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수요가 분기별 수치를 견인한 상황
여신 규제 강화로 확대 규모는 한층 제한적
향후 분기 지표는 거래량 변화가 핵심 변수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5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 설명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윤석규 금융통계팀 조사역, 김민수 금융통계팀장, 배지현 금융통계팀 과장 /한국은행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5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 설명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윤석규 금융통계팀 조사역, 김민수 금융통계팀장, 배지현 금융통계팀 과장 /한국은행

올해 3분기 국내 가계 빚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 폭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 대책 영향으로 직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1968조30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분기보다 14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2분기(25조1000억원)보다 규모가 줄었다. 석 달 만에 확대 폭이 약 10조원 줄어들면서 가계 부채의 확장세가 전 분기 대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모두 증가했으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작용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사는 물론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에 더해 카드로 먼저 쓰고 아직 결제하지 않은 금액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일상적인 대출과 소비 활동이 함께 반영되는 만큼 가계의 전체 부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내 가계신용은 통화 긴축 영향으로 작년 1분기에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다음 분기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올해 3분기까지 연속적인 증가 흐름을 이어왔다.

가계신용 그래프 /한국은행
가계신용 그래프 /한국은행

가계신용에서 카드 결제 대금(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845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2조원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 12조원 늘어난 규모로 증가 폭은 직전 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159조6000억원으로 11조6000억원 증가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685조4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었다.

기관별로 보면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31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2조원 늘어난 것으로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증가 기조는 유지됐지만 확대 폭은 2분기 3조원에 비해 축소됐다.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유동화회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525조원으로 1000억원 줄었다.

한은은 4분기 주담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수 금융통계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6.27 대책에 더해 10.15 추가 대책 영향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주담대 증가세는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예전과 동일한 거래량이라면 고가 주택의 경우 레버리지가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했을 때 안정 기조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김 팀장은 “3분기 명목GDP가 다음달 3일 공표되는데 가계신용 중가율이 줄었고 실질GDP가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가계부채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대출과 정책효과의 연관성에 대해 그는 “신용대출 자체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대부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포함한 기타 금융과 관련해선 “신용공여액의 경우 2분기는 확대가 됐고 3분기는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분기 통계이다보니 월별 증감보다 추세적인 움직임을 포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를 종합하면 가계부채는 절대 규모가 커졌지만 분기별 증가 폭은 정책 변수와 금리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주택담보대출이 여전히 전체 움직임을 좌우하는 가운데 신용대출과 기타대출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변동했다. 비은행권에서도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직전 분기 대비 폭이 줄어들어 정책 효과가 전반적인 가계대출 흐름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에는 주담대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제시된 만큼 향후에는 정책 규제와 시장 거래량이 가계신용의 추가 확대를 어느 수준에서 제어하는지가 주요 관찰 지점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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