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4%, 성별 다양성 충분히 반영해야…

동아쏘시오그룹 전문의약품 사업사인 동아에스티는 녹십자와 함께 1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CEO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사진은 동아쏘시오그룹 전경./ 사진제공=동아쏘시오그룹

오는 18일은 상장제약기업 30곳 이상이 주주총회를 여는 이른바 '주총데이'다. 이번 주총에서 주요 상장제약사들은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선임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제약업계 주총을 살펴보면 여성 CEO는 없고,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도 남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도입된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성별 다양성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굵직한 현안들이 많다. 업계를 호령했던 CEO들이 떠나는 반면 3세들의 단독 경영체제가 시작된다. 제약업계의 대대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 것. 반면 제약업계 여성 CEO는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는 11일 용인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녹십자는 조순태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안건에서 제외되면서 허은철 사장의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허 사장은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며, 2009년 타계한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으로 경영수업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녹십자의 허 사장 단독 대표체제 전환은 본격적인 3세경영체제로의 돌입을 의미한다.

 

동아쏘시오그룹 전문의약품 사업사인 동아에스티도 1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CEO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동아에스티 김원배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임기 만료시점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신 강수형 사장이 동아에스티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강수형 사장은 그 동안 바이오 연구분야에 몸을 담아왔기 때문에 김원배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연구원 출신 전문경영인으로서 연구개발에 특화된 경영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보령제약, JW중외제약, 삼진제약, 동국제약 등은 연임될 전망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한성권 JW중외제약 사장,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이영욱 동국제약 사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사실상 연임된다.

삼진제약 이성우 사장의 경우 이번에 연임이 확정되면 71세의 나이로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여성 사외이사, JW 중외제약 뿐

올해 상장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사외이사들의 수가 남성 사외이사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제약업계 이사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성별 다양성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JW중외제약은 제약회사 중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가 그 주인공. 이 교수는 국내 최고의 사회약학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서울약대 출신으로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숙명여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국내 약가제도와 제약산업 육성지원 등의 연구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회약학분야에서는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의약품 경제성 부문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번 사외이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제·경영학 학자 출신과 법조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회계 전공이나 의사출신, 공직인사들이 주류였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대규모 R&D 성과를 이뤄낸 만큼 의사출신으로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부문에 정통한 이동호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과 세계 최고의 바이오의과학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김성훈 서울대약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녹십자는 최윤재 고려대 교수를, 동아에스티는 김근수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를, 제일약품은 한성신 연세대 상경대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이밖에 환인제약은 경영학 석사 출신의 조경석 시마나노텍 코리아 매뉴팩쳐링 대표를, 부광약품은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새롭게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일성신약도 손용석 경희대 경영학 교수를 다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 JW중외제약은 제약회사 중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의경 성균관대약대 교수가 그 주인공. 이 교수는 국내 최고의 사회약학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의경 JW중외제약 내정자. /사진제공=JW중외제약

여성 사외이사 늘려야…

앞서 언급했듯 제약업계는 여성사외이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떨어진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진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관리자가 있는 248개 기업(100인 이상) 이사회의 평균 인원은 사내이사 5.9명, 사외이사 2.5명이었다. 이 가운데 여성은 각각 0.3명과 0.1명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사내이사는 5%, 사외이사는 더 낮은 4%가 여성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자 최근 민간에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사외이사를 뽑는 기업에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후보자들의 경력 관리를 지원하는 글로벌 단체인 여성사외이사협회한국 지부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사외이사협회한국 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사로 활동 중이거나 과거에 활동한 여성들과 함께 더 많은 여성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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