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車보험 손해율 90.9% 기록
빅5 누적 車보험 실적 1117억 적자
업계 “보험료 인상 불가피한 흐름”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3분기 들어 90%에 육박하며 수익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3분기 들어 90%에 육박하며 수익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3분기 들어 90%에 육박하며 수익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4년 연속 이어진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이상기후·부품비 상승 등 비용 요인이 누적된 가운데 정비업계가 내년도 정비수가를 6.6%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손보업계는 “시스템이 버틸 여력이 없다”며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보·KB손보·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올해 3분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96%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82.76% 대비 8.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3분기 누적 손해율도 85.4%로 전년 동기(81.1%)보다 4.3%포인트 올랐다.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 수준으로 이미 대부분의 보험사가 수익성 한계를 넘긴 상태다.

이에 따라 대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손익도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 650억원 적자, 현대해상은 553억원 적자, DB손보는 55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KB손보는 3분기 527억원 적자, 누적으로도 442억원의 손실을 냈다. 메리츠화재까지 포함한 빅5 손보사의 누적 자동차보험 손익은 –11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48억원 흑자에서 큰 폭으로 꺾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자동차보험은 더는 보험료 인하로 버틸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손해율 급등의 일차적 원인은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다.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 –1.2%, 2023년 –1.9%, 2024년 –2.5% 등 꾸준히 요율을 내렸고 올해도 평균 –0.8%의 인하를 단행했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입보험료가 계속 감소하는 구조가 됐다.

반면 지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는 2.7% 인상됐고 부품가격·원자재·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제 비용 부담은 훨씬 더 컸다. 여기에 극한 폭우·폭염 등 기후 사고 증가, 경상환자 과잉진료, 자동차보험 사기 등 구조적 요인도 더해졌다.

이처럼 비용 압박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비업계가 내년도 시간당 공임을 최소 6.6%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비수가는 물가, 인건비, 부품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정비사가 견적서부터 모든 리스크를 부담하는 구조라 적정 공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정비수가 인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리비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체계에서는 동일한 수리라도 업체별 견적 편차가 크다”며 “표준작업시간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급기한만 7일로 정해놓으면 과다청구 분쟁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이대로 누적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 논의를 피할 수 없다”며 “본업 적자가 지속되면 소비자 서비스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삼성화재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공식 검토한다고 밝히며 업계 전반의 요율 정상화 논의를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갈등이 단순한 정비수가 인상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수리비 체계 전반이 노후화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본지에 “표준작업시간을 글로벌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수입차 공임·부품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소비자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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