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RPT 기술·공급망 확보전 본격화
노바티스 매출 급증, SK 아시아 첫 ‘이중 공급망’
퓨쳐켐·듀켐바이오 부상 속 “진입 장벽, 옥석 가려야”
어뢰처럼 암세포를 찾아가서 스스로 터지며 공격하는 '미사일' 같은 약 'RPT(방사성 의약품)'를 두고 글로벌 빅파마 간 기술 확보전이 치열하다. RPT를 만들려면 특수 재료인 방사선 물질이 필요한데 구하기도 어렵고 한 군데에서만 만들면 공급이 끊길 위험이 있다.
그래서 회사들은 "돈 더 줄테니, 우리 회사 것도 사'라며 RPT 기술을 가진 회사를 조 단위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RPT 재료인 방사성 물질을 두 군데에서 받을 수 있는 이중 공급망을 갖춘 첫 아시아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이렇게 바이오 투자의 거대한 물줄기는 '방사성 의약품(RPT)'으로 방향을 틀었다. 16일 여의도 증권가는 지난 2년간 바이오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ADC(항체-약물 접합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RPT(Radiopharmaceutical Therapy)를 지목하고 있다.
RPT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 것은 노바티스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는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바티스의 2024년 실적 발표와 2025년 가이던스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전년 대비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25년 연 매출은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분기당 매출이 5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RPT가 니치 마켓(틈새시장)이 아닌 '블록버스터' 시장임을 입증했다.
시장의 판이 커지자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거세다. 핵심은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술 및 생산 거점 확보전이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는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주당 62.50달러, 총 41억 달러(약 5조7400억원)에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역시 퓨전 파마슈티컬스(Fusion Pharmaceuticals)를 최대 24억 달러(약 3조3600억원)에 인수하며 RPT 전쟁에 참전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안정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 확보'에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바이오팜의 행보가 돋보인다. RPT 산업의 최대 병목 현상인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부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2022년 테라파워(TerraPower)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2024년 8월 테라파워와 악티늄-225(Ac-225)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벨기에 원자력 연구소 산하의 '판테라(PanTera)'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은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과 유럽을 잇는 '이중 공급망'을 구축, 차세대 RPT 원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K-바이오 기업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퓨쳐켐(FutureChem)은 'K-RPT'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지난 4월,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글로벌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경쟁 약물 대비 절반 수준인 100mCi 용량으로도 동등 이상의 효능을 보여줘, 부작용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2026년 내 기술이전(L/O)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듀켐바이오(DuChemBio)는 제조 인프라에서 독보적이다. 방사성 의약품은 반감기가 짧아 제조 시설의 위치가 생명인데 듀켐바이오는 국내 최다인 12곳의 GMP 제조소(Cyclotron)를 운영 중이다.
암 진단 및 알츠하이머병 진단 시장에서 80~90%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빅파마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RPT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직 방사성의약품(RPT) 등에서는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텍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잘 도입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 대비 간략한 의사 결정으로 전략적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 우선순위에 관한 결정도 빠를 수 있는 만큼 기대해 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