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전용 브랜드 '우리 원더 라이프'
동양·ABL생명 인수 후 사업 연계 구상
그룹 산하 연구소, 일본 사례 벤치마킹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금융권의 시니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은행의 프리미엄 시니어 플랫폼과 보험 부문의 요양·간병 사업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마무리 단계에 둔 상황에서 일본식 간병금융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시니어 케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시장 선점 효과에 관심이 모인다.
20열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금융은 시니어 시장을 은행의 고객 접점과 보험의 요양·보장 기능으로 나눠 접근하며 전략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고객 전용 브랜드 ‘우리 원더라이프(Woori Wonder Life)’를 앞세워 오프라인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경험 기반 전략을 내세웠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살롱 드 원더라이프(Salon de WONDER LIFE)’는 단순한 상담 창구를 넘어선 전략적 거점으로 여가·문화·금융 상담이 결합된 자율참여형 특화 공간이다. 50세 이상 우수고객을 예약제로 초청하는 방식이며 시니어 세대의 선호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된 세 개의 서비스 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원더 세미나살롱’에서는 증여·상속, 절세, 부동산 전망 등 실생활에 밀접한 재테크 강좌와 미술·와인·인문학 등 교양 콘텐츠를 함께 운영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를 갖췄다. ‘원더 금융살롱’은 WM 전문 상담 공간으로 마련해 문화 활동 후 자연스럽게 자산 포트폴리오 점검 및 심층 상담으로 연계되는 구도가 특징이다. 또 우리은행은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 내 시니어 전용 메뉴를 별도로 구성해 디지털 접근성도 강화했다.
은행 부문에서 구축 중인 ‘프리미엄 경험 플랫폼’은 향후 그룹 전체의 시니어 전략을 뒷받침하는 진입 채널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청담점을 시작으로 명동 등 주요 거점으로 특화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며, 시니어 고객군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인지도 강화가 기대된다.
보험 부문은 우리금융 시니어 전략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요양·간병 금융’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정책적·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하기 위해 일본 경제 전반을 심층 분석한 ‘일본 경제 대전환’을 발간했다.
일본 간병보험 가입률은 2009년 13.7%에서 2024년 20.1%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며 공적보험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개인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소는 요양 하우징과 케어 서비스가 시니어 금융의 구조적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일본 현지 요양시설 방문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금융의 실행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거쳤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이러한 전략과 맞물린다. 두 생명보험사는 고령층 보장성 상품 라인업을 갖춘 만큼 인수 이후에는 간병보험·치매보험 강화와 돌봄 연계 금융상품 확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은행의 유언대용신탁과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연계해 상속·간병·자산관리 전 과정을 통합 제공하는 모델도 논의되고 있다.
생명보험사에 허용된 요양 자회사 설립 규정을 고려하면 우리금융 역시 요양·케어 인프라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룹 내 유휴 부동산 활용이나 리츠(REITs) 기반의 시니어 하우징 사업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금융지주가 단순 금융 서비스를 넘어 시니어 대상 케어·주거·보장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의료비와 장기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후 간담회에서 보험사 인수 후 시니어 전략에 대한 그룹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우리금융연구소에서도 시니어 하우징, 시니어 케어 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 사업 전략을 구사하면 좋을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니어 사업과 관련해서는 일본 현지에 있는 요양 시설을 방문해 시사점을 내부 공유하고 있는 단계"라며 "시니어 사업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 새롭게 편입되는 보험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소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니어 케어 사업은 부지 확보, 인허가, 운영 안정성 등 초기 장벽이 높아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브랜드 전략과 보험사 시너지, 요양 인프라 구축의 속도에서 차별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KB·신한·하나금융은 이미 요양 자회사를 설립했거나 복지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어 후발주자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우리금융의 시니어 전략은 은행이 구축하는 프리미엄 고객 경험과 보험사가 확장하는 요양·보장 체계를 결합해 고령층의 전 생애주기 수요를 포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본식 간병금융 모델을 국내 규제와 고객 특성에 맞게 어떻게 구현할지 그리고 그룹 내 계열사가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느껴질 만큼 촘촘한 협업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