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강달러 부담에 사상 두번째 규모 유상증자…고유가 악재겹치며 올 수익성 동반하향 우려

"통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에 별다른 대응방법이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
새해 항공업계의 최대 화두는 실적 상승이 아닌 환율 추이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한진해운 사태 악재에도 저유가와 항공수요 증가 쌍끌이 효과로 연간 여객 1억명 시대를 열며 지난해 고공비행을 했던 항공업계가 새해들어 환율 변수에 긴장하고 있다. 미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부추기며 항공업계의 시한폭탄인 외화빚 부담을 키우는 탓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6.3원으로 전일보다 20.1원 떨어지며 쾌속질주를 멈췄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27일 1,096.5원 이후 거침없이 올라 작년 12월 30일 1,210.5원 찍으며 석 달간 114원이나 뛰었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주범은 미 기준 금리인상인데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 항공쪽이다.
업종 특성상 외화빚이 많은데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화상환 부담이 확대돼 수익성에 주름살을 지우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해외 체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모두 달러, 유로 등 외화로 결제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외화부채 중 달러빚은 대한항공이 84억달러(5일 종가기준 약 9조9624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억5100만달러(약 1조원)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장부상으로 대한항공은 840억원, 아시아나는 85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항공업계 맞수임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간 환율 변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달러빚이 전체 부채의 63%를 차지하지만 아시아나는 외화부채 비율이 달러화 24.1%, 유로화 19.8%(6억2300만유로), 엔화 1%(35억5900만엔) 등으로 분산돼 있어 강달러의 타격이 덜한 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올들어 외화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환율이나 유가는 경영외적인 요인이다 보니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아시아나 관계자는 "환율은 변동성이 심한만큼 단정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단계에서 단순히 올라갈 것에 맞춰 대응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추이를 보면서 그때그때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차입금 부담으로 대한항공은 운영자금 4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2015년 1월 실시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이후 최대치다.
높은 부채 부담을 이유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유상증자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말 910%에 이르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4분기 환율 상승으로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710% 수준이다.
이에 증권가는 이날 대규모 유상증자로 대한항공의 주가하락이 불가피해졌다며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항공사 원가구조의 30~40%를 차지하는 유가도 오르고 있어 항공사들의 올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