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장사 거부' 명분 불구 '학벌 순혈주의' 지적도…전문가들 "타대학처럼 재직자특별전형 도입해야"

이화여대의 평생교육단과대 지원사업(평단사업) 추진이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이례적인 연대 투쟁으로 백지화된 가운데 모교의 일개 학사정책에 이들이 강경 대응으로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표면적으로는 학위 장사, 졸속 행정, 경찰 투입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이대’라는 엘리트 의식에 바탕을 둔 '학벌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원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대학발 '금수저' 또는 '갑질' 논란이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학내 구성원들이 고졸재직자를 비롯한 사회적 교육 약자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실업계고(특성화고)를 졸업한 직장인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없이 입학 자격을 주는 제도는 재직자특별전형과 이대 사태로 주목을 받은 평단사업 2개 정도다.
재직자특별전형은 특성화고를 졸업한뒤 산업체 근무경력이 3년이상 되는 재직자가 대상이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이후 현재 91개 대학에서 시행 중인데, 주로 기존 일반 학과의 정원내로 소수 선발된다.
반면 평단사업은 재직자특별전형의 확장판으로 별도의 학부를 설립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자가 고졸직장인 외에 30세 이상 경력단절자를 추가했다는 차별성도 있다. 결국 입학생 전원이 고졸 출신의 만학도다.
교육업계와 이대측에 따르면 2016학년도 수시 및 정시 대학입시에서 이대에 고졸재직자를 위한 특별전형은 없는 실정이다.
30명 정도를 선발하는 '고른기회 전형'이 있지만 이는 '국가보훈대상자'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경제적배려대상자'가 대상이다.
대학 대신 사회진출을 택했던 이들에게 만학의 기회를 주는 통로가 원천 봉쇄돼 있는 셈이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이대는 고졸 여성 취업자 대상의 재직자특별전형을 즉시 개설해 여성의 교육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을 당시 학교측 관계자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에는 이미 고졸 재직자 입학전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아직 없었다"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유사한 흐름이다.
고졸재직자 등에 대한 문호 개방에 대해 이번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단사업이 폐지된 상황에서 재직자특별전형을 도입할 용의가 있냐는 여성경제신문의 질의에 "학교에 평생교육원 등이 충분히 개설돼 있다"며 "만약 논의를 하게 된다면 학교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점을 비켜가는 답변을 내놓았다.
각 대학에 대부분 설치돼 있는 평생교육원은 대학 부설 과정이지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니다. 평생교육원은 학점 인정 과정(학점은행)이나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대학과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고졸재직자나 성인들에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정식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실을 학생들이 모를리 만무하다.
학생들은 또 "(학부과정에서는) 기초학문전공의 특별전형, 재직자전형 등을 강화하고 이 전형에 대한 장학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평생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산업체의 여성 근로자들이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데 무리가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단사업에 참여한 다른 대학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독 이대에서만 대규모 시위가 촉발되는것 역시 '우리는 급이 다르다'는 엘리트 의식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이어진다. 그들만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명분없는 집단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대구대, 명지대, 동국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창원대, 한밭대 등 9곳이다.
일각에서는 평단사업을 둘러싼 이대 사태가 사법고시생과 로스쿨간의 밥그릇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정 집단의 사익보다는 공공의 교육 기회균등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