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호 교수, 분노 해결방법 제시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1844~1900)는 말했다. 인간이 분노한다는 것은 자존감과 정의감을 갖고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인간은 모욕감을 느꼈을 때, 혹은 정의가 훼손당하는 현실을 접했을 때 분노하곤 한다. 니체에 따르면 분노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깨어 있는 삶을 살고 있음을 방증해주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분노’는 니체의 철학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사회의 분노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분노 표출에 의해 타인도 변화시키는 힘이 생겼다.
결국 분노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전이돼 세상을 파괴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공포가 존재한다.
분노라는 현상이 단순히 특정 개인의 인성문제, 혹은 우연적 문제가 아닌, 이 사회의 어떤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상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즉 분노가 현대사회의 필연적인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오창호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사 주최한 ‘현대인의 분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심포지엄에서 뒤르깽의 철학을 사회학적으로 접근, 현대인의 분노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뒤르깽(Durkheim)은 19세기 말 유럽 사회를 휩쓴 자살행위를 설명하면서 개인의 자살행위가 사회적 집단의 특성과 분리해 설명할 수 없음을 밝혔다.

자살행위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적 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사회학적 접근방법으로 ‘사회적 자살’을 규명할 수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회적 현상을 현실로 인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전제로 현상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지녀야 한다는 것.
그는 해결책으로 사회가 분노에 대해 치료가 필요한 마음의 질병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해석했다.
분노가 폭발해 일어난 사건을 단순히 범죄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환자로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분노 폭발로 자신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전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격적 행동을 정신과 진료실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신과적 질병은 유전적, 생물학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분노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치료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회를 건강한 혹은 병든 사회로 구분할 때 최근 분노 현상은 이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상”이라며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건강을 진단하듯 사회현상을 통해 사회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 교수는 분노를 치유하는 길은 욕망을 다스리고 현실을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욕망은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감정이지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현실을 변혁하는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며 “이런 욕망이 생산적 능력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이것이 무능력하고 파괴적이며 자학적인 방향, 즉 텅 빈 신체와 암적인 신체의 욕망으로 나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욕망의 실패는 허무주의 혹은 무정부주의로 나아가 모든 규칙을 부정하고 고난을 자유로 승화시키지 못한 채, 분노와 적개심을 키우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