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늘었지만 요주의여신 18.3조 경고등
충당금 적립·상각 최대치 불구 지표 후퇴
‘이익의 질’ 흔들리며 금융권 긴장감 확산

4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15조원이 넘는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부실 대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며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리 인하 지연과 경기 양극화 속에서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오르고 부동산 PF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익의 질’이 흔들리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11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실적 자료 등을 종합하면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은 18조3490억원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실이 더 심한 고정이하여신(NPL·연체 3개월 이상)도 9조2682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651억원)보다 18% 증가했다. 실적 면에서는 사상 최대지만 부실자산 규모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같은 기간 NPL 비율은 0.72%로 올해 1분기(0.74%)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은행의 ‘방어력’을 의미하는 NPL 커버리지비율이 123.1%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1년 전 141.6%에서 18.5%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음을 뜻한다. 과거 고금리 호황기였던 2022년엔 150%대를 유지했으나 지금은 부실 발생 속도가 충당금 적립 속도를 앞지르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총 5조629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2019년 이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이 상각·매각한 부실채권은 4조6461억원 규모다. 은행들이 ‘부실 털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새롭게 발생하는 잠재 부실이 기존 부실 정리 속도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전성 악화의 원인을 거시경제 환경에서 찾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누적되고 경기 회복이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내수 기반의 취약 차주만 고통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2022~2023년 고금리로 대출받은 차주들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체감경기가 여전히 나쁘고 환율 불안정까지 겹치며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이 더 어려워졌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시장금리 하락 속도도 예상보다 느려 차주의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PF 부실이 제2금융권을 넘어 은행권으로 전이되는 ‘도미노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 중소 개발사업이나 소형 건축물 중심의 프로젝트에서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며 은행권이 보증·대출 형태로 연결된 사업장의 리스크가 노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자산 건전성 지표에 추가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지주의 수익이 여전히 ‘이자 중심’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 덕분에 순이자마진(NIM)이 유지되면서 단기 수익은 커졌지만 실물경제가 따라오지 못해 연체율·요주의여신이 동시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자 장사를 통한 이익이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건전성 악화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대손충당금 확대로 배당 여력이 축소되면서 주주가치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를 요구하며 은행권의 자본완충력 확보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건전성 악화를 단기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자영업·중소기업 대출의 부실 전환이 본격화될 수 있고 경기 회복이 제한적이라면 충당금 적립만으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일부 업종 중심의 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실 비율이 완만히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금융권은 단기 실적보다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병행 중이다. 다만 이러한 대응이 일시적 충격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구조적인 부실 누적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금융권이 지금의 호실적을 방패 삼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충당금과 자본 버퍼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부실 비용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익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질’이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주의 자산 건전성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수익이 커질수록 더 촘촘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리스크 대응 전략이 단순한 충당금 적립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 관리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