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년실업률 9.2% 최고...적극 취업 나섰지만 일자리 부족 탓

▲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를 기록하며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대학교 가면 실컷 놀 수 있다고요? 다 옛말이에요. 최근 2년새 하루에 학원 서너곳씩 다니며 노력했지만 바늘구멍 뚫기가 쉽지 않아요. '대학 5학년'에게 빨간날은 없어요."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는 김모(27)씨는 매일 학교 도서관으로 등교한다. 이미 8학기를 모두 다녔지만 졸업을 유예해 현재 10학기 째다. 함께 취업스터디를 하는 6명의 멤버중 3명이 김씨처럼 '대학교 5학년' 신세다. 

그는 "아무래도 기업들이 졸업자보다는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졸업을 미루며 재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 있다"며 "지난해 20여곳 정도에 원서를 냈는데 '광탈'의 아픔을 맛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처럼 졸업을 유예하는 극약처방까지 써가며 취업문을 두드리지만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를 기록하며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청년(15~29세) 구직자 10명중 1명이 '백수 신세'인 셈이다. 2014년엔 '5학년 대학생'이 1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이유는 오랫동안 대학에 남아있던 '5학년들'과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있던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취업에 나섰지만 취업문이 그만큼 넓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59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3만7000명 증가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인원은 2011년 41만5000명, 2012년 43만7000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13년 38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2014년 53만3000명으로 증가폭이 커졌지만 1년 만에 다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전에는 구직기간이 일주일만 되면 실업자로 분류했으나 1999년 6월부터는 구직기간을 4주로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성별로 봐도 남자(10.6%)와 여자(7.8%)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해 청년층 경제활동 인구는 전년보다 8만명 늘었지만 취업자 수는 6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조사 시점에 1주일 이상 돈 버는 일을 한 사람이 취업자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작년 전체 실업률은 3.6%로 2010년(3.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0.3%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58.7%를 나타낸 이래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 첫 취업 청년 20%가 1년 이하 '미생'

청년들이 어렵게 취업을 했다 해도 일자리의 질이 낮은 수준이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미생(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첫 직장을 잡은 청년층 400만명 가운데 20.3%(81만2000명)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는 1년 전의 20.1%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 일자리가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청년층이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 비중은 2008년 11.5%에서 2009년 12.7%, 2010년 16.8%로 점차 높아지다가 2011년(20.8%) 이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 정년연장·경기 부진으로 올해 전망도 '우울'

청년들의 눈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도 고용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아 청년들은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올해 청년을 비롯한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수가 작년과 유사한 30만명대 중반을 나타내고 실업률도 올해와 같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성장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은 기업 고용에 큰 악재다.더구나 올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정년이 55~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는 첫 해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여력도 줄면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들은 위기가 닥칠 것을 대비해 지난해 말 인력 감축에 나섰고, 금융권에서는 지난 1년 새 일자리 4만8000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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