “미스터피자가 아니라 미스터 갑질이네. 안사먹는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피해 보는 건 가맹점주들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경기 안 좋아 다들 힘들게 일하는데 회장이란 사람이 도움은 못 줄망정 이미지만 깎아 먹고 있으니” “가맹점주들은 무슨 죄냐” 등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씨를 비롯한 가맹점주들은 ‘사고를 친’ 회장을 대신해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본사는 같은 달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가맹점주협의회와 식자재 가격 인하 등을 다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또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2016년 9월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였고, 본사는 10월 협의회장인 이씨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본사는 항고에 재항고를 거듭했다. 이씨는 난생 처음으로 경찰서와 검찰청으로 불려 다녔다. 2016년부터 시작된 본사의 고소고발은 올 2월말까지도 계속됐다. 동료들은 그가 “심리적 압박으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미스터피자와의 인연을 털고 올 1월 이씨는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를 그만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피자연합’이라는 브랜드를 발족해 인천 중구에 작은 가게를 오픈했다. 

협동조합 방식의 회사였다. 현재까지 7곳이 문을 열었고 상반기내 10개로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갑-을=우리’를 내세우며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난 수평적인 프랜차이즈 회사를 추구했다. 식재료도 조합원을 통해 구매했고 광고비도 점주들에게 평등하게 걷어 운영했다. 

▲ 11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 가맹점주협의회가 설치한 농성천막이 설치돼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하지만 미스터피자의 괴롭힘은 끈질겼다. 먼저 식자재 조달 루트를 막아 영업에 타격을 줬다. 피자연합에 치즈를 납품하는 업체가 더이상 식자재를 댈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이씨는 해당업체가 미스터피자에 소스를 납품하고 있는 것은 나중에 알게됐다. ‘피자연합과 거래를 끊지 않으면 소스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압박을 가한 의혹이 불거졌다.

법정 싸움에서 연거푸 진 본사는 이번엔 피자연합 매장이 있는 곳 인근에 직영점을 내는 식의 ‘보복출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동료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50m 떨어진 곳에 경기이천점을 오픈하고, 다음은 이씨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동인천점을 열었다. 폐점한 전 가맹점주들의 가게 바로 옆에 본사가 직영점을 내 집요하게 복수를 한 것이다.

미스터피자 이천점은 전국 매장 중 피자가격이 최저가다. 다른 매장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 볶음밥이나 볶음우동 같은 것들을 판매하고 피자를 주문하면 무료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고 돈까스까지 준다. 전국의 어느 매장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다. 

미스터피자 직영점이 들어선 이후로 피자연합 이천점은 매출이 40%가까이 줄었다. 본사에 항의한 전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출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가맹점이 사라진 폐점 지역에 직영점으로 대체한 것뿐이다”라며 보복출점 의혹에 대해 억울해 했다. 이어 “신규 점포를 오픈 하다보면 할인행사나 이벤트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11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 가맹점주협의회가 설치한 농성천막이 설치돼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씨는 사망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미스터피자 본사의 갑질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국 이씨는 죽음에 내몰려 지난달 27일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은 끝내 하지 못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는 이씨의 마지막 유언장이 된 셈이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미스터피자의 갑질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생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중략) 현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부당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바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기를 바라며 즉각적인 사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상생을 원하지 절대로 본사를 망하게 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점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곡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 11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 앞에 가맹점주협의회가 설치한 농성천막이 설치돼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에 대해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고인이 평소 이런 저런 사업을 벌인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피자사업은 물론 타이어사업에 손을 대 빚이 많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의 사고는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떡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2013∼2014년 그룹 영업익이 31억원에서 14억원대로 추락하는 동안 정우현 회장의 보수(연봉)는 2년 연속 5억8644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도 2억원 가량 받았다. 최근에는 MPK그룹에서 ‘MP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MPK에서 빠진 ‘K’는 ‘KOREA’(한국)의 약자로 그룹 사명변경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최근 사드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겠냐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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