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신 속 투자자 보호 과제 부상
서비스 전면 재점검·사전교육 강화 예고

간편성과 혁신을 앞세워 성장해 온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를 내놓으려다 투자자 보호 논란에 휩싸였다. 법 위반 소지가 없더라도 고위험 파생상품을 ‘쉬운 투자’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해 투자자 오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 정식 런칭 일정을 당초 예정된 일정에서 잠정 연기했다. 고객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안내 문구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투자 위험 고지 또한 강화할 예정이다.
토스증권은 개인 투자자가 미국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해외주식 옵션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옵션은 정해진 시점에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파생상품이다. 적은 자금으로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반대로 투자금 전액 손실이나 초과 손실 가능성까지 내포된 고위험 거래다.
문제는 토스증권이 이런 위험성을 전면에 노출하기보다 ‘쉬운 투자’로 인식할 수 있는 이미지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홍보 문구에는 “엔비디아가 5% 오르면 옵션 가격은 214% 오를 거예요” 등 수익률 문구를 노출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옵션 가격은 기초자산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급등락하지만 손실 위험성은 부각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토스증권은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로 표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토스증권은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었지만 투자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년 만에 다시 복잡한 상품을 간편한 투자로 인식할 수 있게끔 소개하자 업계에서는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다. 토스증권의 주요 이용층이 20~30대 개인 투자자에 집중돼 있어 투자 경험이 적은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이 고수익 문구에 이끌려 무리하게 진입할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토스증권을 이용 중인 한 투자자는 “규정 위반이 아니더라도 공격적인 이벤트성 홍보는 투자자 오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적지 않은 만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토스증권은 계획을 전면 재조정했다. 이달 10일로 예정됐던 정식 출시 일정을 연기하고 사전신청 이벤트와 모의체험 페이지 운영도 중단했다. 토스증권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가 된 화면은 전체 서비스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용자의 상품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 콘텐츠의 한 과정일 뿐 투기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토스증권 사례는 핀테크 기반 증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할 때 금융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접근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위험 정보의 충분한 인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자 이해도 제고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토스증권이 이번 일정을 조정하며 서비스 방향을 재검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도 변화에 맞춘 보완의 기회로 볼 수 있다. 향후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체계와 이용자 보호 장치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편의성보다 투자 이해력 강화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근본적 목표에 기반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해외주식 옵션의 정식 런칭에 앞서 사전 신청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했고 이 기간동안 수렴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정식 런칭 일정은 당초 예정된 일정에서 잠정 연기하게 되었다"며 "고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안내 문구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고 다음달 시행되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사전교육에 준하는 투자자 교육과 모의거래를 지원하고 투자 위험 고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