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감시 피해 잠수정·공기부양정 은폐
선별 어려운 암반 숨으면 선제 타격 불가
韓 킬체인 무력화 우려, 전략 수정 시급

북한이 순위도 등 동서해 5곳의 섬을 뚫어 만든 '지하 해군 요새'가 포착됐다. 위성 감시를 피해 잠수정을 은폐하고 기습 남침을 노리는 치명적 시설로 천안함 피격 당시의 비밀이 풀렸다. /구글 어스, 구글 제미나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북한이 순위도 등 동서해 5곳의 섬을 뚫어 만든 '지하 해군 요새'가 포착됐다. 위성 감시를 피해 잠수정을 은폐하고 기습 남침을 노리는 치명적 시설로 천안함 피격 당시의 비밀이 풀렸다. /구글 어스, 구글 제미나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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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23일 중앙일보는 '위성사진에 잡힌 북한군의 비밀' 보도를 통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정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북한의 '지하 요새화'된 해군 기지를 국내 최초로 지목했다. 서해의 수많은 섬에 터널을 뚫고 그 안쪽으로 잠수정을 숨기면 아무리 뛰어난 첩보 위성이라도 산속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18일 여성경제신문은 구글 제미나이와 구글 어스 위성 분석을 교차 검증해 북한이 구축한 대표적인 '지하 요새 해군 기지' 5곳의 좌표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북한은 동·서해 군사 요충지의 섬과 해안 절벽을 뚫어 거대한 지하 격납고를 건설했다. 평시에는 이곳에 전력을 은폐하고 전시에는 기습 출격하는 전술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 서해함대 순위도 해군기지: '섬 관통형' 지하 요새의 실체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서해함대 소속 순위도 해군기지다. 옹진반도 서쪽에 위치한 순위도는 마치 섬 전체가 거대한 구멍 뚫린 치즈와 같다. 

서해 순위도가 섬을 뚫은 'ㄷ'자형 지하 요새. 백령도 코앞에서 위성 감시를 피해 공기부양정을 숨기는 이 시설은 기습 남침의 비밀 통로다. 감시망을 무력화하는 치명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구글 어스
서해 순위도가 섬을 뚫은 'ㄷ'자형 지하 요새. 백령도 코앞에서 위성 감시를 피해 공기부양정을 숨기는 이 시설은 기습 남침의 비밀 통로다. 감시망을 무력화하는 치명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구글 어스

구글 어스 위성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섬의 북쪽 해안 암반을 'ㄷ'자 형태로 뚫어 동쪽과 서쪽으로 터널 입구를 낸 것이 선명하게 식별된다. 북쪽 해안선을 따라 양방향으로 진입이 가능한 이 시설은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나 반잠수정이 직접 산속으로 들어가 은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섬 관통형' 지하 요새는 함정을 완벽히 은닉할 수 있어 위성 감시를 무력화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특히 백령도와 불과 15~20km 거리에 위치해 유사시 우리 서해 5도를 향한 북한의 기습 침투 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함정이 지하 요새에 들어가면 위성이나 감시장비로는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우리 군의 대응 작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 동해함대 마양도 기지: 잠수함의 '벌집'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 위치한 마양도 해군기지는 북한 잠수함 전력의 핵심 본거지다. 이곳은 북한의 로미오급 및 상어급 잠수함의 수리 및 보급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섬 전체가 마치 벌집처럼 수많은 지하 격납고와 터널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잠수함의 심장부 마양도가 섬 전체를 뚫은 '벌집'형 지하 요새로 확인됐다. 잠수함이 산속 터널로 직접 진입해 위성 감시를 피해 정비한다. /구글 어스
북한 잠수함의 심장부 마양도가 섬 전체를 뚫은 '벌집'형 지하 요새로 확인됐다. 잠수함이 산속 터널로 직접 진입해 위성 감시를 피해 정비한다. /구글 어스

위성 사진을 통해 부두와 함께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은폐된 통로가 확인된다. 이 터널은 잠수함이 직접 드나들 수 있는 지하 시설로 함정들이 외부 노출 없이 안전하게 정박하고 정비받을 수 있게 한다. 북한 잠수함의 생존성을 극대화하고, 우리 동해함대 감시망을 효과적으로 회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동해함대 차호 기지: 지하 잠수함 기지의 전형 

함경남도 리원군 차호리에 위치한 차호 해군기지는 마양도와 함께 동해함대 잠수함 전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이곳은 산기슭을 뚫어 만든 거대한 콘크리트 터널형 격납고를 갖추고 있다.

