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가 꼽은 최악의 선택은?
담배=확정된 재앙, 술=빈틈있다

# 사회생활 5년 차 직장인 A씨(30)에게 퇴근 후 동기들과 나누는 술 한 잔은 지친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숯불에 바싹 구운 고기에 소주를 곁들이고 취기가 오를 때쯤 밖으로 나가 피우는 담배 한 대는 ‘금상첨화’다. 하지만 매년 건강검진 결과표에 찍힌 ‘주의’ 경고등을 볼 때마다 A씨는 "둘 중 하나는 줄여야겠다"고 다짐한다. 문제는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술자리에 가면 담배가 당기고 담배를 피우면 술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정답은 단연 "둘 다 끊으라"는 것이다. 한데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다. 굳이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를 먼저 끊어야 한다면 의학적 통계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담배: ‘확정된 재앙’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배는 그 어떤 경우에도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절대 악(惡)’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흡연자 사망 통계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수명이 평균 약 10년 단축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 1위’로 주저 없이 흡연을 꼽는다. 흡연은 전체 폐암 사망의 약 80~90%를 차지하며 관상동맥 질환 및 뇌졸중 위험을 2~4배까지 증가시킨다.
술에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이라도 존재하지만, 담배에는 ‘안전한 흡연량’ 자체가 없다. 하루 한 개비를 피우나 한 갑을 피우나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발암 물질이 DNA를 공격하는 메커니즘은 연기가 몸에 들어오는 즉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의학저널(BMJ)이 2018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담배를 딱 한 개비만 피워도 비흡연자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남성은 48%, 여성은 57%나 높았다. 담배에 있어서 ‘줄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술도 1급 발암물질이지만… ‘회복 가능성’은 달라
최근 의학계는 알코올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해진 추세다. 과거엔 "하루 와인 한 잔은 심장에 좋다"는 속설이 통용됐지만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2018)에 게재된 전 세계 195개국 대상 연구는 "가장 안전한 음주량은 ‘0’이다"라고 못 박았다. 알코올 역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다만 담배와 극단적으로 비교했을 때 ‘사회적 비용’과 ‘급성 독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가치오 테쓰야 오사카부립대병원 내과 전문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코올은 섭취량에 비례해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반면, 소량(하루 1잔 이하) 섭취 시에는 흡연만큼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혈관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담배 연기는 폐포를 영구적으로 파괴(폐기종)해 되돌릴 수 없게 만들지만, 간(Liver)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재생 능력이 뛰어난 장기"라며 "일정 기간 금주하면 간 수치는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이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지난해 6월 진행한 역학 연구 ‘음주와 흡연 상호 관계’에 따르면 음주와 흡연을 병행할 경우 식도암 발생 위험은 ‘상승작용(Synergy Effect)’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일종의 유기 용매다. 담배 연기 속의 발암 물질(비소, 카드뮴 등)이 알코올에 녹아들어 구강과 식도 점막 깊숙이 침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술과 담배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둘 다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식도암 위험이 최대 190배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테쓰야 교수는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면서 "무조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다고 액상형 전자담배로 눈을 돌려서도 안 된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에 모두 포함된 니코틴의 중독성은 헤로인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금연하면 20분 뒤부터 혈압이 정상화되고, 10년이 지나면 폐암 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술은 ‘절주’라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담배는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에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테쓰야 교수는 "간혹 ‘술 마실 때만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식도와 혈관을 가장 빠르게 망가뜨리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최근 20~30대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아직 출시 기간이 짧은 전자담배의 악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여기에 술까지 더해진다면 급성 심장마비 등 ‘돌연사’ 위험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