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ROA 0%대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
애플카드 손실 10억 달러···비대칭 위험 ↑
브랜드 의존 리스크 확대에 비효율도 우려

애플카드는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지난 2019년에 출시했으나 금융 위험은 골드만삭스가 대부분 부담하고 통제권은 애플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로 인해 파트너십이 종료되고 누적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애플
애플카드는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지난 2019년에 출시했으나 금융 위험은 골드만삭스가 대부분 부담하고 통제권은 애플에 집중된 구조적 문제로 인해 파트너십이 종료되고 누적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애플

국내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애플카드 실패 사례가 ‘브랜드 주도형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모델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내며 카드업계에 또 다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미 기본 체력이 흔들린 상황에서 PLCC 구조가 잘못 설계될 경우 손실이 고스란히 금융사에 누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카드는 국내 카드사들이 현재 마주한 업황과 맞물리는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카드사의 올해 3분기 총자산이익률(ROA)은 대부분 1% 안팎까지 떨어졌다. 신한카드는 3분기 ROA가 0.9%로 직전 분기(1.02%) 대비 0.12%포인트 하락하며 1% 아래로 내려앉았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0.6%에 그쳤고 KB국민카드는 1.08%, 하나카드는 1.27%로 낮아졌다.

ROA는 총자산 대비 순이익으로 신용카드 대금·카드론 등 ‘빌려준 돈’에서 얼마나 이익을 남겼는지를 의미한다. 조달 금리 상승과 대손비용 확대가 겹치면서 전업 카드사의 기초 체력 자체가 빠르게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수익성과 재무 여력이 빠르게 약해지는 시점에서 해외에서는 ‘브랜드 중심 PLCC’가 어떤 파국을 맞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애플카드가 거론된다. 카드업이 흔들릴 때 구조적 취약성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영역 역시 PLCC라는 점에서 업계는 애플카드를 ‘향후 국내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는 위험의 실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카드는 골드만삭스에 누적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발생시킨 대표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카드 설계·고객 경험·데이터·보상 구조는 애플이 주도했고 신용위험·자금 조달·규제 준수·민원 처리 등 핵심 부담은 골드만삭스가 맡는 비대칭적 역할 배분이 고착됐다는 평가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 2024년 애플과 골드만삭스에 대해 분쟁 처리 지연·무이자 안내 오류 등 소비자 보호 문제를 지적하며 8900만 달러 이상의 제재를 부과했다. 분쟁·환불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확대가 진행된 점도 비용 증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2023~2024년 애플과의 파트너십 종료 의사를 공식화했고 계약 만기 2030년 이전 조기 종료를 전제로 후속 파트너 탐색이 진행됐다.

한편 국내 PLCC 시장은 최근 들어 제휴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이 제휴 카드를 이전하거나 새롭게 파트너를 선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카드사 간 고객 확보 경쟁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신한카드는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최초 PLCC인 ‘카카오뱅크 줍줍 신한카드’를 출시했으며 전월 실적 조건 없이 최대 2% 캐시백 제공 등 범용성을 강화했다. 최근 삼성카드는 스타벅스와 새롭게 제휴를 체결하며 현대카드 독점이 종료된 후 혜택을 업그레이드한 ‘스타벅스 삼성카드’를 내놨다.

배달의민족 역시 현대카드와 기존 제휴를 종료하고 신한카드와 협업해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이 밖에도 GS리테일과의 ‘GS ALL 신한카드(2기)’를 재정비해 통합 멤버십 중심의 적립 혜택을 강화했다.

애플카드 사례에서 확인된 구조적 위험은 국내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력이 브랜드사에 집중되면서 데이터 접근 범위 확대, 보상 설계 공동 관여, 마케팅 비용 분담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카드사는 인기 브랜드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 부담을 수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품별 손익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브랜드사 중심의 조건이 확대될 경우 카드사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PLCC의 단일 브랜드 의존도도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혜택 구조가 특정 브랜드 이용에 집중돼 있어 제휴사의 전략 변화·사업 환경 악화·평판 리스크가 직접적 영향으로 이어진다. 제휴 종료 시 신규 고객 유입이 감소하고 기존 이용률도 급락해 수익성이 저하될 뿐 아니라 시스템 전환·혜택 변경·고객 안내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PLCC 수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브랜드 의존 리스크는 포트폴리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데이터 통제권 문제도 국내 PLCC 시장에서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PLCC는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브랜드사가 보유한 플랫폼 이용 데이터를 통합하여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는 구조다. 브랜드사가 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를 요구할 경우 카드사는 신용위험 평가와 이상 거래 탐지 등 본연의 기능 수행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애플카드의 분쟁 미전달·지연 처리 사례는 업무 흐름이 복잡해질수록 운영·규제 리스크가 증가함을 시사한다.

IT·내부통제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PLCC는 일반 카드보다 시스템 커스터마이징 비중이 높고 제휴 플랫폼과의 데이터 연동·멤버십 운영·프로모션 설계 등 운영 복잡도가 크다. PLCC 포트폴리오가 확대될수록 IT 리스크와 내부통제 부담 역시 증가한다.

기술적 문제는 규제 이슈로 연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제재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국내 카드사는 제도적으로 발급 권한과 리스크 관리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같은 극단적 비대칭 구조가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감독규정에 따라 신용공여·건전성 규제·연체 관리 책임은 카드사에 있으므로 감독당국이 PLCC를 일반 카드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안전판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PLCC 매출 비중이 증가할수록 개별 계약 조건이 회사 전체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 혜택·비용 분담·데이터 활용 범위·위험 분담 방식 등 계약 요소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성공한 PLCC 몇 개가 손실 제품을 상쇄하는 구조에서 비효율적 PLCC가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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