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식권·주차권 중단 등 기자실 운영 정비…공직계 곳곳 혼란·식당가 울상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인 28일 재계는 차분한 분위기속에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대기업들은 진작부터 내부적으로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직원 교육 등 법 시행 대비에 대비해온 터라 충격파는 덜했지만 기자실 운영 방식을 정비하는 등 눈치보기에 분주한 하루였다.
공직사회는 전반적으로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일부 고급식당 등은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기도 했다.
IT 대기업 관계자는 이날 "법무팀 등 관련 부서를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안내 및 교육을 수시로 받아왔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업무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저녁자리를 당분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임직원들이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식으로 알아서 움츠려드는 모양새다.
저녁식사 특성상 비용이 많이 나가는데다 '김영란법 1호 위반자'로 낙인 찍히지 말자는 위기감이 한 몫 했다.
경제단체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홍보와 대관, 기자실 운용 등을 재정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부터 취재편의를 위해 제공해온 장기주차차량 등록을 없애고 1일 한도 내에서 일반 민원인과 같은 수준의 주차권을 지급키로 했다. 기자실은 일정한 등록절차만 갖추면 개방해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주차의 경우 기자와 회원사 등 방문객에 제공해온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기자실도 지금처럼 개방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주차권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기자실도 역시 개방된 형태로 운영하되 그동안 비치해 놓은 다과나 음료 등은 간소화하기로 했다.
일선 기업들은 대관이나 언론대응과 관련해 더욱 몸을 사리는 눈치다.
SK건설은 기자들에게 점심식사 대접을 중단하기로 했고, LG그룹과 SK텔레콤, KT는 기자실에 지급하던 식권을 금지하기로 했다.
취재 편의 차원에서 제공했던 무료 주차권도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아시아나,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롯데백화점 등은 이날부터 기자들에게 주차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KT는 종일 주차권 대신 3시간 주차권만 지급하기로 했다.
LG그룹은 당분간 종전처럼 종일주차권을 제공하되, 향후 1시간 주차권으로 대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법의 직접 적용 대상인 공직사회와 교육계 등은 광범위한 법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일일이 대응할지 등을 놓고 우려와 함께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도비 200만원으로 식권 600장을 구매해 각 부서에 나눠줬다.
이 식권은 민원인이 도청에 들러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점심시간을 넘겨서 민원 처리가 필요할 경우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부서별로 다양한 사례에 대한 질의가 잇따르자 일선 공공기관 감사실 등 담당기관들은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고급식당 등은 손님이 뚝 끊기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한식당도 이날 점심때 빈방이 수두룩했고, 신발장은 텅텅 비었을 만큼 손님이 뜸했다.
식당 관계자는 "어제까지는 예약이 꽉 찼는데 오늘 점심부터 뚝 끊겼다"며 "3만원 미만 메뉴 중심으로 운영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듯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