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IB·고객자산 등 중심축 갈린 분기
내년엔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가 핵심 변수

올해 3분기 증권업권 전반의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사업 차별화가 향후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3분기 증권업권 전반의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사업 차별화가 향후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증시 강세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자금이 확대되며 올해 3분기 증권 업권 전반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각 사가 강화해 온 사업 축에 따라 차별화되는 지점은 달랐다. 고객자산 확대가 두드러진 삼성증권, 수수료 기반 성장세가 강한 키움증권, 대형 IB 딜을 확보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NH투자증권, 해외·테크 중심 전략을 강화한 미래에셋증권, 금융상품 판매와 운용·IB가 함께 늘어난 한국투자증권까지 각 사 실적 특성을 들여다봤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분기 5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NH투자증권) 연결 기준 잠정 합산 당기순익은 1조90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가량 늘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된 점, 금리 안정화 기대에 따른 채권 운용 여건 개선, 부동산 관련 충당금 부담 완화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부문의 확대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이어갔다. 올해 3분기 세전이익은 4472억원, 순이익은 3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9% 증가했다. 다만 분기 영업이익은 2228억원으로 39.9% 감소했다. 그럼에도 3분기 누적 기준 세전이익 1조3135억원, 순이익 1조79억원을 달성하며 연중 내내 1조원대 수익 체력을 유지했다.

위탁매매 수수료는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한 2637억원을 기록했고 WM 부문 수수료도 전 분기 대비 21% 늘어났다.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누적 2990억원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하며 이머징마켓 기반 해외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하는 ‘Mirae Asset 3.0’ 전략 아래 테크·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자산·토큰증권 사업을 확대한 점 역시 향후 수익 기반의 재편과 연계되는 요소로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익 증가세가 가팔랐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8353억원, 순이익 6509억원으로 각각 117.8%, 96.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조9832억원, 누적 순이익은 1조6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1.2%, 60.9% 늘었다. 국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18.5% 증가했고, 펀드·랩 등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도 31.4% 늘어나는 등 전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81조원으로 연초 대비 13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발행어음 규모는 18조7000억원에 달해 자금 조달 경쟁력도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IB 부문 기여도가 확대된 점도 올해 한국투자증권 실적의 특징이다.

삼성증권은 고객 자산 증가 폭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0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5% 증가했고, 영업이익(4018억원)과 세전이익(4122억원)도 20% 이상 늘었다. 누적 순이익은 7922억원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고객 자산은 분기 동안 37조4000억원이 증가했으며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3만7000명 늘었다. 증시 강세로 고액자산가 고객군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자산관리 부문의 안정적 성장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기업금융에서는 구조화금융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35.5% 증가한 994억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반기에 확보한 케이뱅크·마이리얼트립 등 IPO 딜이 향후 수수료 수익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NH투자증권은 전 사업부가 동시에 뛰면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 3913억원, 순이익 2831억원으로 각각 108%, 84%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1699억원을 기록했고, 투자형 상품 판매 수수료는 359억원으로 늘었다. 디지털 채널 자산은 60조3000억원, 월평균 이용자 수는 206만명을 경신했다. IB 부문은 993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며 유상증자·회사채·인수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여러 영역에서 시장 지위를 넓혔다. 올해 3분기까지 유상증자 주관 1위, IPO 주관 2위, 회사채 대표주관 2위, 여전채 1위를 기록한 점은 NH투자증권의 IB 역량을 상징한다. 운용 부문도 이자수지를 포함해 3047억원의 손익을 기록하며 수익구조 전반의 안정성이 나타났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중심 구조의 장점이 증시 회복 구간에서 뚜렷이 발휘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4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6% 증가했고 순이익도 3224억원으로 52.3% 늘었다. 주식 수수료 수익은 18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5.6% 증가하며 실적 반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IB 수수료도 ECM·DCM·M&A 딜 참여가 이어지며 596억원을 기록해 18% 이상 증가했다. 시장 반등기에 가장 강하게 실적이 반응하는 구조가 유지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년에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로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과 주요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꼽힌다. 증시 호황기에 확보한 실적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안정적 수익 기반으로 전환하고 금리 변동과 부동산 PF 관련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대형사들은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IB 수익의 질을 높이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 비즈니스와 디지털 분야의 비중을 키우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토큰증권 등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 역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 사가 어떤 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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