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실적은 견조하지만 밸류 부담 확대되는 국면
상위 종목 쏠림과 금리 변수로 거품론 재부상
실적·투자 지출 확대, 버블과 다른 근거로 언급
인프라·소프트웨어·공급망이 중요한 판단 기준

AI 시장의 실적 기반 확장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AI 시장의 실적 기반 확장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AI 기술주를 둘러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국 지수는 AI 수요의 견조함과 밸류에이션 부담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흐름이다. 단기 차익 실현이라는 표면적 요인 외에도 일부 투자기관이 AI 투자 사이클을 과열 국면으로 해석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실적 기반 수요가 확대되는 성장기로 판단하는 등 거품론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점도 변동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거품 우려가 반복되는 이유는 S&P500 상위 종목에 수요가 집중된 구조, 고금리 환경에서 확대된 밸류에이션 리스크,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선반영된 주가 흐름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2000년대 닷컴 버블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인터넷 사업의 잠재력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의 AI 시장은 실제 매출·수익과 인프라 투자가 동반되고 있으며 기업·정부·국가 단위의 자본지출이 이미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로 꼽힌다.

시장이 바라보는 위험 신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S&P500 상위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사적으로도 드물 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쏠림 현상은 2000년 닷컴 버블 직전과 유사한 흐름으로 해석되며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둘째, AI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현재 실적이 아닌 5년~10년 뒤 성장 스토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할인율 부담은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이런 우려는 자연스럽게 닷컴 버블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시장은 인터넷의 잠재력에 과도하게 기대를 걸었고 실적 기반 없이도 ‘닷컴(.com)’이라는 기업명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실제 수익이 뒤따르지 않자 버블은 빠르게 붕괴했고 나스닥 지수는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일부 투자기관이 현재 AI 시장을 같은 틀로 비교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특정 종목이 지수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점, 기대가 실제 실적보다 앞서간다는 점, 금리 부담이 커진 환경 등이 유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AI 시장을 닷컴 버블과 동일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흐름은 ‘기대’가 아니라 ‘매출’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이 지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 570억1000만 달러 가운데 약 90%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했다. 매출 증가 속도도 빠르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분기 대비 다시 66%로 반등했고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 매출을 65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블랙웰(B100) GPU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주문 규모가 50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1GW급 AI 인프라 구축 시 블랙웰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는 설명과 함께, 클라우드용 GPU가 이미 소진된 상태라는 점도 언급됐다. 공급과 수요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투자 흐름에 기반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대한 수출을 허용하면서 블랙웰 7만 개 공급 계약이 추가됐다. 한국 기업 대상 26만 장 공급 계획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중동 지역이 신규 매출처로 편입되는 변화다. 엔비디아는 사우디에서 휴메인과 xAI와 함께 500M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어 인프라 사업 확대도 확인된다.

젠슨황은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AI 버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의 관점은 매우 다르다"며 "AI 생태계는 더 많은 신규 파운데이션 모델 제작자, 더 많은 AI 스타트업, 더 많은 산업, 더 많은 국가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AI 도입이 특정 영역에 국한된 국지적 흐름이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흐름은 엔비디아 실적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업의 투자 지출 확대와도 맞물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이클을 단순한 과열 단계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속되는 AI Capex: 수익성은 문제, 버블 우려는 과도’ 보고서에서 "버블론은 과도하지만 빅테크 수익성 우려는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AI 과열경쟁 국면에서 빅테크의 공격적인 Capex(설비투자비용) 투자는 불가피한 가운데 이미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지출이 예정되어 있고 추정치 상향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현금흐름 압박이 생기기 시작함에 따른 회사채 발행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며 수익성 논란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사채 발행과 함께 나타난 CDS(신용부도스와프) 동반 상승이 AI 버블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에 이어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중소형 AI 기업과는 다르게 빅테크의 현금여력은 충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미국 비금융기업의 세전이익 대비 이자비용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위치해 있다. 올해 들어 세전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이익 과대포장 논란도 있지만 현재 레벨은 회사채 발행이 버블 붕괴를 의미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금리"라며 "10월 FOMC 이후로 금리인하 사이클 지속에 대한 의문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금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비교적 낮은 조달금리를 통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2026년을 기준으로 한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AI 연산에 필요한 물리적 인프라다. GPU 공급망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전력·냉각·장비 등 인프라 확장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산업군이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는 투자 중심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소프트웨어다. 실제 활용을 통해 비용 절감이나 효율 개선이 확인되는 기업들이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엔비디아와 같은 초대형 기술주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으면서도 필수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패키징, 기판, 테스트 장비 등은 중장기 AI 사이클과 맞물려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산업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점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실적 기반 수요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과열 구간을 경계하되 핵심 축에 대한 장기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의 단기 조정이 오히려 투자 대상을 선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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