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에 대해 “산케이의 관련 기사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청와대가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행방불명됐고 이때 정윤회씨 등과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담은 가토 전 지국장의 보도 직후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고 이어 검찰도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던 사실에 비춰 일반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판결 요지는 보도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분명히 적시하고, 언론의 책임을 환기시키면서도 관련 보도가 비방 의도가 없었고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므로 ‘대통령’이라는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돼 파장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판결인 만큼 그간 박근혜 정부가 언론사에 제기한 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심이라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공론화된다는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검열 방식에 사법부가 분명히 제동을 걸었고, ‘비방의 목적 유무’를 강조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논리를 일관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사법부의 이런 일관된 판결이라 함은 여타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CBS와 한겨레가 지난해 4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조문이 연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 비서실 등으로부터 각각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사건에서도 1심은 모두 피고측인 언론사들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들은 2심 공판을 진행중이다.

세계일보 또한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 관련 보도로 지난해 11월 청와대 비서관 8명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해 현재 수사를 받고 있으나 사법부 판단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언론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은 최근 부쩍 늘어났다. 참여연대가 최근 공개한 ‘박근혜 정부 전반기 국민입막음 소송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부여당, 청와대, 대통령 등이 제기한 총 22건의 소송 중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한 것은 7건으로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국가기관의 명예훼손 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행한 사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인식부족이 낳은 결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언론의 명예훼손죄는 첫째 보도의 의도에 악의가 있어야 하고 둘째 사안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일 때, 마지막으로 사실 확인 노력이 충분할 때 성립되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기관의 보다 올바른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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