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 기존보다 20~30% 늘렸다"

"수입산 소고기도 5만 원이 넘어요. 한우, 굴비 등의 선물세트를 5만원에 낮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대신 과일이나 견과류 등과 같은 선물세트의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업계가 추석 등 명절 선물세트 준비에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가운데 벌써 '김영란법 맞춤 4만9900원 선물세트'가 떴다. 2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코너에서는 잣과 대추를 한 상자에 포장한 4만9900원짜리 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었다. 또 반건시 선물세트도 4만9900원에 팔고 있었다.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의 3,5,10(식사 3만원 이하, 선물 5만원 이하,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법칙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는 특히 공직자를 비롯한 언론인, 사립학교 교수 등의 선물을 5만원 이하로 규제하는 사항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올 추석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업계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며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특히 수입 과일이나 건식품, 가공식품 위주의 5만원 이하 상품이 새롭게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 이하 와인세트, 건강선물세트 등을 늘리고 구성품 개수를 기존보다 줄인 청과세트와 견과, 곶감 세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롯데백화점의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은 15%대에 불과하다. 안웅 롯데백화점 대리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5만5000원에 판매하던 키위 선물세트의 가격을 5만원으로 맞추기 위해 24개입에서 20개입으로 개수를 줄인 세트를 선보였다.
강준모 현대백화점 대리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이 20%도 안 된다"며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5만원 짜리 상품 30여종을 새로 출시했다. 주로 밀감세트, 골드키위 세트, 천연조미료 세트, 멸치세트 등이다. 기존 세트보다 개수를 줄인 '알뜰사과,배세트'도 출시됐다.

정희원 신세계백화점 과장은 "김영란법 때문만은 아니지만 1인 가구의 급부상과 같은 싱글 트렌드를 감안해 5만원 이하의 상품비중을 전년대비 20% 늘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비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상품 등장에도 기존에 백화점 선물세트에서 5만원 이상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1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이나 상품권에서 선물세트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3,5,10을 5,10,20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접대 상한액 3만원·선물 상한액 5만원·경조사비 상한액 10만원을 각각 5·10·20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로 잘 나가는 한우나 굴비를 5만원 이하 선물세트로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고가 상품 매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매출 급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에 규정된 금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