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신낙균 의원 과감하게 스커트 정장 탈출…유은혜 의원 '깜짝 청바지 파격'

‘옷은 총보다 강력한 무기’ 여성의원들의 패션변천사

'한복·스커트 정장·바지 정장 이어 흰티에 청바지까지...'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예인 뺨치는 여성 국회의원들의 패션 변천사가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미지 구축이나 메시지 전달을 위한 도구로 패션을 이용하고 있다. 보이는 게 전부나 다름없는 정치인에게 패션은 곧 전략이다.

남성은 반듯한 정장에 타이를 메는 게 보통이지만 여성은 다르다. 여성의원들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을 구사하며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여성의원들이 입는 옷이며 머리 스타일, 장신구는 때때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 박윤옥 의원 '한복 입고 깜짝 의원 선서'...3선 김옥선 의원 '남장 여자'로 유명

   
▲ 박윤옥 의원이 한복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창간한 여성정치전문매체 ‘여성의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대 여성의원들은 단아한 전통 한복을 입고 등원했다. 1대 임영신 의원, 2대 박순천 의원까지만 해도 한복이 '교복' 이었다.

1970년대에 접어 들면서 한복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오랫동안 국회에서 볼수 없었던 한복이 의사당에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2014년 2월.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승계한 박윤옥 의원이 화려한 한복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해 그 시절 향수를 느끼게 했다. 이후 박 의원은 각종 행사에 참여할 때 종종 한복을 즐겨입어 '한복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선 의원을 지내면서 단 한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해온 의원도 있다. 바로 김옥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통이 큰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다녀 ‘남장여자’로 불렸다.

   
▲ 김옥선 의원은 양복 정장에 짦은 머리를 하고 다녀 '남장여자' 의원으로 불렸다. 사진은 7대 국회 당시 김옥선 의원이 문화공보부 국감에 참석해 질의하는 모습. /사진제공=국가기록원

김 의원은 총선 9번에 14대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까지 더해 모두 11번의 선거를 치른 인물이다. 7·9·12대 의원을 역임했는데 7대 국회에선 초대 문공위원을, 이후 농수산위원(9대), 국방위원(12대)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의 정치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유신체제를 거부했던 그는 1975년 10월 정기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공격해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김옥선 파동’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신민당 총재)과는 끈끈한 정계 동지이기도 하다.

♦ "스커트 정장 이젠 굿바이" 과감하게 바지정장 입은 이미경·신낙균 의원

‘일하려면 바지가 편하다’는 생각에 과감히 치마를 벗은 의원도 있다. 15대 국회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원들은 ‘스커트 정장’ 차림이 당연시 됐다. 그 불문율은 깬 주인공은 이미경 의원(당시 통합민주당, 현 더불어민주당)과 신낙균 의원(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이다. 두 의원은 15대 국회에 등원하며 바지 정장을 입었다. 당시 바지 정장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으나, 점차 바지 정장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은 지낸 김영선 의원(새누리당)은 대처 총리나 오프리 윈프리처럼 부드럽고 강단 있으면서도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추구했다. 특히 김 의원의 패션센스는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까지 적절하게 맞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박영선 의원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다운 반듯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진은 박 의원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 하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답게 반듯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강하다. 박 의원은 의정 활동시 재킷에 셔츠나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컬러는 대조를 이뤄 밋밋하지 않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노동운동가로서 일생을 살아온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현장에서 발로 뛴 습관 때문인지 스타일이 내추럴하고 보이시한 편이다. 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이나, 초록색 등 원색 계열의 재킷을 입어 강인하면서도 푸근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한국여성 특유의 동그란 체형을 갖고 있어 어머니 같은 편안한 인상을 풍긴다.

   
▲ 노동운동가로서 일생을 살아온 심상정 의원은 동그란 체형에 평소 강인하면서도 푸근한 스타일을 소화한다. 사진은 심 의원이 2월 여성경제신문 금융혁신 포럼에 참석해 축사하는 장면(왼쪽)과 본지 인터뷰 장면.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17대 국회 이후 여성의원 수가 늘면서 패션 또한 다양해졌다.

그 중 나경원 의원(새누리당, 국회외통위원장)의 패션센스는 단연 으뜸이다. 나 의원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절제미’다. 나 의원은 평소 무채색 정장에 스카프나 코르사주, 브로치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자주 걸어야 해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고 굽이 낮은 단화 스타일 구두를 신는다. 헤어는 동네에서 관리 하거나 국회 미장원을 이용한다.

   
▲ 나경원 의원은 평소 무채색 정장에 스카프나 코르사주, 브로치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 우아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사진은 나 의원이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 하는 모습(왼쪽)과 지난 2월 여성경제신문 금융혁신 포럼에 참석한 모습.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흰티+청바지’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유 의원은 주로 깔끔한 정장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의정보고회 등 유권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는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으며 발로 뛰는 ‘일꾼’ 이미지를 나타낸다.

   
▲ 유은혜 의원은 주로 깔끔한 정장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의정보고회 등 유권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는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으며 발로 뛰는 ‘일꾼’ 이미지를 나타낸다. /사진제공=유은혜 의원실

체육행사가 있는 날엔 티셔츠에 점퍼 차림으로 나간다. 문상 갈 일이 많아 검정색 옷과 그에 맞는 신발을 늘 차에 가지고 다닌다. 화장법은 얼마 전 친구에게서 배워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파우치에 콤팩트도 챙기고 다니면서 식사한 뒤 한 번씩 화장을 고쳐준다.

이처럼 여성의원들의 ‘패션정치’는 짧은 역사임에도 다양성을 유지해 왔다. 우아하게, 때론 이웃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앞에 서는 여성의원들. 그들이 내뿜는 아우라는 패션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은 총보다 강력한 무기’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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