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 분석 결과 보도…"나를 안거치면 김기춘도 대통령에게 보고서 못내"

▲안봉근(오른쪽)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달 1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집권 초기 "나를 거치지 않으면 김기춘 비서실장도 ‘대장’(박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낼 수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주위에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비서관은 나아가 "정부 주요 인사는 내가 다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게 대장이 관저에 퇴근 후 나에게 개별 거론자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대장에게 한마디만 하면 (청와대) 수석 한둘쯤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정부 인사에 개입했음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세계일보는 12일 "정윤회 문건(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의 초안 성격인 '시중 여론'을 분석한 결과"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시중여론'에는 박 대통령 측근 3인방 중 한 명인 안 전 비서관이 "나를 거치지 않으면 김기춘(비서실장)이도 대장에게 보고서를 낼 수 없다", "각 수석이 자기들이 올린 사람에 대해 나에게 일찍 해달라 등을 물어보면서 내 앞에서 눈치만 보고 슬슬 긴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또 "VIP가 저를 얼마나 끼고 있으려고 하는지 조금도 짬을 주지 않는다. VIP(박 대통령)께서 6시가 되면 관저로 이동하는 데 그때부터 중요한 인사 등에 대해 저에게 물으시고 저는 거의 관저에서 VIP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종합적인 의견을 건의한다"는 말도 했다.

'시중여론'에는 또 "○○○이는 내가 배지를 달아줬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3, 4명쯤은 대장께 이야기할 수 있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고 발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측 인사로 분류되는 '문고리'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정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각종 인사에도 개입한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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