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수수료로 리테일 재편, 15조 돌파
11개월 만에 계좌 10배, 개인 자금 유입
업계에선 성과 기반 무난한 연임 관측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메리츠증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이 장원재 대표 취임 이후 리테일 부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끌어올렸다. 전통적으로 IB(투자은행)에 강점을 둔 회사가 ‘수수료 제로’ 전략을 앞세워 개인투자자 기반을 폭넓게 확보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장 대표는 2023년 11월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지난해 7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되며 S&T(세일즈앤트레이딩)와 리테일 부문을 맡았다. 삼성증권 CRO(최고리스크책임자), 메리츠금융지주 리스크관리책임자 등을 거친 그는 취임 직후 리테일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시장의 방향을 바꾼 ‘슈퍼 365 계좌’의 수수료 0원 정책이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18일 ‘슈퍼 365’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하며 국내·미국 주식과 달러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이후 11개월 만에 고객 자산과 계좌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달 20일 기준 ‘슈퍼 365’ 예탁자산은 15조1691억원으로 이벤트 시행 직전 영업일이던 지난해 11월 15일(9336억원)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다. 계좌 고객 수도 같은 기간 2만5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수수료 ‘완전 제로’ 혜택과 인프라·IT 투자를 통한 투자환경 개선이 개인 투자자 유입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는 단기 마케팅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플랫폼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핀테크 기업 위불(Webull)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 기반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공동 구축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AI 기반 투자 콘텐츠 및 데이터 제휴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 고도화 △공동 플랫폼 모델 개발 등을 추진한다. 위불이 보유한 글로벌 인프라와 커뮤니티를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리테일 플랫폼에 탑재해 국내 투자자에게 차별화된 글로벌 투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단순한 공동 플랫폼 개발을 넘어 14개국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 생태계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장 대표는 “양사가 한국 시장에서 처음 전개하는 플랫폼 사업을 전세계 시장으로 확장해 국내 투자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에게도 혁신적인 투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연내 AI·글로벌 커뮤니티·콘텐츠 및 기술 통합을 완료하고 내년 초 차세대 금융 플랫폼을 공개해 금융시장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리테일 부문이 단기간에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속성과 수익 기반 강화로 옮겨가고 있다. 장 대표의 전략이 단기 이벤트를 넘어 안정적인 성장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리테일 시장 내 입지를 확실히 구축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단기간 내 고객 저변을 넓힌 만큼 향후 IB·S&T 부문과의 연계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장원재 대표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의사결정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전략을 병행한 유형의 CEO로 평가된다”며 “리테일 체질을 안정적으로 전환한 점이 연임 판단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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