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기 제2국 알파고에 211수 끝 불계패

이세돌 9단은 시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대국 초부터 알파고의 변칙수에 밀린 것도, 끝내기 수에 속수무책 당한 것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내용상 완패다. 알파고의 완승이다. 일파고는 잘 한다. 상상 그 이상이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세돌 9단은 시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대국 초부터 알파고의 변칙수에 밀린 것도, 끝내기 수에 속수무책 당한 것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또 제압했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에 211수 끝에 백 불계패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작정한 듯, 알파고를 의식한 맞춤형 전략으로 나왔다. 알파고도 이세돌 9단의 실수를 이끌어내기 위해 초반부터 변칙수를 두며 이세돌 9단을 괴롭혔다.

이날 돌을 바꿔 흑으로 시작한 알파고는 초반 3수째 소목을 두는 등 변칙 수를 연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알파고는 ‘비상식’적인 수를 연발했다. 비상식적 공격은 이세돌 9단을 위협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위해 1만번 대국을 학습한 알파고의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알파고의 전략이 이세돌 9단의 실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알파고는 1분30여초 '생각' 끝에 3수째에 좌상귀 소목을 차지한 것을 두고 심리적 싸움이라 입을 모았다.

3수째에 좌상귀 소목을 차지했다는 것은 “한번 싸우자”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심리적 동요 없이 무난하게 버텨냈다. 이세돌 9단과 프로기사들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바둑 해설자는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자신이 이끌어가는 수를 두는 ‘자기 바둑’보다는 알파고를 의식하는 바둑을 뒀다. 변칙수가 나올때마다 잠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버텼다.

이세돌은 이후 마지막 1분 끝내기에 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인공지능'은 좀처럼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완벽한 끝내기로 마무리해 항복을 받아냈다. 211수 백(이세돌)반계패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알파고의 변칙수는 계속됐다. 알파고는 우하귀로 돌아와 흑이 한 칸 벌린 곳을 들여다봤다. 이 수에 대해선 대다수 프로기사가 의견이 엇갈렸다. ‘악수’라고 지적하기도 “무슨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구심도 품기도 했다.

또 알파고는 37수로 우변 백돌에 입구 자로 어깨를 짚었는데 프로 바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수다.

의외의 수를 당한 이세돌 9단이 10분 가까이 장고하다 중앙으로 밀어 올리자 알파고는 한 수만 받은 뒤 이번에는 좌하귀로 방향을 틀었다.

좌하귀에는 알파고가 먼저 전투를 걸었지만, 이세돌이 하변을 타개하면서 좌변에도 집을 만들어 미세하게나마 앞선 채 중반으로 돌입했다.

이세돌 9단은 중반에 접어들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중반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다 하변에서 집을 확보해 다소 앞섰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이세돌 9단의 승리. 그러나 알파고의 끝내기가 무서웠다.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대국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실수나 허점을 보이면 그 속을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허점이 없었다”고 소회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설상가상 경기 초반 탐색전으로 시간을 다 쓴 이세돌 9단은 146수부터 초읽기에 들어가며 당황한 표정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이세돌 9단은 152수부터 마땅한 수가 없자 빈집 두사이 하단에 백돌을 두며 시간에 쫓긴다는 심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세돌은 이후 마지막 1분 끝내기에 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인공지능'은 좀처럼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완벽한 끝내기로 마무리해 항복을 받아냈다. 211수 백(이세돌)반계패다.

이세돌 9단은 대국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변칙수를 어떻게 대비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알파고가 포석을 어떻게 짜나갈지 궁금했다”며 “매번 혁신적인 수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변칙수를 무조건 막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파고가 실수나 허점을 보이면 그 속을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은 허점이 없었다”며 알파고의 실력을 인정했다.

이세돌 9단은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승부사로 알려졌다. 그리고 아직 경기는 안 끝났다. 전세를 뒤집을지, 아님 무릎을 꿇을지, 다음 경기는 12일 오후 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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