위성 사진을 판독해 보면 항구 안쪽 산으로 향하는 입구가 선명하게 식별된다. 북한은 유사시 미군과 한국 공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로미오급(1800t) 및 상어급(325t) 잠수함을 지하 터널 속에 숨겨두고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 핵심 차호 기지는 산을 뚫은 거대 콘크리트 요새다. 로미오급 잠수함이 수중에서 터널로 바로 진입해 폭격을 피한다. 은밀한 기동으로 개전 초기 생존성을 확보하는 치명적 시설로 알려졌다. /구글 어스
동해 핵심 차호 기지는 산을 뚫은 거대 콘크리트 요새다. 로미오급 잠수함이 수중에서 터널로 바로 진입해 폭격을 피한다. 은밀한 기동으로 개전 초기 생존성을 확보하는 치명적 시설로 알려졌다. /구글 어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해안의 가파른 지형을 이용해 입구를 해수면과 맞닿게 설계함으로써 잠수함이 부상하지 않고 수중에서 곧바로 터널로 진입하거나 이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개전 초기 생존성을 보장하는 핵심 시설이다.

4. 서해함대 비파곶 기지: 공기부양정의 비밀 출격로

황해남도 룡연군에 위치한 비파곶 해군기지는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직접 겨냥하는 북한 서해함대의 심장부다. 이곳 역시 위성 분석 결과, 해안 절벽을 뚫어 만든 대형 지하 벙커 입구가 포착되었다.

특히 고속 침투용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과 반잠수정을 다수 운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 시찰하며 전력을 과시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해 NLL을 노리는 비파곶 기지에서 절벽을 뚫은 대형 지하 요새가 포착됐다. 공기부양정을 숨겨 감시를 피하고 인천 등 수도권을 기습 타격하는 '전략적 은폐막'이 될 수 있다. /구글 어스
서해 NLL을 노리는 비파곶 기지에서 절벽을 뚫은 대형 지하 요새가 포착됐다. 공기부양정을 숨겨 감시를 피하고 인천 등 수도권을 기습 타격하는 '전략적 은폐막'이 될 수 있다. /구글 어스

비파곶의 지하 요새는 우리 군의 감시 자산이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전력을 전개하고, 기습적으로 서해 5도 및 인천 앞바다로 침투할 수 있는 '전략적 은폐막'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5. 서해함대 룡호도 기지: 최전방 매복의 거점 

서해안의 작은 섬 룡호도 역시 북한군의 치밀한 요새화 전술을 보여주는 사례다. 옹진반도 끝자락, NLL과 극도로 인접한 이곳은 대형 함정보다는 기습 타격이 가능한 소형 잠수정 및 간첩선의 전진 기지로 활용된다.

NLL 코앞 룡호도는 소형 잠수정의 비밀 매복지다. 기습 공격 후 숨는 '치고 빠지기' 전술에 최적화됐다. /구글 어스
NLL 코앞 룡호도는 소형 잠수정의 비밀 매복지다. 기습 공격 후 숨는 '치고 빠지기' 전술에 최적화됐다. /구글 어스

공개된 위성 사진을 보면 섬의 지형을 교묘하게 이용해 함정을 숨길 수 있는 시설들이 식별된다. 평소에는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유사시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어뢰를 발사하고 신속하게 섬 뒤편이나 지하 시설로 숨어버리는 '치고 빠지기(Hit and Run)' 전술에 최적화된 구조다. 제2, 제3의 천안함 피격을 노리는 북한 비대칭 전력의 '매복지'인 셈이다.

북한의 잠수함은 보통 배수량 300t 이상, 잠수정은 그 이하다. 반잠수정은 잠수정보다 작으며 수심 20m 이내 또는 물 속에 반쯤 잠겨 물위에 60㎝ 정도만 노출된 채 침투한다.

북한 곳곳의 군사 시설을 취재하는 북한 연구가 커티스 멜빈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은 제공권에서 한·미 연합군에 밀리는 데 대처하기 위해 주요 시설을 지하화하고 대공포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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