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다음은 'MASH'···30조 시장 선점 전쟁
마드리갈 독주 흔들, 릴리·노보 '병용' 승부수
한미·유한·동아ST 맹추격, "제2의 잭팟 쏜다"

비만을 정복한 제약사가 지방간염으로 타켓을 바꾸고 있다. 일명 'MASH', 지방간염이 '넥스트 위고비'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휩쓸고 간 비만약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로 쏠리고 있다.
밥, 빵, 달달한 음료를 과하게 먹으면 우리 몸이 쓰고 남은 에너지를 간에 지방 형태로 차곡차곡 저장한다. 이 지방이 오래되면 독성을 뿜어 간세포를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켜 간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 수 있다. 이걸 MASH라고 한다.
MASH 시장은 환자는 넘쳐나는데 확실한 치료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른바 '무주공산(無主空山)'이자 30조원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데이터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MASH 치료제 시장은 2026년부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2030년경 3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불씨를 당긴 건 미국 바이오기업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다. 자사가 개발한 '레즈디프라(Rezdiffra)'는 지난 2024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의 MASH 치료제로 가속 승인받았다.
출시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레즈디프라는 시장에 안착했지만 '완벽한 구원투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간의 염증은 줄여주지만 섬유화(간이 딱딱해지는 증상) 개선 효과와 투약 편의성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빈틈을 비만 치료제 강자인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기존 비만 치료 성분(GLP-1 등)이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지방간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다른 기전의 약물을 섞는 '병용 요법'으로 시장 장악을 노린다. 살도 빼고 간도 고치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흐름에 올라탔다. 글로벌 빅파마가 탐낼만한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에 1조원대로 기술 수출된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선두주자다. GLP-1과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로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비만약 대비 지방간 개선 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SD가 직접 주도하는 임상인 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DA-1241'도 다크호스다. GPR119라는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은 비만약(세마글루타이드)과의 병용 투여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먹는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주사제 대비 편의성 경쟁력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MASH 치료제 개발이 '고위험' 영역임을 강조한다. 과거 길리어드, 화이자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도 임상에서 고배를 마신 전례가 수두룩하다. 간 조직검사(생검)를 통한 효능 입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로버트 브라운 주니어 뉴욕 웰코넬 의과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MASH는 개발 난도가 매우 높은 영역"이라며 "단독 개발보다는 자금력과 임상 노하우가 있는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이어 "임상 단계 진입에 따른 학회 발표 데이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