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제출·결정적 진술…주변엔 살가워 '호감 캐릭터' 변모

▲ 장시호씨는 박영수 특검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도우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여기선 아는 대로 다 말씀하셔야 해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이 종료된 가운데 '수사 도우미' 역할은 한 장시호(38·구속기소)씨의 활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지인과 특검에서 마주치자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으라는 조언을 건넸다. 수사 초기부터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은 장씨가 경험에서 우러난 나름의 팁(?)을 전수한 것이다.

장씨는 자신 역시 특검 수사에서 아는 것을 털어놓고 협조하면서 '도우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조카이자 각종 이권을 노리는 과정에 가담한 '공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특검의 실체 규명에 힘을 보태 호감 이미지를 얻었다.

♦ 최순실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 개입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씨의 '외교관 인사 개입' 의혹까지 번진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관련 혐의가 드러난 데는 장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장씨의 진술에 힘입어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힘을 써주는 대가로 최씨가 'K타운 프로젝트' 사업권을 가진 회사 주식을 취득한 혐의를 잡고 소환에 불응하던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해 조사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삼성그룹을 둘러싼 뇌물 수사의 촉매제가 된 '제2 태블릿'의 존재가 특검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장씨가 최씨 집에서 옮겨 나온 짐 속의 태블릿을 기억해 내 제출한 덕분이었다.

장씨가 최씨를 압박하는 결정적 단서를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 특검팀은 설 당일인 1월 28일에도 주요 관련자 중 유일하게 장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종료 직전까지 수시로 소환했다.

♦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넣은뒤 "내일 와서 먹을게요"

▲ 장시호씨는 박영수 특검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도우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자주 드나들다 보니 장씨는 특검 사무실에서 만나는 검사나 수사관 등 주변에 스스럼없이 살갑게 대했다. 

장씨가 이렇게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바랐던 작은 ‘행복’은 아이스크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특검 측으로부터 ‘하겐다x’ 아이스크림을 받고 이를 먹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뒤 “내일 먹겠다”고 말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어 장씨는 “염치없는 부탁이 있다”라며 특검 측에 ‘도넛이 먹고 싶다’고도 얘기했다.

그는 지인은 물론 일면식이 없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고 먼저 인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구속 이후 특검 사무실에 불려 나와 조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에게 장씨가 먼저 "부회장님"이라고 말을 걸며 인사했다는 게 주변 인물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구속 이후 만나지 못하는 어린 아들 얘기가 조사 과정에서 나오면 눈물을 짓곤 했다는 '인간적인' 면모도 알려지면서 호감 이미지에 한몫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압박해 삼성전자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최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기소됐던 장씨는 특검 수사에서는 추가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 “의왕대학원에서 특검 사람들 생각하면서 씨익 웃곤 해요” 손편지 남겨

장씨는 또한 특검팀 사무실에 있는 종이를 이용해 특검팀 주요관계자들에게 “의왕대학원에서 특검 사람들 생각하면서 가끔 씨익 웃곤 해요” 등의 손편지를 남겼다. 장씨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윤석열 팀장, 한동훈 부장검사, 박주성·김영철 검사 등 대기업 수사팀 관계자들이었다고 한다.

장씨는 편지에 “힘든 시간 속에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두 달 동안 여러가지 마음 써 주신 것 감사합니다” “70일이 휘리릭 지나가네요. 고맙습니다” 등 감사 인사와 수사과정에서 느낀 반성의 뜻 등이 담겼다. '의왕대학원'은 장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의미한다.

장씨의 변호인 법무법인 허브 이지훈 변호사는 “조사받는 막간에 종이에 몇 마디씩 써서 건넨 것이다”라며 “'(수사팀)덕분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됐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등의 내용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가끔 이 변호사에게 전한 쪽지에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해서 이렇게 벌을 받나보다” “하나님이 반성하라고 이렇게 주저앉게 하셨나보다”“아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등의 내용을 남겼다고 한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