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이어 청와대 앞 100m 행진…오후 6시 본행사후 2차 행진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 집회가 열린 10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헌법재판소라는 관문을 최종 통과하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수 없어 나왔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반복되는 집회로 인한 피로감에다 전날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정타로 촛불 기세가 한풀 꺽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간 듯 보였다.

여의도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하루 만인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는 7번째 대규모 촛불이 켜졌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방면 3개 경로로 사전행진을 진행했다. 2시간 뒤 막이 오르는 본 행사를 앞두고 선발대가 출정한 것이다.

촛불 민심이 국회를 움직여 현직 대통령 탄핵을 끌어냈지만,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민심이 확인된 만큼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 박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행진대는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청와대 100미터 지점인 효자치안센터까지 세 갈래로 나눠 청와대를 둘러쌌다. 3일 6차 주말집회처럼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에워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초 경찰은 율곡로 아래까지 집회를 허용했지만 전날 법원은 그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주최 측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오후 시간대에 한해 허용했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 집회가 열린 10일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 100m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싶어요'라는 문구가 쓰여진 노란풍선을 든 고교생 김현진(17)양과 조현선(17)양은 "탄핵 가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재에서 확정되기 전까진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마지막까지 손놓고 있을수 없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너(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 듯) 따위 명예는 개나 줘라'는 피켓을 들고있는 양광석(50대)씨는 "탄핵 찬성 표가 더 나왔어야 했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라며 "국회에서 가결됐다고 (탄핵이) 통과된게 아니다. 헌재에서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집회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1차 행진대가 광화문을 떠난 이후 주최 측은 속속 합류한 시민들과 '단 하루도 못참겠다. 박근혜를 체포하라',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말로할 때 내려와라'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이날도 어김없이 대형 스크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민중가요가 울려퍼졌다.

스피커에는 간간히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잔잔하게 들리고, 무대 사회자가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다소 벗어난 구호를 외칠때는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오는 등 탄핵 가결로 인해 화기애애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촛불 집회가 열린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끈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분노를 평화로 승화시켜 역사 물줄기를 돌린 한국 국민들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스페인에서 온 아르뚜로(Arturo·31) 씨는 "탄핵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고, 독일인 보른그래버(Borngraeber·38) 씨는 "광화문 촛불민심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뉴스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1차 행진에 앞서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행사를 벌였다.

최순실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나타난 시민도 있었고 음악에 맞춰 율동을 추거나 재미있는 피켓을 든 시민들도 눈에 띄였다.

이날 집회도 시민들의 무료 나눔은 계속됐다.

멀리 울산에서 상경한 한 교육기관 수강생들은 참가자들에게 손난로를 무료로 나눠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이들은 "정치권이 진작 탄핵 절차에 착수했어야 했다"며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본 집회에서는 가수 이은미 씨 등 대중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촛불의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 분위기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 집회가 마치는 오후 7시 30분부터는 다시 종로와 서대문, 청운동길 등 8개 길로 나뉘어 청와대를 향하는 2차 행진이 시작된다.

경찰은 청와대와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228개 중대, 1만 8000여 명을 투입해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