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니티, 내부 반대에도 희귀질환 가속 승인
리보세라닙, 생존지표 근거 요구로 심사 지속

지난 9월 19일 바스 증후군 치료제 ‘포지니티’를 가속 승인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 문건에 따르면 승인 절차 당시 12명의 검토자가 승인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이견이 존재했던 상황에서 일각에선 승인 절차에 고군분투 중인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 사례와의 차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스텔스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자사의 바스 증후군 대상 신약 엘라미프레타이드(제품명 포지니티)를 지난 9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받았다.
바스 증후군은 근육에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이 저하되는 희귀 질환이다. 심장 근육이 약해지면서 심근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X염색체를 통해 아들에게 유전되는 특성 때문에 남성에서만 발병한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같은 치료제인데 왜 가속 승인 심사로 분류되고 내부 반대 의견까지 존재했는데도 승인될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사람이 얼마나 더 오래 사는지 즉 ‘생존 지표(OS)’로 평가하는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FDA는 심사 과정에서 지표 해석의 타당성과 통계 검증을 보다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포지니티는 희귀 질환 특성상 환자 수가 매우 적고 대체할 치료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가속 승인 트랙 적용이 가능했다.

다만 6일 로이터는 FDA 내부 다수 리뷰어가 ‘유효성 근거 부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승인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포지니티는 근육 힘 증가량이라는 중간 지표만으로 허가가 가능했다. FDA는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92주 관찰에서 ‘무릎 신근 근력 약 45% 개선’을 임상 이득을 예측 가능한 지표로 판단했다.
그러나 28주 무작위 대조 임상에서는 6분 보행, 의자 일어서기 같은 주요 평가 항목이 위약군과 비슷했다는 사실도 FDA 내부 문건에서 확인됐다. ‘초희귀질환·대안 치료 전무’라는 사유로 가속 승인이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리보세라닙은 전통 승인(Traditional Approval) 경로다. 궁극 임상결과, 즉 생존기간에서 명확한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항암 영역의 전통승인에서는 ‘통계적 일관성’과 ‘집단별 효과 분리’ 검증 강도가 훨씬 높다. 동일 FDA라 하더라도 적용되는 승인 트랙 자체가 달라 심사 난이도 차이가 발생한다.
초희귀질환은 환자단체·정치권 요구가 승인 결정 과정에 더 반영될 수 있고 대조군 설정이 어려워 통계적 확실성이 부족해도 ‘허용’되는 구조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간암 항암제는 시장 규모가 크고 병용 치료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FDA가 생존 지표 해석에서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FDA가 질환별 승인 알고리즘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마 카빌 노스웨스턴대 신경학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희귀 질환처럼 환자 접근성이 중요한 영역과 생존지표 중심 항암제 영역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명확히 해야 산업과 환자 모두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포지니티 사례는 FDA가 희귀 질환에서 가속 승인 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보여준다”며 “이런 변화는 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에도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